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살 백수, 브런치에 오기까지 (2)

세상은 기꺼이 알려준다

by 남형주


나는 누구인가

내가 어디에 있는지, 어디를 가고자 하는지 알기 위해서 먼저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질문에 먼저 답을 해야 했다. 며칠간은 이것들이 온통 머릿속을 가득 채워 맴돌았다. 나를 알기 위해서는 외부의 영향을 가장 덜 받았을 때의 나의 정보가 필요했다. 길을 걸을 때나 노래를 들을 때 등 일상 속의 나를 전보다 유심히 들여다보며 순간에 느낀 감정들을 어렸을 적의 나와 관계 지어 생각하고, 그것들을 글로 옮기며 생각을 정리했다.


글을 쓸때면 어렸을 적 가졌던 나의 고유의 색이 이런저런 이유로 바래졌구나 새삼 깨달았다. 어쩌면 매 순간 더 나은 것이 존재하는 이 사회와 쾌락이 만연한 이 세상에서는 색을 입히는 것보다 보존하는 것이 훨씬 더 어려운 일 일지도 모르겠다. 뿔뿔이 흩어져 어떠한 색의 역할도 하지 못하며 이 세상 어딘가를 유영하고 있을 나의 것들을 되찾고 싶었다.



작은 질문

생각과 감정을 글로써 옮길때면 천진난만했던 당시 나의 모습으로 온전히 돌아가는 들뜬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이는 그때의 기억을 더욱이 진하게 만들어 주었고, 그것을 계속해서 하고싶게 만드는 동기부여를 주었다. 그렇게 작은 질문의 신호탄은 나를 브런치까지 오게했다.



장면


관찰의 기록 덕분인지, 어느 날은 글을 쓰는 중에 초등학교 2-3학년 즈음에 혼자 집에서 심상에 취해 시를 쓰던 하는 장면이 떠올랐다.


사랑 글귀


차가운 겨울날, 아파트 단지 내는 푸른빛이 감돌았다. 창백한 어둠의 거실, 외로이 밝은 누나방 책상 앞, 8부 정도쯤 짧아진 하늘색 내복, 대충 찢긴 노트 몇 장과 출신미상의 뭉툭한 연필 한 자루, 엄마 리듬 특유의 도어락 입력소리, 겉옷을 채 내려놓기도 전 식탁 위에 올려져 있는 삐뚤빼뚤한 사랑글귀 몇 가지, 평가를 기다리며 으쓱해하던 작은 꼬마, 그제야 환히 켜지는 거실등



파편 한 조각


장면이 꺼지고 키보드 위의 내손은 너무 크게 느껴졌다. 이질적이지만 어색하지만은 않은 미묘한 감정들, 고운 모래 위를 뒹굴던 반짝이는 유리파편 한 조각이 눈에 들어 왔고 그렇게 나는 소중한 조각들을 찾기 위한 여정을 떠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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