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몌짱이 May 24. 2024

이제 운동화끈을 묶어요, 광안



슬쩍 다가오는 여름이 파란 하늘을 내어주었다. 하지만 아직 한여름은 아니라서 걷는 느낌이 최고다. 잊을 만하면 조금씩 불어오는 바람을 맞아가며 한 발 한 발 내딛는다. 오늘은 바다로 가야겠다고 생각한다.



지하철 2호선 광안 역에서 내리면 우리가 생각하는 그 '부산 바다'로 갈 수 있다. 봄과 가을에는 그림처럼 예쁘고 여름에는 화사하며 겨울에는 한껏 포근한 그 바다 말이다. 단, 운동화끈이 풀어지지 않게 꼭 묶어야 한다. 바다에 도착하기까지는 약간의 기다림과 걸음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잠깐 걷는 동안 나지막한 자세로 앉아 있는 건물들과 가게들을 본다. 잠깐 바다 구경을 하다가 이곳으로 가야지,라고 생각할 만한 가게들이 여럿 있다. 맛집을 고르는 것은 언제나 설렌다.



올해 찍은 사진은 아니지만 바다가 너무도 고스란히 담겼다.




바다에 도착한다. 걸음과 기다림이 아깝지 않다. 역시나 하늘은 깊고 푸르다. 우리는 바다 같은 하늘, 하늘 같은 바다라고 이야기하곤 하는데 그 말에 고개를 끄덕여 공감하게 된다. 유난히 밝은 표정의 사람들과, 햇살에 눈을 찡그리면서도 웃을 수밖에 없는 이 바다의 묘한 분위기에 함께 섞인다. 어느새 나도 다른 사람들과 닮아간다. 이 장면을 그림으로 그려도 전혀 어색할 것 같지가 않다.



부산에 여행을 오는 사람들에게 광안리에 한 번 가 보라고 말하는 이유는 광안리 해변이 주는 아름다움과 특유의 편안함 때문이다. 아름답고 예쁜 모습이기에 다가가기 어려운 것이 아닌, 세심하게 잘 정돈된 해변의 모습이 왠지 모를 편안함을 자아낸다. 해변가에 늘어선 여러 식당이나 카페, 술집들도 꽤나 멋지다. 굳이 다른 곳으로 이동하지 않아도 하루를 다채롭게 보낼 수 있다.



광안리는 혼자 걷기에도 꽤 괜찮은 장소다. 해변은 길게 뻗은 광안대교와 시선을 나란히 하며 걸을 수 있는 산책로 역할을 한다. 특유의 박자를 만들어내며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를 보는 동안 나는 생각보다 멀리 걷는다. 만 걸음의 발자국과 수많은 생각을 혼자서도 만들어낼 수 있는 좋은 산책 장소다.




요즘의 사람들에겐 자신을 안아줄 수 있는 자기만의 장소가 필요하다. 하지만 고독하여 혼자 외롭지만은 않은 곳을 찾게 되고, 우리는 결국 바다로 돌아온다. 끝이 없을 것만 같은 모래알의 무리를 살포시 밟고 바다를 마주하고 있노라면 우리는 아주 작은 존재가 된다. 오히려 작은 존재이기에 특별한 우리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광안>

부산 2호선

부산 수영구 수영로 576

작가의 이전글 원하는 색깔을 골라, 서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