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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토일 Feb 04. 2024

철권, 오스카와일드 그리고 아버지#3

낙선 소설

 선우의 가짜휘발유 사건은 두고두고 회자 되는 이야기였다. 매형다운 노릇을 한다며 선우가 민박도 직접 잡은 가족 여행에서의 일이었다. 진숙의 여동생 진희와 진애 식구들과 바닷가로 가서 1박을 한 다음날 꼭두 새벽에 선우는 어디선가 드럼통을 여러 개 싣고 와 매제들 차에 주유했고, 싸게 구해왔다는 그 휘발유는 가짜휘발유였다. 차는 전부 수리를 맡겨야 했다. 진숙은 동생들과 통화할 때 그 일을 몇 번이고 반복하며 쪽팔리다고 말했다. 그러면 말하지 않으면 그만인 일을 계속 들춰내 쪽을 팔고, 쪽팔려라고 말하는 진숙이 미주는 선우보다 더 이해되지 않았다. 5,6년 쯤 전에 일을 미주는 떠올리며 자식은 부모를 닮는 구나라고 자신을 합리화하는게 급급할 뿐이었다. 미주가 센 척하며 취업 턱을 낸다고 친구들을 싸구려 바에 데려갔는데 그날 먹은 양주는 가짜 양주라는 걸 그녀는 알고 있었다. 그바까 싼 이유는 가짜 술을 팔기 때문이라는 걸. 미주는 선우가 무슨 마음이었는지에 대해서 이해했다. 진숙은 선우에 대한 그런 창피한 기억들, 주로 선우가 잘못한 일을 미주에게 말하며, 너도 기억하지? 라고 물었고 미주는 반드시 응이라고 대답해야 했다. 그렇지 않고 잘 모르겠네.라고 동조하지 않으면 지애비 닮아서 싸가지가 없다느니, 냉정하다고 말했고 그때마다 진숙의 얼굴 미간 독수리 양날개는 홰를 쳤다. 미주는 자식이니 아빠를 닮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억울했다. 선우를 선택해서 자신을 낳은 건 진숙이기 때문에 진숙도 결과물(?)에 대해서 일정부분 책임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미주는 부모 탓을 했다. 작은 실수에도 그게 아빠 없이 자란 탓이라는 생각을 했다. 직장에서 텃새를 당하거나 상사로부터 인간 이하로 취급받은 날은 원망의 대상을 찾았고 그 끝에는 늘 그녀의 아버지, 선우가 있었다. 당신 나한테 왜 그랬어. 당신이 나만 안 버렸어도. 하고 아무 상관도 없는 문제에 선우를 끌어들였다. 

 미주와 진숙은 종교에서 아버지, 그러니까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를 찾았다. 미주는 사실은 평생을 원망만 하기에 스스로 너무 괴로웠기 때문에. 종교에 의탁해 원망이라는 감정보다는 다른 감정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를테면 들풀이나 기르는 개에게 가질법한 연민 같은 거. 하지만 모녀는 아버지께, 선우가 살아있다면 (살아있는데도 돌아오지 않는거라면) 죽여달라고 빈 적도 있었다. 진숙은 미주의 두 손을 꼭 잡고 불 꺼진 방에서 통성기도를 할 때면 그렇게 빌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주기도문으로, 내가 죄지은 자를 사하여 준 것 같이 우리 죄를 사하여 주시고라며 속죄했다. 진숙은 오래 전 그 일은 미주가 기억 못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아니면 자신이 정말 속죄받았다고 생각하는건지 미주는 궁금했다. 나중에 미주는 천주교로 개종했고 거기서 생각과 말로도 죄를 지은 것이라는 걸 알게 됐을 때 선우의 죄, 진숙의 속죄에 대해 생각했고, 그곳에서 한 발 빼고 있는 자신의 죄에 대해 생각했다.      


 맞물려 돌아가는 인생의 톱니바퀴에 접점 같은 게 있다면 선우와 미주의 맞물린 톱니는 8개라고 미주는 생각했다. 7살까지 7년 동안 7개에다가 올해 다시 만난 1개까지. 그리고 7개 톱니와 새로 생긴 1개 사이에 이는 다 빠져있었다. 이 동력장치는 어딘가 고장이 나도 하나도 이상하지 않다고 미주는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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