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만 챙기는 남편 새끼

하는 김에 라면그릇도 씻어놓지

by 드레스 입는 엄마

집에 오자마자 남편이 인상을 찌푸렸다.
“청소 안 했냐?”


억울하다.
애들 등교시키고 청소부터 했다.


집을 이 꼴로 만들어놓은 아들내미들은 양심 없게 발을 뺀다.


“나는 아니야.”
“나도 아니야.”


남편은 집안 꼬락서니에 진절머리가 난다는 듯 내 시선을 피하고 라면 물을 올렸다.


“생선찜 했어. 밥 먹어.”
내 말은 들은 척도 안 한다.


“막내 데리고 가라. 밥을 못 먹겠다.”


제 아빠 다리에 들러붙은 막내를 떼어내 일어서는데
머리에 편두통이 세게 온다.
낮에 병원에 다녀올걸. 꼭 밤에 아프다.


“내가 아들들 데리고 동네 한 바퀴 돌고 올 테니까 여기 쓰레기 좀 주워.”
남편의 말에 괜히 서운해져서
“나 아파.” 하고 대답했다.


“저거 줍는데 1분도 안 걸려. 그걸 못 하냐.”
서운하다.


“내일 애들 보내놓고 할게.”
막내를 안고 방에 들어왔다.
타이레놀도 한 알 못 먹고 애랑 같이 잠이 들어버렸다.


막내는 자면서도 우유 달라, 인형 달라 여러 번 보챘다.
컨디션이 안 좋은 나는 밤새 낑낑대며 번번이 일어났다.


‘아들들 씻겨야 하는데…’
몸이 마음 같지 않았다.


아침에 일어나니 설거지거리가 잔뜩 쌓여 있다.
라면 냄비도 하나 안 씻어 놨다.


아휴.

애가 셋이 아니라 넷이구나.


말을 말자.
내가 할 일이다.


그나마 엊저녁에 아빠가 아들들은 씻겨줬다길래
그거 하나 잘했구나 했다.


애들 셋의 등굣길은 부산스러웠고
쌓인 집안일에 몸이 천근만근 같았다.


‘아주 지 몸만 챙기는 남편 새끼.’


분리수거차가 가기 전에 쓰레기부터 버리려고
쓰레기통을 열었다.


당연히 가득 차 있어야 할 분리수거통이 텅 비어 있다.


남편이 했구나.


내일부터 이틀 동안 출장 간댔는데
아들들을 씻기고 쓰레기까지 버리고 잤을 남편이 짠해져서 속이 상했다.


그냥 평소처럼 저만 챙기고 자지.
쓰레기는 왜 버리고.


사랑의 끝은 연민이라던데


나는 요즘
남편이 부쩍 짠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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