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도 갑옷이 필요했다

by 드레스 입는 엄마

우리 첫째는 마음에 갑옷을 입었으면 좋겠다.

친구가 “이봐 젊은이” 했다고 울고,

내가 “이 아저씨야” 했다고 화를 낸다.


가끔은 그냥 웃는 것도 기분 나쁘다며 얼굴을 굳힌다.


여린 마음을 모르는 건 아니지만,

조금 덜 아프려면 마음에도 갑옷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매번 상처가 나고 아물어서

굳은살이 생길 때까지 기다리려니

그 과정이 너무 안쓰럽다.

설득하는 나도 지쳐간다.


“아니 그냥 웃은 건데 왜 기분 나쁘냐고. 너 진짜 꼬였어.”


“엄마 너무해!! 엄마 그 드레스 안 어울려! 못생겼어!”


그 말로 내가 다칠 거라고 생각하는 아들의 호기가 우습다.


엄마는 이게 예쁘려고 입는 게 아니다.

전투복이야. 짜샤.


오늘은 센터에 갔다가 병원까지 들러야 했다.

아이 둘만으로도 대기실이 소란스러워지자

센터는 이례적으로 수업을 일찍 시작했다.


“둘이 자꾸 싸워서, 먼저 시작할게요.”


“…죄송합니다. 많이 시끄럽죠.”


고개를 숙이며 서 있다 보니

이상하게도 내가 점점 작아지는 기분이 들었다.


병원에서는 묻지도 않았는데

5일치 약을 내어준다.

나으면 다시 오지 말라는 말이

괜히 서운하게 들린다.


“나 제거 대상 된 기분이야.

원래도 없는 듯이 살았는데,

이제는 내가 폭탄 같아.”


친구에게 징징거리다 보니

문득 알겠다.


센 척을 했지만

나야말로 마음에 갑옷이 필요했다는 걸.


아직 굳은살도 없는 아이에게
나는 너무 단단해지라고만 했던 건 아닐까.


나부터 입어야겠다.

갑옷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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