FMO 독서모임 1회차 후기 / 책 : 타이탄의 도구들
For Me Origin은 이고양과 죠보로 두 사람으로 시작한 독서모임입니다.
게스트는 있지만 정규인원은 여전히 두 사람뿐인 독서모임입니다.
매번 독서모임이 열릴 때마다 우리는 두 편의 기록을 남깁니다.
[모임에 가기 전, 책을 다 읽고 나서] / [모임이 끝난 후, 나에게 남은 것]
이 매거진은 이고양이 자신의 기록들을 남겨두는 매거진입니다.
[모임에 가기 전, 책을 다 읽고 나서] - by 이고양
# 01
처음 형과 내가 함께 시작했던 독서모임 For me. 처음에는 이 카페(네이버 카페)에서 진행했었지만, 결국 사람들과 함께 하고 싶어 소모임 어플을 통해서 오프라인 모임으로 확대했다. 아니. 확대했었다.
# 02
2019년 04월이 이 글을 쓰기 전 카페의 마지막 글이었다. 그 후로 3년 하고도 6개월이 지난 지금. 우리는 그동안 꽤 괜찮았던 오프라인 독서모임 'For me'의 운영자로 활동했었고, 많은 사람들과 책을 통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많은 것을 얻었지만, 많은 것이 아쉬웠다. 아쉽다기보다는... 여전히 목말랐다. 사람들의 탓을 하고 싶지는 않다. 아마 방법이 틀렸던 것이겠지. 우리가 원하는 것을 얻기에는.. 적절한 형태가 아니었던 것이다. 그래서 결국 우리는 원점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 03
우리가 서게 된 곳은 다시 원점. 그래서 이름도 Origin(기원). 우리의 출발점으로 되돌아온 것이다. 그러나 서 있는 곳이 3년 전과 똑같다고 해서 3년 시간마저 헛된 것은 아니다. 그 3년 동안 우리는 많은 것을 경험했고, 많은 것을 배웠으며, 많은 것이 변했다. 무엇보다, 우리의 갈증이 무엇인지, 그 실체를 더 뚜렷하게 볼 수 있었다.
카페 밖으로 뛰쳐나가 더 목이 마른 채로 다시 돌아온 이 카페. 이 카페에 내가 써놓았던 글들을 보니, 신기하게도 그 갈증이 해소되었다. 내가 바랬던 것은 여기 있었다. 그것을 알아볼 수 있었던 것은 오롯이 지난 3년의 시간이 있었기 때문이다.
3년의 시간을 지나 이곳에 돌아왔기에, 우리는 이제 우리만의 것을 만들 수 있다. 'Origin(기원)'이 이제는 'The Original(원조)'가 될 시간이다.
# 04
첫 책이 '타이탄의 도구들'이 된 것에는 엄청난 의미가 있는 건 아니었다. 형이 같이 읽을 책을 추천해 보라고 하길래 3권의 후보를 던져보았고 그중 형이 가장 편하게 생각한 책이 이 책이었을 뿐이다.
그러나 책을 다 읽은 지금은 마치 운명과도 같은 선정이지 않았나 생각한다. 책이 미친 듯이 좋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냥.. 책에서 끊임없이 반복하는 무엇이든지 써보라는 그 말. 그 말이 나를 다시 이 카페로 이끌었다. 그리고 이 형태를 시작하게 만들었다.
# 05
첫 모임이 벌써부터 기대가 되는구먼.
[모임이 끝난 후, 나에게 남은 것] - by. 이고양
# 01
이름에는 힘이 있다. 특히 이름을 지을 때 의미를 부여했다면, 그 순간부터 그 의미는 훨씬 더 깊은 가치를 지니게 된다. For me origin. 이 이름이 마법을 불러일으켰다. 정말 오랜만에, 우리는 우리가 지금껏 해 왔던 대화의 근원을 찾아 되돌아갈 수 있었다.
