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기간
교육 기간이 시작되었다.
기존 알바와 함께 일 4시간 이하로 근무하는 형태로 이루어졌다. 총 3명의 선임과 만났는데 일하는 스타일이 조금씩 달랐다. 설거지를 오래 하는 위생파, 목소리 톤이 '라'인 친절파, 매사 꼼꼼했던 성실파. 혼자 일을 해야 하는 매장 특성 때문인지 모두 달인처럼 빨랐다. 언젠가 후임에게 나는 어떤 선임으로 보일지 문득 궁금해졌다.
고객 응대와 음료 제조를 기본으로 오픈과 마감에 포함된 정산, 재료 프랩, 굿즈 전시, 테이블 세팅, 청소 교육받았다. 시간대별로 업무가 촘촘하게 배분되어 있었는데 어떤 조를 하든 업무량이 비슷했다. 문서화된 교육 매뉴얼은 보지 못했는데 3명이 전달하는 게 거의 똑같았다. 매니저님이 굉장히 관리를 잘하는 게 느껴졌다. 만약 내 카페가 잘되면 스카우트하고 싶은 인재였다.
낯설어 데면데면하던 포스는 다행히도 휴대폰 사용자라면 누구나 쓸 수 있는 쉬운 녀석이었다. 시간이 지난 지금도 어쩌다 버벅댈 때가 있는데 쿠폰 사용 버튼을 못 찾아서다. 버튼은 적고 쿠폰 판매처는 다양하니 일대일이 아니고 다대다 대응이라 여러 버튼 안에 어떤 쿠폰들이 포함되는지 통째로 외워야 했다. 똑같이 바코드를 찍는데 굳이 다른 버튼을 선택하게 만들었을까? 프로그램으로 분류할 수 있었을 텐데. 실사용자인 가맹점주와 근로자는 그다지 고려하지 않은 UI다.
포스 사용 어려움의 두 번째 이유는 100가지가 넘는 메뉴였다. 카페에서 사용하는 재료를 크게 나누면 원두, 우유, 물, 얼음, 시럽이나 파우더 형태의 각종 첨가물이다. 몇 가지 안 되는 재료를 조합해서 그 많은 메뉴를 만들어내니 이름이 비슷비슷한 게 많았다. 비슷비슷한 글자들이 수십 개가 있는 화면에서 어쩌다 가끔 들어오는 비인기 메뉴를 찾으려면 머리를 조금은 돌려야 한다. 이름에 들어간 재료 따라 카테고리를 고른다. 그런데 카테고리 중 논커피와 티 분류가 애매한 게 있다. 추가로 별도 카테고리로 분리되는 시즌 메뉴와 이벤트 메뉴가 있다. 시즌과 이벤트는 거의 매달 생겼다가 사라진다. 손님이 우다다 메뉴를 여러 개 부를 때 잠시만요 하고 찾는 건 땀나는 일이다. 매일 출근하면 반복학습이 될 텐데, 주말에만 일하니 외웠다가 잊었다가를 반복하고 있다.
음료 제조 자체는 레시피 대로 하면 어렵지 않았다. 그런데 100개의 레시피가 머릿속에서 뒤죽박죽 섞여 간혹 출력 오류가 난다. 이름이 미묘하게 다른 메뉴들은 재료도 미묘하게 달랐다. 초코 메뉴에 들어가는 첨가물은 초코 소스, 초코 시럽, 초코 파우더 3종류로 메뉴에 따라 들어가는 것이 다르다. 섞는 순서가 다른 것들도 있는데 시럽을 아래에 있는 음료에 섞기도 하고, 시럽을 컵 벽에 드리즐 해 흘러내리는 비주얼을 만들기도 한다. 여기에 명확한 규칙은 없다. 그렇다면 뭐다? 외워야지.
외울 게 많았는데, 잘 외워지지 않았다. 어른들이 배움에는 때가 있다고 하셨던 말씀을 몸소 겪게 되니 겸손해진다.
나는 새로운 일을 배우는 게 아니라, 예전처럼 빠르게 배우지 못하는 사람이 되었다는 걸 배우고 있었다.
교육은 2주 만에 끝났다. 짧게 끝났다고 마냥 좋아할 수 없었다.
내가 일하는 매장은 1인 근무라 문제가 발생했을 때 혼자 처리해야 한다. 매니저 전화 찬스가 있지만 쉬는 사람에게 연락하는 건 예의가 아니니 가능한 쓰고 싶지 않았다. 1인 근무제인 건 대단히 바쁜 매장은 아니기 때문이지만, 업무가 적다고 하기도 어렵다.
이 가게는 어찌 된 일인지 그 흔한 키오스크가 없다. 그래서 1인이 주문받고 음료를 만들다가도 또 주문받아야 하는 일이 생긴다. 설거지하다가도 장갑을 벗고 주문받아야 하고, 청소를 하다가도 주문받아야 한다.
좌석은 무려 50여 석이다. 이게 다 채워지는 날이 많지는 않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은 미래의 나는 35명의 단체 손님을 받게 된다. 단체 손님이 들어갈 수 있는 카페가 적다 보니 10명 정도의 단체손님은 늘 있다.
배달도 한다. 주문자가 많지 않아 이건 염두에 두지 않았었는데… 그놈의 두쫀쿠. 아~~ 욕할 뻔했다. 배달은 포장과정이 필요해서 손이 더 많이 간다. 쿠팡의 경우 30분 뒤에 조리 완료 될 거라고 체크했는데 기사님이 10분 뒤에 오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시간이 돈인 기사님 입장에서 콜에 따라 도착했는데 음식이 없으면 손해니 재촉하는 게 당연하지만, 난 준비됐다고 한 적이 없었다.
그리고 특이점이 하나 있었는데 이상하게 내가 카페에 도착하면 손님이 갑자기 몰려왔다. 매니저님은 그런 사람이 간혹 있다고 했다. 피리 부는 사나이처럼 손님을 몰고 오는 사람 말이다. 안타깝게도 나는 사장 아니고 아직 알바라 손님이 많다고 내 주머니가 두둑해지는 건 아니니 과도한 능력치다.
다음 주부터 혼자 근무하는 모습을 그려보면, 어떻게든 되겠지 싶다가도 걱정이 되었다. 흰머리가 나려는지 두피가 가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