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휴. 애를 왜 일찍 낳으라는지 알겠어.”
나는 진작 뻗어버렸다.
“우리 와이프 목소리가 왜 그래.”
그래도 내 걱정하는 건 남편밖에 없다.
왜 나만 이렇게 지치지.
애들은 팔팔한데.
“맨날 골골대는 거 보니 오래는 못 살겠다.”
내 농담에 남편이 바로 받는다.
“애들한테는 아빠보다 엄마가 더 중요하지.”
“아냐. 나는 자기보다 먼저 갈 거야.
우리 집 순서는 나부터야.”
남편이 어이없다는 듯 웃는다.
“야, 너 책임감도 없냐?”
“응. 책임감도 없고 능력도 없어.
그래서 먼저 가는 거야.”
나 진짜 하루라도
내 맘대로 살고 싶다.
엄마는
아프지도 못하고, 쉴 수도 없다.
아픈 몸으로
저녁을 꾸역꾸역 차린다.
“엄마 이거 또 줘.”
둘째는 엄지를 치켜세우고,
“마시 이떠.”
막내도 열심히 먹는다.
괜히 뿌듯해진다.
“난 안 먹을래. 입맛 없어.”
첫째는 수저를 내려놨다.
…역시
내가 먼저 가야겠다.
첫째 외투를 정리하다가
주머니에서 종이 한 장이 나왔다.
<엄마아빠 키어주서서 간사함니다.
전말 간사함니다. 사랑함니다>
학교에서 쓴 모양이다.
왜 안 꺼냈지.
입꼬리가 슬쩍 올라간다.
“여보, 우리 오래 살자.
손주도 봐야지.”
남편이 웃는다.
“아까는 먼저 간다며.”
응.
나는 오래 살 거다.
예쁜 할머니로.
공주잠옷이
유난히 잘 어울리는 할머니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