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그리워하는 겨울은 잠시 자리를 떠나 곁에 없다. 하지만 남포동의 겨울을 담은 사진들을 보고 있노라면 그 시간도 멀지 않은 듯해 이 더운 여름을 좀 더 소중하게 움켜쥐게 된다. 지난겨울엔 남포동에 자주 갔다. 특히 그날은 한 해의 마지막 날이었다. 반짝이는 불빛들 사이로 새해를 축하하는 사람들의 무리가 또 다른 불빛처럼 거리를 장식하고 있었다. 우리는 그 틈에 끼어 진심을 다해 새해가 온 것을 환영하고, 축하했다.
남포동은 정말이지 빛과 잘 어울리는 곳이다. 높은 건물들과 화려한 새 건축물들이 빛과 더 잘 어울릴 것 같지만, 남포동의 상대적으로 나지막한 건물들과 상가들이 만들어내는 빛은 남포역 주변의 동네를 어느 곳보다도 아름답게 만든다. 특히 축제나 행사를 하는 기간에는 갖가지 예쁜 조명들이 길 위를 환하게 밝힌다. 겨울이면 그것을 보러 사람들이 일부러 남포동을 찾기도 한다.
남포역에는 국제시장이 있어 시장구경을 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양옆으로 나란히 늘어서있는 크고 작은 가게들은 일일이 다 들어갈 수 없을 만큼 많고, 그것들을 구경하는 사람들과 볼일이 있어 시장을 찾은 사람들로 거미줄 같은 온 거리가 북적거린다. 시장에서만 먹을 수 있는 먹거리들도 특별하다. 씨앗호떡은 줄 서서 먹는 음식이 되었고 그 외에도 유명한 음식점들이 많다.
남포동 거리를 걷다가 용두산 공원에서 잠시 쉬었다 갈 수도 있다. 조금 높은 지대에 위치해 있긴 하지만 에스컬레이터가 설치되어 있어 오르내리기가 편리하다. 그러고 보니 나는 어렸을 때도 잠시 부산에 살았었다. 외할머니 손에 길러진 '부산 소녀'였던 나는 이따금씩 가족들과 이곳에 왔었다. 그 당시엔 공원 바닥에 모여 앉던 비둘기들도 신기했었는데 지금은 비둘기가 무서워 피하기만 한다고 생각하니 공원을 오르는 내내 어렸을 때가 그립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은 공원 내 편의시설이나 기념품샵 같은 것들이 조금씩 달라지기도 했고, 각종 설치물들도 조금씩 달라졌다. 하지만 용두산타워는 여전히 웅장하고, 아름다웠다.
남포동을 벗어나 버스를 타고 얼마간 가면 영도 구경도 할 수 있다. 꽤 오래전에 영도의 동네 길을 오르면서 느꼈던 감정들은 이제는 조금씩 퇴색되어 사라지고 없다. 영도는 그때보다 더 아름다워졌고 찾는 사람도 많은 '핫플'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있어서 영도는 그저 자신이 살아가던 곳이자 여전히 바다와 가까운 하나의 옛 섬일 수도 있다. 영도에 올 때면 남편의 어린 시절을 그대로 마주하는 것 같은 마음에 신기하기도 하고 왠지 모르게 이곳에 정이 들기도 했다.
이외에도 미처 하지 못한 이야기들이 엮여 있는 남포역. 그 많은 이야기들을 하나둘씩 떠올리다 보니 남포역은 그저 지나쳐 가기엔 너무나도 나의 삶과 이어져 있는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과거에도 그랬고, 현재에도 조금씩 계속되고 있는, 그런 시간 속에서 또다시 지하철을 기다린다.
<남포역>
부산 1호선
부산 중구 구덕로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