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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몌 May 31. 2024

우리라서 외롭지 않은, 사상


어느 봄, 처음으로 삼락공원에 가게 되었다. 반짝반짝거리던 봄날에 너무나 잘 어울리게도, 그날의 삼락은 꽃으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얼마간 걷다가 또 한 번 발을 옮겨 걸어도 끝나지 않던 꽃길과, 같은 공간에서 꽃 같이 싱그러운 표정을 짓고 있던 여러 사람들의 무리를 기억한다. 그리고 마치 기적처럼, 지하철을 타고 조금만 오면 다시 그 아름다운 벚꽃길을 찾을 수 있는 거리에 살게 되었다. 어쩌다 한 번 벚꽃놀이를 하러 간 삼락공원, 그리고 그 공원이 있는 부산에 이렇게 살게 되었다고 생각하니, 왠지 모든 세상일이 아득하게 느껴진다. 



부산진구에 사는 나는 사상구에도 자주 오는 편이다. 특히 사상 역은 삼락공원에 올 때가 아니라도 줄곧 오게 되는 장소다. 친한 부산 친구가 이곳에 살기 때문이기도 하고, 근처 덕포역의 부산도서관을 찾았다가 사상역까지 걸어오기도 하기 때문이다. 남편의 회사와 멀지 않아 회사 사람들과 함께 모임이 있을 때 몇 번 가기도 했고 시댁과의 가족 모임을 사상에서 하기도 한다. 그러고 보면, 사상은 누군가를 만나기에 좋은 장소라는 생각이 든다. 주변에 먹을거리도 많고 모여서 한 잔 하기에 좋은 장소들도 많다. 실제로 사상에서 약속을 잡는 사람들도 많고 버스터미널이 있어 사람들 자체가 많은 장소기도 하다.



남편과 나는 주말마다 여기저기 맛집이나 좋은 카페를 찾아가는 게 취미이다. 사상역 근처에도 맛집이 많았다. 골목 가운데에 위치한 돈카츠 집, 사상 터미널 맞은편 어딘가에 있는 유명한 주꾸미 집, 항상 사람들로 가득 찬 돼지국밥 집과 해장국 집 등 유명한 집들이 사상에 많이 모여 있다. 사람이 많이 모이는 장소이니만큼 맛있는 음식이 있는 가게도 많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렇다 보니 여기저기 다니면서 사상역에서 남편과 쌓은 추억도 꽤 많다. 연애하던 시절부터 최근까지, 사상역에 엄청 자주 오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휴대폰 갤러리에 담긴 사진이 제법 된다. 



특히, 친구가 사상역으로 이사를 오게 되면서 이곳이 좀 더 친근해졌다. 프리랜서로 일하는 나는 친구가 쉬는 날이나 퇴근할 시간에 사상역에서 약속을 잡곤 했다. 맛집에 가서 먹고 싶은 것을 마음껏 먹으면서 수다 떠는 기분도 좋고, 술이 없어도 취한 것처럼 신나게 놀 수 있는 친구가 있다는 것도 너무나도 좋았던 시간들이었다. 물론 친구가 살고 있는 곳이라는 것만으로 충분히 애정을 갖게 된 곳이기도 하다. 결혼해서 잘 살고 있는 친구를 보며 안도할 수 있는 것, 그리고 나 역시 잘 살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행복이라고 느껴지기에, 사상역도 내 동네만큼이나 소중한 곳이 되었다.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이유로 사상역을 찾는다. 하지만 사상역이 출발과 도착으로 엮어진 분주하고 생명력 있는 곳임은 분명하다. 사람은 사람과 부대끼며 살아야 한다. 그래서 나는 이따금씩 사상역에 간다. 거기엔 분명히 이유가 있다. 



<사상역>

부산 2호선

부산 사상구 사상로 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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