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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코 Aug 13. 2023

브런치 작가가 되면 이건 꼭 써야 한다고 들었는데요.

[브런치스토리] 브런치 작가가 되신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신청한 지, 주말을 제외하면 대충 이틀에서 사흘이 걸렸다. 신청서를 제출하고 가끔 빈 메일함을 기웃거리긴 했어도, 이상하게 선정이 되지 않을 거란 생각은 없었다. 아니, 글이든 신청서든 꽤 고심해서 작성했으니까 선정되지 않더라도 아무렴 어떤가 싶었던 것 같다. '까짓 거, 떨어지면 언제든 다시 넣으면 되지.' 하지만 나는 운이 참 좋게도, 작은 글 하나로 단 한 번의 신청으로 선정이 됐다.




뭐, 글을 쓰는 법을 전문적으로 배운 적도 없어 문장력이 특별히 좋거나 독특한 문체를 가지고 있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글을 다루는 것이 좋았다. 글을 쓰는 일이 얼마나 좋냐고 하면, 그림을 그리는 일만큼. 여기 나 같은 사람이 또 있을지 모르겠지만, 전화보다 카톡이 훨씬 좋을 정도. 학창 시절부터 미술학도에게 미술에 관련한 수상은 어쩌면 주변의 많은 응원만큼 당연한 일일지 모르지만, 놀랍게도 백일장 수상이 더 많았던 걸 생각하면 나는 작문에도 애정과 열정이 많았다.


'언젠가 꼭 내 글을 써 보고 싶다.'


어릴 땐, 왜 그렇게 '어른'이란 두 글자에 지나치게 많은 기대를 품는 건지. 어른이 되면 뭐든 쉽게 시작할 줄 알았다. 하지만 생각과 달리 내가 생각하는 어른은 여태 오지도 않았을뿐더러, 막상 나이를 한 살씩 먹어가며 보이는 것들이 더 많아지니 '도전'에 필요한 연료인 무모한 용기의 양이 하루하루 눈에 띄게 줄어들기 시작했다. 카카오가 '브런치'란 꽤 괜찮은 서비스를 출시했단 소식에도, 실수와 실패를 유독 무서워한다는 완벽주의적인 성향까지 더해 완벽하게 겁쟁이가 된 나는 선뜻 나서지 못한 채 벽 뒤에 숨어서 짝사랑 상대를 지켜보는 모습처럼 또 몇 년의 시간을 보냈다.


어리다면 어리지만 그렇다고 적진 않은 나이, 서른이 되어서야 나는 더 이상 내가 해 보고 싶었던 것들을 시도도 해 보지 않은 채 언제까지 묻어둘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제야 깨달았다. '이럴 수가... 나 정말 백지에서 시작해야 하는 거야?' 중도에 귀찮아서 포기하더라도, 혹은 너무 어설퍼서 혹평을 받더라도, 무수히 많은 실패의 잔재들이 남아있더라면! 좋은 실패들은 좋은 재료가 되는 법이라서, 더 괜찮은 시작을 만들었을 텐데... 지난 내가 멍청했다 해도 이제 와선 어쩔 수 없지. 중요한 건, 더는 미룰 수 없었단 것!




호기롭게 외쳤지만 제일 먼저 한 일은, 글을 꽤 잘 쓰던 친구에게 브런치 작가 신청을 권유했던 것이었다. 브런치 작가가 되기 위해선 작가로 선정이 되어야 했는데, 이게 가만 보니 한 번만에 됐단 사람도 있고 재수, 삼수, 사수까지 하는 사람도 있단 소리에 나름대로 효율적인 방법을 고민했다. 그래서 친구가 먼저 작가에 선정되는 과정을 지켜보고 난이도를 추측해서 신청해야겠단 치밀한(?) 계획이긴 했다. 내 예상대로 역시 글을 곧잘 쓰던 친구여서 그런지, 이 녀석은 브런치 작가에 한 번에 선정이 됐다. 써 놓고 보니까 미안하다. 이 친구 홍보하고 갑니다.


아무튼 생각보다 손쉽게 브런치에 입성한 친구의 과정을 옆에서 지켜본 바, 중요한 것은 세 가지로 생각했다.

1. 생각보다 장편의 글이나 많은 양의 글이 필요하진 않다는 것. 2. 내가 어느 정도 문장을 다룰 줄 아는 사람이라면, 글을 쓰는 솜씨보다 내가 브런치에서 어떤 주제의 글로 어떻게 활동할 것인지 설명하는 기획이 견고할 것. 3. 그리고 장기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주제와 기획일 것.


나는 친구가 신청을 넣고 기다리는 사이 서랍에 써 뒀던 작은 글 하나를 꺼내, 늦은 새벽 많은 고민으로 기획서를 작성했다. 브런치팀에서 일하는 내가 무수히 많은 신청서 사이에서 새로운 작가들을 선정해야 한다면, 과연 나의 글은 흠 잡힐 곳 없이 담백할지. 나에게도 그렇듯이 브런치에게도 매력적인 소재일지.


그리고 나 이제는 겁내지 않고 잘할 수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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