푼수지만 철학은 있어요

by 드레스 입는 엄마

나의 첫인상은 썩 좋지 않은 것 같다.

투머치한 드레스 때문일까,

아니면 그냥 내 얼굴 때문일까.


하굣길, 모르는 아이가 넘어졌다.

나는 후다닥 달려갔다.

“괜찮니? 안 다쳤어?”


아이는 못 볼 걸 봤다는 얼굴로 자리를 피했다.


“엄마 누구야?”

첫째가 물었다.


“모르는 애. 그냥 넘어졌길래.”



할머니에게 소리를 지르는 아이를 봤을 때도

나는 또 뛰어갔다.

“할머니 괴롭히지 말어. 힘드시잖아.”


아이의 표정이 더 굳었다.

머쓱해진 나는 호주머니에서 비타민을 꺼냈다.

“혹시… 삐졌어?”



며칠 전에는

잘 알고 지내던 아이 친구 엄마에게

선을 넘었다.


“요즘 언어센터 괜찮던데, 혹시 생각 있으세요?”


자리에서

그 사람을 잃었다.


“아이 문제는 예민한 거잖아.

그냥 속으로만 생각하지.”


지인의 말이 맞다.

나도 안다.


“시기를 놓치면… 발달이 늦어질 수도 있어서요.”


실례인 걸 알면서도,

나는 또 그렇게 말했다.


“푼수인 줄 알았는데 나름 철학은 있네.”

지인이 웃으며 말했다.


예전에는 나도 이해 못하던 행동들을

요즘의 나는 자연스럽게 하고 있다.

“엄마가 되니까요.”


모든 아이가

내 아이처럼 보여서.


나는 어른이 될수록 자꾸 선을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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