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는 예쁜 것만 들고 다니던 언니를 만났다.
"언니 반무당이시더라고요."
커피를 내려놓으며 언니는 시크하게 웃는다.
"왜. 뭐. 또 내가 뭐 맞췄어."
언니의 아이가 우리 첫째보다 먼저 ADHD 진단을 받았다.
"첫째가 가정통신문을 안 갖다 줘요. 맨날 그런거 없대."
나는 고개를 젖혀가며 웃었다.
"응. 그거 학기말 되면 사물함에 유물 돼있어. 들고 오기 되게 무거워. 지도 기억 못해서 다 쌓인 거."
>>"학기말에 그거 내가 들고 올 생각하니 벌써 짜증 난다."
"근데 그거 짠하다니까."
>>"언니는 아직 사랑이 남아있으시구나.
나는 요즘, 짠하다는 생각도 잘 안 들어요."
"걔는 진짜 기억을 못 하는 거니까. 전두엽 발달 그런 거 진짜 맞긴 맞나 봐."
그냥 귀찮아서 안 가져오는 줄만 알았다.
"진짜 애는 기억을 못 해. 나도 맨날 싸웠어. 근데, 다른 선생님이 이걸로 화를 내시니까 그건 또 다르더라. 짠하기도 하고."
>>"안쓰럽다는 생각이 들긴 하겠어요."
위로를 바란 건 아니었는데, 그래도 조금은 기대했나 보다.
>>"언니 말이 위로는 안되네요."
언니는 "위로를 바라?" 하고 코웃음을 치다가
부럽다는 듯 말했다.
"그래도 나는 현란씨 시기에 이런 애 키우는 사람이 진짜 나밖에 없었거든.. 현란 씨는 내가 있잖아."
그 말이 고마웠다.
"언니 요즘 살 빠졌네요. 왜 이렇게 해쓱해졌지?"
"늙은 거야."
응수하는 언니를 보며 세월을 느꼈다.
언니는 내가 아는 사람 중 명품백을 가장 좋아하는 '미대 나온여자'였다.
결혼 10년 차가 됐고, 아이 셋 엄마가 되고 나니 미대 나온 여자도 요즘은 머리를 질끈 묶고 배낭을 멘다.
"예쁜 건 손목 아파서 이제 못 들어."
"언니 결혼초에 참이뻤는데."
"남편새끼 잘못 만나서."
웃음을 터트리는 언니는 그래도 행복해 보인다.
경쟁하듯 스스로를 낮추던 두 엄마는 그래도 끝에는 슬쩍 아이 자랑을 한다.
"계주가 됐거든. 달리기는 잘하더라고 "
"한글로 편지를 썼더라고요.
저, 좀 감동했잖아요."
마주보고 마시는 커피가 달다.
덜 꾸미고 더 초라해졌어도, 우리는 예뻐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