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레스 위에 포대기를 맸다

by 드레스 입는 엄마

"잠을 그냥 자라고."

막내의 잠투정에 나는 너덜너덜 해졌다.


"그냥 자면, 너도 편하고 나도 편하고!"

주말이 고달프다.


한참 울던 막내의 시선을 끈 건 포대기였다.

"업어도. 업어도."


막내의 등쌀에 포대기를 한 채

아들들과 남편을 찾아 놀이터로 나왔다.


막내는 제법 묵직했다.

"이제 포대기에 안 들어갈 나이 아니냐."

남편이 킬킬댔다.


동네 엄마들도 몇 명 마주쳤다.


"요즘도 포대기가 있어요?"

"잘 업으신다!"

업으려는 마음만 있으면 다 할 수 있거든요.


얼굴을 아는 미모의 엄마와 눈이 마주쳤을 땐

진짜 머쓱했다.


저 집 애는 보채지도 않네.

엄마는 우아하고.


포대기는 유난히 촌스럽고
등에 붙은 막내는 물 먹은 솜 같다.


나귀가 된 기분이다.


문득

그 엄마에게는 아우라가 있다고 생각했다.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시선을 끄는 사람.
예뻐서 좋겠다.


오늘따라 되게 주눅 든다.

내가 내세울 수 있는 게 진짜 없구나.

립스틱이라도 바르고 올걸.


쓸데없는 자격지심으로

고개를 숙이고 웃는다.


이러다가 동네 미친년으로 소문나겠는데.

이미 소문났으려나.

이미 미친년인데 나만 모르는 건가.


어?

그럼 나 아우라 있는 거다.


미친년 아우라!


이 동네에서

이런 아우라는 나밖에 없다.


나 독보적인데.


은근히

뿌듯해진다.


그때

등 뒤에서

막내의 코 고는 소리가 들렸다.


자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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