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오늘 둘째와 대화하느라 첫째의 말을 못 들었다.
우리 큰 아들의 분노버튼이 열렸다.
온 집안에 레고가 날아다녔다.
"아빠가 내 말을 안 들어줘!!!"
남편은 화를 내려고 숨을 고르는 것 같았다.
나는 슬쩍 말했다.
"자기랑 쟤는 사랑싸움 하는 연인 같아.
나랑은 헤어지네 마네 그런 싸움 한 적 없잖아.
아들이랑 하는 기분이 어때."
남편이 부글부글 끓는 얼굴로 첫째에게 말했다.
"화.가.났.구.나.
왜.그.러.니."
로봇 같은 말투였다.
나는 웃음이 터져 배를 잡았다.
엄지손가락으로 따봉도 날려줬다.
'고생 많네, 여보.'
둘째는 저녁을 먹다 말고 발을 식탁 위에 올렸다.
"이게 뭐 하는 짓이야!!!
너 가정교육 어떻게 받았어!!!"
내가 발끈해서 소리를 질렀다.
남편이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그 가정교육을 네가 하는 거잖아.
너 어떻게 가르쳤니?"
순간 머쓱해졌다.
그리고 웃음이 터졌다.
아, 이게 바로
내 얼굴에 침 뱉기구나.
며칠째 감기로 잠 못 이루던 막내가
내 볼에 입을 맞췄다.
"엄마 따랑해."
오늘은 감기약 덕분인지 금세 잠이 들었다.
아이 셋 육아는
늘 정적이던 나를 활화산처럼 만들어 놓았다.
요즘의 나는
화도 많이 내고
웃기도 많이 웃는다.
부쩍 자주 듣는 노래를
나도 모르게 흥얼거렸다.
"다시 누군가 사랑할 수 있을까
예쁘다는 말 들을 수 있을까
하루 단 하루만 기회가 온다면
죽을 힘을 다해 빛나리"
내게 드라마 같은 순간이 있다면
아마 지금일 것이다.
기다렸던 순간이니만큼
죽을 힘을 다해 빛나야지.
아이 셋 육아는
온전히 나를 지우는 일이기도 하지만
덕분에 내가 살아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래서 오늘을 기억하려고
이렇게 글을 남긴다.
나의 드라마는
아직도 진행 중이다.
엄마로서의 나는
오늘도 충분히 예쁘고
충분히 사랑하고
충분히 빛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