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의 집 위층에 깡패 같은 남자가 이사를 왔다더니, 툭하면 찾아온다고 했다.
"좀 이상한 사람인 것 같은데. 그냥 피해."
"응… 언니가 좀 싸워주면 안 돼?"
동생의 말에 나는 웃으며 말했다.
"나는 싸울 줄 몰라. 평화주의자야."
"아냐. 언니는 이겨. 그 깜장 벨벳 드레스 입고 나와주면 무조건이야."
그 말이 하루 종일 나를 웃게 했다.
내가 이제는 그런 사람으로 보인단 말이지.
나는 원래 책만 읽던 문학소녀였다.
학창 시절 나를 설명할 때면 늘 이런 말이 따라붙었다.
심성이 곱고 착하나, 말수가 없고 소심함.
엄마는 그런 나를 보며
"저거 저거 미련곰탱이 같은 거…"
하며 가슴을 치셨다.
놀러 나가라고 책을 빼앗겨도 동네 친구들 사이에서 겉돌다 자라목이 되어 돌아오기 일쑤였다.
그 얌전한 고양이가 지금은
"그 집 엄마 완전 쎄잖아."의 <쎈 엄마>로 클 줄이야.
이건 거의 영혼이 바뀐 수준이다.
뭐, 옛날과 사람이 바뀐 건 나뿐만이 아니다.
사람이 그렇게 변하더라
학창 시절 반에서 유명했던 까불이는 지금은 교편을 잡은 선생님이 되었고,
수업 시간에 과자 까먹고 잠만 자던 푼수는 지금은 응급실 수간호사가 되어 있다.
그때 우리가 이렇게 클 줄 알았더라면
우리 엄마들이 가슴을 조금은 덜 치지 않았을까.
그러니 나는 안다.
아직 한글을 제대로 깨치지 못했고
옷은 뱀 허물 벗듯 벗어던지고,
지금 이 순간도 내 속을 뒤집는 우리 아들내미들도
꽤 괜찮은 어른으로 클 거라는 것을.
그런데 다들 나 완전 쎄다는데,
우리 아들내미들은 왜 눈 하나 깜짝 안 하는 거지.
엄마 진짜 화낼 건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