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도 약 먹는 집

by 드레스 입는 엄마

한 달에 한 번, 정신과에 오는 날이다.
첫째와 나는 주기적으로 상담을 받는다.


선생님은 표정이 보이지 않게 마스크를 항상 쓰고 계신다.


첫째를 먼저 부르시고, 첫째와 한 10여 분 상담을 한 뒤 나를 부르신다.


첫째와 어떤 얘기를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나와는 처음에 첫째 얘기를 하셨다.


“콘서타(ADHD 약물) 복용 후 어떤가요?”
“휴, 유분증은 일단 좋아졌어요. 무엇보다 아침에 대변보는 스케줄이 생겼어요. 예전에는 아무리 마려워도 하던 일을 멈추지 못했거든요. 약효 때문인지 대변 신호를 이제 좀 캐치하는 듯해요. 안 지린 지 며칠 됐어요.”


“오. 부작용은 없던가요?”
“제가 느끼기엔 며칠 적응 기간이 힘들었어요. 애 텐션이… 진짜 감당 안 되게 높았거든요. 잠도 안 자고요. 지금은 적응은 한 것 같고요.
근데 약효가 떨어지는 시간 같은데 저녁 5~6시부터는 화를 너무 내요. 감정 조절이 안 되고, 화내는 이유나 상황도 예측이 안 돼요. 특히 엄마나 동생들 때리고 욕할 때 정말 힘들어요.”


“첫째가 나아진 것 같나요?”
“이게 나아진 거라면… 솔직히 너무한데요. 진짜 화를 너무 내요. 오히려 약효가 떨어지는 시점에는 이전보다 더 화를 내요.”


내 답변을 듣고 아이가 나아졌다고 느끼셨는지는 모르겠다.
키보드로 뭘 쓰시면서 조금은 웃으셨다. 저녁에 먹는 약 시간을 당기라고 처방을 내주셨다.


“정현란님은 어떠세요?”
“저는 요즘 다시 못 자고 있어요. 새벽에 자주 깨요.”

“또 우울하신 거세요?”
“우울한 것 같진 않은데… 그냥 고민도 있고 생각이 많아요. 그래도 약은 듣는 것 같아요. 집은 정돈되고 있고 감정 조절도 되거든요.”


“술 드시고 옷 쇼핑하신다는 건 여전히 그러세요?”
“네. 술도 마시고 커피도 마시는 건 여전해요. 주사로 드레스를 지른다기보다는, 그냥 우울할 때마다 홧김에 질러요. 우울한 걸 털고 싶어서 지르는 것 같아요.”


끝으로 하고 싶은 말 없냐고 물으셨다.


약에 의존하는 상황은 무섭지만, 그래도 나는 아이들의 감정 기둥이니까 버텨야 한다. 그러니 당분간은 약을 계속 먹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렇게 우리는 또 약 한 달치를 받아간다.


그래도 우리 집은, 엄마가 웃으면 조금은 웃어지는 집이다.
오늘도 웃어 보자.


“집에 가기 전에 카페 한번 갈까?”
“나는 장난감 사 줘.”

“아, 그럼 너랑은 안 가.”

매거진의 이전글첫째가 둘째 이빨을 부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