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인절미일 수 있는데

by 드레스 입는 엄마

억울하다.

하루 종일 집안일을 하고
이제 커피 한 잔 마셔볼까 하는 참에
애들이 하교했다.

왜 이렇게 빨리 와.

아들들이 들어오자마자
종일 치워둔 거실 바닥 위로
가방이 던져지고,
점퍼가 던져지고,
신발이 한 짝, 또 한 짝 흩어진다.

진짜 안 반가운 기분이 들면,
나 나쁜 엄마인가.

“오늘은 태권도 안 가면 안 돼?”
“꼴랑 그거 하나 다니면서 맨날 ‘오늘만’ 안 간대!”

태권도는 가기 싫은데
달란트 시장 때문에 그만두긴 싫다는
저 고약한 심보.

“엄마 미워. 엄마 너무해.”
“너 오늘 엄마한테 짜증 안 내기로 했잖아.”
“이 정도면 짜증 안 낸 거 아닌가.”

뻔뻔한 건지,
기억상실증에 걸린 건지.

아들들을 보는 내 양미간에
짜증이 걸렸다.


태권도장 건물 앞에 세워두고
“엘리베이터 타고 곧장 4층 가!”
소리만 빼액 질렀다.


눈인사하던 도장 친구 엄마는
아이를 4층까지 데려다주고
하원 시간까지 기다릴 참인 듯하다.


그 엄마를 보며 불편해지는 건
내가 못나서가 아니라,
나도 다정해지고 싶어서다.


아이들이 태어나기 전,
그 간절했던 마음을
나는 잊어버린 걸까.


이야기 속 고약한 마을 아전이 된 기분이
씁쓸하다.


막내를 데리러 가는 길,
어디선가 강아지 같은 낑낑거림이 들렸다.

고개를 돌리니
유모차 안에서 우는 아기를
어쩔 줄 몰라하던 엄마가 있었다.


“도와드릴까요?”
내가 그렇게까지 비호감인가.


선뜻 부탁을 못 하시길래,
“아기가 너무 예뻐요.”
웃으며 유모차를 대신 끌어드렸다.


여섯 달 됐다고 했다.
엄마 소리도 못 하는 입으로
끼잉, 울던 아기가
귀여워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내 아이들에게는
말라버린 진흙처럼 굴면서,
남의 집 아기에게는
갓 구운 인절미처럼 구는 나.

내가 봐도 모순덩어리다.


나도 인절미일 수 있는데.
왜 우리 애들 앞에서만 굳어버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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