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의 학습지는 엄마와 아들 사이의
‘누가 먼저 나가떨어지나’ 하는 싸움 같다.
학습지를 뜯어먹거나,
엉덩이를 흔들어대고
오줌을 갈겨대는 첫째 앞에서
엄마는 참는 법을 배운다.
엊저녁에도 숨을 고르며 참아내다가
기어코 소리를 질렀다.
“그냥 해지하자고!!!”
복식호흡을 이렇게 하는 거구나.
첫째 덕분에 발성이 좋아졌다.
“그건 싫어.”
학습지는 하기 싫은데 해지는 싫다니,
그 심리가 이해가 안 간다.
“엄마, 나는 학습지 좋아해.”
불똥이 튈까 봐 둘째는 더 열심히 푼다.
첫째는 둘째의 학습지에도 낙서를 했다.
마지막에는 학습지를 조각조각 뜯어 날리는 피날레.
“나 진짜 착한 엄마라서 참는다!!”
“눈으로는 욕했잖아!”
“저게 진짜!!”
이 정도면 성악이다.
호흡을 고르다가, 엄마는 그렇게 잠이 들었다.
아침에 일어나 뿌려놓은 학습지를 주워 모으는데
분통이 터진다.
"이제는 종이 찢는 것도 도사가 다됐네."
분쇄기급으로 가늘게 찢어져 있었다.
그날 오후,
학교를 다녀온 첫째가 쭈뼛대며 다가왔다.
“오늘은 착한 첫째가 될게.”
저 속을 모르겠다.
“어제는 나쁜 첫째였어?”
“응.
나는 잘하고 싶은데,
자꾸 참을 수가 없어져.”
첫째의 말을 듣는 순간,
더 못 참았던 어제의 내가 떠올랐다.
나 진짜
착한 엄마였나.
나도
잘하고 싶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