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능력을 쓰고 있습니다

by 드레스 입는 엄마

지난주에 이어 이번 주 토요일도 태권도장에서 <초딩데이>가 열렸다. 덕분에 친구를 사귈 기회가 많다.

"나는 안 가."
"같은 반 친구가 태권도를 다녔대. 다른 시간에 다닌대. 토요일에 또 만나기로 했어."
쌍둥이어도 둘은 참 다르다.


우리 첫째는 어딜 데리고 가기 쉽지 않은 녀석이다.

가자.
싫어.


아들의 저 마음을 알기에 안쓰럽다.
낯가림은 내가 더했고, 나는 학창 시절 늘 외로웠다.


"너 초능력 있잖아. 그거 써."
내 허세에 아들 눈이 동그래졌다.


"내가?? 초능력이??"
"너는 자연스럽게 끼어들 수 있는 능력이 있어.
슬쩍 껴서 같이 웃으면 친구들이 '엇, 너 언제부터 여기 있었어?' 하고 놀랄 거야.
아까부터 같이 웃고 있었다고 하면 돼. 그게 네 초능력인데, 몰랐어?"


급하게 지어낸 거 치고는 제법 그럴듯하다.
둘째가 묻는다.
"나는 초능력이 없어?"


"내가 너희에게는 이미 다 줬어. 엄마가 특별히 자식들한테만 준 거지."
아이들 키우다가 헛소리가 제법 늘었다.


덕분에 아들내미들은 토요일 오전, 태권도장을 갔다.

나도 아들에게 말한 초능력을 지키려고,
도장 앞 삼삼오오 모여 있는 엄마들 옆에 슬쩍 껴서 같이 웃었다.


이 근성으로 학창 시절을 보냈으면 조금 덜 외로웠을 텐데.


같이 커피 마시자니까,
"커피 못 마셔요?" 그럼 술!
"술도 안 된다?" 그럼 밥!
내 뻔뻔함은 진짜 초능력급이다.


가장 평범한 아이였던 나는,
지금 가장 이상한 엄마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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