정말 나를 위한 대화. 나를 더 깊이 알고, 나 자신이 정리되어 가는 대화. 이게 바로 For me였지.
# 02
For me의 가장 큰 힘은, 책은 그저 들러리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것이야 말로 가장 수준 높은 독서모임이라고 감히 자처하고 싶다. 책을 그저 소재로써만 사용하는 것. 심지어 우리의 대화 중 많은 부분은 책에는 나오지도 않은 내용이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책이 아니라 나. 책에서 이야기하는 주옥같은 이야기들은 모두 작가의 이야기일 뿐. 우리는 남의 이야기를 하러 모인 게 아니다. 나의 것을 이야기할 뿐이다.
확실히 이번 책을 통해서 나에게 가장 크게 남은 점들은, 사실은 책에는 나오지 않은 것들이었다.
# 03
동의할 수 없는 내용에 대해서는 반드시 반박하고 그에 대응하는 나만의 생각을 갖추어야만 직성이 풀리는 이고양. 그리고 자신과 다른 생각에 대해서 불필요한 논쟁은 피하고 얻을 것에 집중하는 죠보로. 누가 옳은지는 알 수 없다.
사실 반박을 해야만 한다고, 자신의 생각을 갖추어야만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지만, 얻어야 할 것에 더 집중한다는 죠보로의 말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시간은 한정된 자원이며,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소모되는 정신력 또한 어떻게 보면 소모성 재화나 마찬가지. 실은 나도 후반부의 내용은 반박조차 하지 않고 넘겨버리지 않았던가.
결국 그 중도를 찾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 나의 시간과 정신력이 허락하는 한에서는 반박, 아니지 반박이라기보다는 나의 생각을 갖추는 활동이 분명 필요하다. 그러나 그것에 집착하느라 다른 곳에 할애할 시간을 뺏기는 것도 어리석은 짓.
# 04
명상은 나에게는 가장 먼 활동이다. 실제로 지난 수년간 수차례 명상을 시도해 보았으나 결국 명상이 주는 이점을 하나도 누리지 못했다. 유일하게 아직도 종종 활용하는 것이 호흡명상. 놀랍게도 일반적인 호흡명상이 말하는 것과 정 반대의 효과를 누린다. 나는 감각을 사라지게 하는 명상이 아니라 감각을 일깨우는 명상을 한다. 호흡명상을 하고 나면 감각이 말도 안 되게 예리해지는 것을 느낀다. 큰 대회나 긴장되는 순간, 혹은 중요하거나 집중해야 하는 순간 전에 호흡명상을 하곤 한다.
어쩌면 나에게는 호흡명상이라는 것은 결국 또 다른 나를 불러오는 전환 의식과도 같은 것. 호흡명상을 통해 나는 가장 날카로우며 가장 예민한, 칼날과도 같은 나를 깨워내는 것이다. 생각해 보면 이렇게 각기 다른 나를 불러내는 의식이 이미 여러 개 존재하고 있었다. 연인을 만나고 통화할 때에 사랑이 넘치고 다정한 나를 불러오기 위해서 연인의 이름을 마음으로 불러본다. 그것 만으로도 웃음이 지어지며 다정한 내가 된다. 휴식을 취하다가 글을 쓰거나 일을 해야 할 때에는 샤워를 하고 책상에 앉는다. 책을 읽을 때에는 쓰지도 않는 펜을 꺼내서 손에 쥐고 읽는다.
지금껏 중구난방으로 해오던 전환의식을 하나의 프로세스로 묶어서 관리할 수 있을 것 같다. 각기 다른 나를 나만큼 잘 아는 사람이 없기에, 그 모습으로 들어서기 위한 전환의식.
