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굣길에 수현이 엄마를 만났다.
"혹시 멸치 좋아해요?"
맥락 없이 웬 멸치냐며 꺄르륵 웃는 내게
수현이 엄마는 멸치 한 봉다리를 건네셨다.
"고추장에 찍어 먹으면 안주로 최고예요."
나는 웃으며 말했다.
"다음엔 술을 그냥 같이 마셔요."
호주머니 속 멸치 덕분에
종일 마음이 든든했다.
처음에 나와 수현이 엄마는
물과 기름 같았다.
외형도 말끔하고 단정한 수현이 엄마와
치렁치렁 드레스에 머리카락까지 늘어뜨리고 다니는 나.
아이들 교육에 여념이 없는 수현이 엄마와
"아직은 공부보다 인간 만드느라 바빠요."
나사 하나 풀린 것 같은 애 셋 엄마인 나.
아무리 맞춰보려 해도
맞는 부분이 없었다.
놀이터에서 가끔 마주쳐도
각자 자리를 지키며 서 있던 우리가
번호를 교환하게 된 계기는
자그마한 사고였다.
수현이와 우리 첫째가 함께 놀던 날
첫째 눈에 이물질이 들어갔다.
그 집 아이가 있던 자리이긴 했지만
놀다 보면 충분히 생길 수 있는 일이었다.
며칠 병원을 다니면 될 일이라 괜찮다고 말했다.
그런데 수현이 엄마는
며칠 동안 꾸준히 첫째의 안부를 물어줬다.
처음에는
수현이가 괜한 사고에 연루될까 봐 하는
이기심이 아닐까 오해도 했다.
그런 나에게 수현이 엄마가 물었다.
"그보다도… 첫째 마음은 괜찮대요?"
그 한마디에 알았다.
정말로 아이를 걱정해주고 있었다는 걸.
나는 그제야 깨달았다.
별난 아들들을 키운다는
내 나름의 자격지심이 있었다는 걸.
"우리 커피 한 잔 할래요?"
그 뒤로 우리는
종종 서로의 육아를 도왔다.
어제는 하굣길에 사라진 우리 아들들을
수현이 엄마가 찾아
태권도장에 보내주었고,
그제는 하원길에 사라진 수현이를
내가 찾아주었다.
"아이 하나도 온 마을이 키운다더니
요즘 제가 그걸 느끼잖아요."
"애들 오면 입맛이 뚝뚝 떨어지지 않아요?"
같지 않지만 같은 것,
그게 육아하는 엄마들의 마음인가 보다.
나는
수현이 엄마와의 관계가
건강한 동네 엄마 사이라고 생각한다.
오늘 저녁에는 멸치 얹은 안주에 술을 마셔야겠다.
다음엔 수현이 엄마도 같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