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력서와 면접
알바 공고는 많았다.
그러나 나는 자격이 되지 못했다. 대부분의 공고는 3가지를 공통으로 요구했다.
하나. 경력자.
공고를 보고 깨달은 사실인데 나는 한 번도 고객을 대면하는 서비스업에 종사해 본 적이 없었다. 학창 시절 알바를 해본 적은 있지만 플로리스트 보조, 영상 촬영과 편집 등 기술직만 해보았다.
다행스럽게도 나는 낯선 사람과의 대면을 어려워하는 편은 아니었다. 또한 지인에게 다정하고 친절하다는 이야기를 듣는 편인데 사람을 가린다는 말도 함께 듣는다.
둘. 최소 6개월 이상 오래 근무 가능한 분.
내가 얼마나 일할 수 있을지 나도 모르겠다. 체력의 벽에 부딪혀 하루 만에 포기할 것도 같았다. 계절별 판매 상품과 매출이 다르니 의지로 채워보리라.
셋. 30대 미만.
전 40대입니다. 어느새 그렇네요. 이건 제가 극복할 수가 없네요.
기타 자격 요건으로 생각나는 것들 몇 가지가 있다.
긍정적이고 서비스 마인드가 있으신 분.
손 빠르신 분.
책임감 있는 분.
근무일이 아닌 날 대체 근무 가능한 분.
그렇다면 알바가 카페로부터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최저시급이다.
그마저도 수습 기간 있음, 교육 기간 있음이라는 매우 수상한 항목들이 눈에 띄었다.
함께 오래 일하며 성장할 수 있는 가족 같은 분을 뽑는 거니 가벼운 마음으로 지원하지 말아 주세요라고 맺는 공고글을 여러 개 보았다. 당신의 가족에게 이런 일자리를 자신 있게 권할 수 있는지 묻고 싶었다.
원하는 시간, 집에서 가까운 순으로 지원서를 넣었다.
이틀 뒤부터 면접 제의가 왔다. 그럴 거 같았다.
구직자는 일자리가 없다고 하는데 회사에서는 늘 일할 사람이 없다고 한다. 조건을 맞춰 뽑았으나 여러 이유로 퇴사를 한 경우 다음엔 예외적으로 왠지 느낌이 오는 사람을 몇 섞기도 한다. 난 바리스타 자격증은 없지만 조리사 자격증은 보유하고 있다. 음료 제조 부분에 문제가 없으리라 판단할 것으로 기대했다.
연락 없이 알바시간에 나타나지 않는 25세 미만 알바들이 많았다며 26~30세까지만 원하는 공고가 있었다. 그분 외에도 같은 문제를 겪은 사장님이라면 나이도 뚫어볼 여지가 충분하다 싶었다.
8번의 면접을 보았다.
면접자리에서 경력이 없어서 안 되겠다는 소리를 할 거라면 제 소중한 시간을 굳이 써야 하셨나요?
교육기간 동안 제대로 1인분의 일을 못한다는 걸 그렇게 강조하시니 다음 이야기는 안 들어도 들은 거 같습니다.
왜 제게 경영의 어려움을 이야기하시나요? 그럴 거면 돈 내세요.
그리고 한 곳에서 출근하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교육 기간 동안 최저시급을 주지 않는다고 했고 교육 기간은 한 달 정도 예상한다고 했다.
최저임금법 검색을 통해 한 노무사의 상담 결과를 찾았다.
최저임금법 해석에 대한 제5조 제2항에 따라 1년 이상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수습 기간을 3개월 이하로 명시했으며, 단순노무직이 아닌 경우에만 최저시급의 90%까지 감액할 수 있다.
대부분 카페 알바는 1년 미만 계약이므로 전액 지급해야 한다.
교육이 실제 업무 수행을 포함한다면 근로에 해당하므로 최저임금 전액을 지급해야 한다.
최저임금을 맞춰주는 데를 찾기 위해 시간을 보내다가 모처럼 찾아온 의욕이 사그라들까 출근하겠노라 대답했다.
씁쓸함이 첨가된 기쁨을 맛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