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20대가 되었을 때의 해방감과 대학교 생활에 대한 기대감은 결국 스무 살의 나를 철없는 어린아이처럼 만들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서울에서 혼자 자취를 하면서 보낸 시간들은 꽤 아름다웠다. 건물을 비추며 부서지는 뜨거운 햇살의 낮, 도시의 북적거림과 적막함을 모르는 밤, 무거운 가방을 들고 걸어 다녀도 별로 힘들지 않았던 하루하루들은 그 시절에만 보낼 수 있는 의미의 시간들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요즘도 이따금씩 그때를 생각하고, 그날들을 되짚으며 마음속으로 시간여행을 하기도 한다. 그러다가 문득 그날들이 생각 속에서 좀 더 짙은 색깔을 띠게 될 무렵엔, 내가 다녔던 학교는 아니지만 왠지 모르게 캠퍼스를 걷고 싶어 진다.
이렇게 학교가 있는 곳을 걷고 싶어지면 2호선을 타고 집에서 조금 떨어진 곳으로 간다. 하지만 막상 지하철을 타고 가면 생각보다 금방 도착한다. 어느덧 경성대부경대 역에서 지하철이 멈춘다.
여기에 오면 왠지 마음이 몽글몽글해진다. 서울에도 지하철이 있고 내가 다니던 학교의 이름을 가진 역이 있었기에 대학교 이름을 가진 역은 나에게 언제나 그런 류의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반짝이면서도 반짝이는 줄 몰랐던 이십 대의 순수함은 대학가 여기저기에 묻어있다. 30대 후반이 되어서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다.
역 근처는 평일이라 그런지 지나다니는 학생들로 북적거린다. 비교적 조용한 곳에 있다가 모처럼 활기를 띤 곳에 온 기분이다. 보통 부산 이곳저곳을 다닐 때는 솔직히(?) 맛집이나 카페에 관심이 많은 것이 사실이지만 이곳만큼은 정말이지 캠퍼스를 걸으러 오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많은 가게들과 상점들을 조금 빨리 지나치며 걸음을 재촉한다.
엄청 높은 건물들보다는 비슷비슷한 크기의 나지막한 건물들이 많은 곳이기 때문에 하늘이 무척이나 잘 보인다. 그러고 보니 남편과 이곳의 하늘을 본 지도 정말이지 오랜 시간이 지났다. 부산에 살지 않았어도 경성대부경대역 근처에서 데이트를 한 순간들이 군데군데 기억으로 남아있다. 여기에 오면 우리가 스물다섯이 아닌 스무 살 무렵에 만나서 같이 대학생활을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각자의 스무 살, 우리가 지금보다 조금 어렸을 때로 돌아가서도 함께 하고픈 마음은 똑같았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오늘도 손을 잡고 걷는다. 하늘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곳에서 사진을 찍는 것을 잊지 않는다. 여전히 몽글해진 두 마음을 끌어안고 계속해서 캠퍼스를 걷는다. 우리는 우리의 이십 대를, 혹은 각자의 순간들을 떠올린다. 학교를 한 바퀴 돌아 다시 거리로 나온다. 가장 아름다운 시절을 보내고 있는 이십 대의 학생들 무리에 섞여 함께 걸어본다. 때로는 내가 조금씩 어른이 되어가고 있음을 실감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아직도 그때의 기분들이 몸에 남아있음을 느낀다. 그렇게 조금씩 시간이 흐르고, 언제 과거에 몸을 담갔느냐는 듯이 다시 지하철역을 향해 간다. 우리의 하루를 그렇게 마무리하며 다시 지하철에 올라탄다.
<경성대부경대역>
부산지하철 2호선
부산 남구 수영로 3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