중요한 건, 어떤 행동을 하느냐가 아니다. 그건 말 그대로 의식행위일 뿐인걸. 정말 중요한 것은, 나를 움직이는 운영체제가 전환된다는 감각. 그리고 바뀌는 모습들이 모두 나 자신이라는 것. 그 모습들의 특성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
# 05
나는 타인이 쉽사리 이해할 수 없는 나만의 원칙을 수 없이 가지고 있다. 충분히 설명할 시간이 주어지고, 그 설명을 듣고자 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해시킬 자신이 있는 원칙들이지만, 그런 시간이 없다면 단순히 원칙만 듣기에는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원칙들.
예를 들자면, 이미 완결이 난 만화책이나 완결난 웹툰은 아무 거리낌 없이 비공식적인 루트로 보면서, 최신 연재작 들은 그렇게 무료로 볼 수 있음에도 돈을 내고 보는 것. 이건 '창작물 혹은 연재플랫폼에 대해서는 완결이 될 때까지는 그 작가와 플랫폼이 계속 해 나갈 수 있도록 지원을 해야 한다'라는 원칙 하에 움직이는 것. 하지만 이것을 설득시키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런 식으로 나의 원칙은 크게 3가지 부류로 나뉜다. 첫째는 모든 사람이 지켜야만 한다고 생각하는 원칙. 이 첫 번째 원칙을 지키지 않는 사람을 보면 비난하거나 설득하거나 싸우거나 무시한다. 두 번째는 타인에게 강요할 생각이 전혀 없으며 차마 이것이 옳다고 주장하기도 어렵지만 나에게는 분명히 옳으며 따라야 하는 원칙. 이 원칙들이 대체로 많은 오해를 불러일으키며 타인이 나를 이해하기 어렵게 만들곤 한다. 세 번째는 보편적으로 옳지만 예외사항이 분명히 존재하며 모든 사람이 지켜야만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 원칙들. 이 세 번째 원칙을 구분하지 못해서 사람들과 많이도 다퉈왔었다.
# 06
03, 04, 05 문단의 내용들은 책을 읽고 나서 정리한 내용이 아니다. 평소에 이 정도로 정리해 뒀던 내용도 아니다. 물론 내가 그렇게 살아왔던 것은 맞지만, 이 주제에 대해서 모임에서 대화를 했기 때문에 정리된 내용들. For me Origin에서의 대화가 가져다주는 가장 큰 이점이다.
특히 이번 모임에서 이야기했었던 내용인데, 글로서 정리되는 것과 말로써 정리되는 부분은 엄연히 다르다. 글은 이미 내 머릿속에 존재하는 생각들을 더 설득력 있고 짜임새 있는 표현으로 끄집어낼 수 있게 해 준다. 하지만 대화, 정확히는 말로 무언가를 내뱉는다는 것은, 무의식 속에 있는 것들을 머릿속에 옮겨와 하나의 '생각'으로 존재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미 나는 자연스럽게 그렇게 살아왔기에 인식하지 못했던 나의 생각, 가치관, 습관, 규칙 등등.. 이러한 것들을 말로써 내뱉음으로써 하나의 생각으로 인식하게 되는 것이다. 정리된 생각을 말로 하는 것은 솔직히 말하면 재미없는 일이다. 진짜 재밌는 말은 아직 정리한 적 없는 내용을, 혹은 생각해보지 않았던 내용을 바로 말로 내뱉어 보는 것이다. 말을 할 때에는 그 말의 흐름에 내 생각을 맡겨야 한다. 끊임없이 쏟아내듯 말하면서 알고 있지만 생각해 본 적 없는 말들을 새롭게 생각해 내는 것이다.
그래서 말은 때론 두서없다. 논리성도 빈약하고, 구성력도 떨어진다. 반짝이는 아이디어는 있지만 그것을 100%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는 없다. 그러므로 더욱더 말을 먼저 해야 한다. 말을 함으로써 생각을 만들어내고 그 생각을 글로써 적음으로써 훨씬 더 가치 있는 내용으로 가다듬는 것이다.
For me Origin은 바로 그것을 위한 곳이다. 그래서 대화를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