뽀로로 이 녀석

by 드레스 입는 엄마

막내는 이고 신으꺼야.

공주 그림이 그려진 장화를

기어이 신고 나갔다.

“패션에 주장이 아주…”


고개를 절레절레 젓던 나 역시

꽃무늬 원피스에 핑크 카디건을 걸쳤다.


“패션이… 확실한 편이네요.”

담임선생님의 눈동자에

나와 막내가 나란히 들어와 있었다.


나는 괜히 머쓱해 웃었다.


나는 딸의 패션에

일부 책임이 있는 것 같다.

어쩌면 이 아이는

가스라이팅의 피해자일지도 모른다.


“발에 비가 와또요.”

하원 후, 딸의 발은 축축했다.


“거봐. 운동화 신자고 했지.”

화를 내보려 했지만

결국 또 웃고 말았다.


“엄마 수명 깎아먹는 짓 좀 그만해.

카페 갈까?”

“엄마는 커피 주쮸,

막내는 딸기 주쮸. 건배!”

막내가 싱긋 웃으며

제 몫의 주스를 쪼로록 마신다.


“너 뽀로로가 엄마보다 좋아?”

뽀요요가 조아!”


나란히 카페 한 자리를 차지했다.


꽃무늬 외투를 걸친 딸과

꽃무늬 원피스를 입은 엄마.

웃는 모양이 꼭 닮았다.


“그 건배 소리 밖에서 하지 말라니까!”

엄마 술꾼인 걸

동네방네 소문낼 생각인가 보다.


딸과 잔을 마주치며

이 순간이

아주 오래 기다려온 장면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뽀로로랑 엄마 중에 누가 더 예뻐?”

"뽀요요!"


와 이건 자존심 문젠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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