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이 오지 않기를 빌며 함께 밤거리를 걷곤 했다. 서로를 기다리고 기다려주는 일도 많았다. 큰길을 가로지르는 육교 위에 올라서서 나 자신의 자그마함을 실감하곤 했다. 해가 적당한 새벽녘에 나와 땅을 밟는 느낌에 괜스레 설레기도 했다.
가야역과 개금역 사이에 있는 동의대역. 부산에 살지 않는 사람에게도 꽤 잘 알려진 서면에서도 멀지 않은 역이다. 대학교가 조금 높은 곳에 자리하고 있긴 하지만 그 주변에 크고 작은 가게들도 많고, 식당이나 카페에 자리 잡고 앉아 각자의 시간들을 모습을 보내는 학생들을 볼 수가 있다. 은근히 맛집이 많아 동의대 학생들이 아니더라도 많이 찾아오는 것 같기도 하다. 대학가이니만큼 20대 학생들의 에너지가 느껴지면서도 서면보다는 상대적으로 조용하고 안정적인 느낌이다.
동의대역의 주택가 역시 단아하고 조용한 고유의 분위기를 가지고 있다. 나는 바로 그 분위기를 좋아했다. 가야대로를 약간 벗어나 사잇길로 들어오면 마치 큰길과는 다른 세계인 양 펼쳐지는 작은 골목길들, 그리고 담장을 돌아 시야에서 사라졌다 들어왔다 하는 나지막한 집들은 아파트 아닌 주택에서는 거의 살아본 적 없는 나에게는 너무나도 아늑하고 정감 있게 느껴졌다.
나는 줄곧 동의대역에서 시간을 보냈다. 남들에게는 별 의미 없는 시간이라고 해도 나에게는 그것이 단순히 시간 죽이기가 아닌, 의미를 더하는 행위였다. 봄과 여름에는 푸른 잎사귀 아래에서 햇살을 느끼고, 가을과 겨울에는 얼어붙은 듯한 큰 도로를 쌩쌩 달리는 차들과 발을 맞춰 총총걸음을 옮기곤 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나도 다른 모든 것도 조금씩 변함을 느끼지만 그것을 딱히 슬퍼하지는 않기로 했다. 자주 가던 그곳도 조금씩 시간이 지나면서 빛바랜 사진 같은 순간들로 변하는 것을 실감한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나는 삶을, 인생을 좀 더 단순하게 바라보기로 했다. 영원한 안녕은 없고 마음이 닿는 곳엔 언제든 다시 갈 수 있다고 생각하면, 어떠한 이별이나 상실도 그렇게 슬프고 복잡하진 않다. 모든 것들은 끝나지 않은 그 무엇들 속에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니 모든 게 괜찮게 느껴진다.
<동의대역>
부산 지하철 2호선
부산 부산진구 가야대로 5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