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연인

이별과 재회

by 이상한별

27살,

5년 차 커플이 된 너와 나.

그간 우리는 여전히

한 달에 한 번, 2박 3일 휴가에

너의 부모님 집에 갔고, 고향 친구들을 만났다.

첫 조카도 무럭무럭 자랐고, 둘째 조카도 태어났다.


너의 어머니와 누나와 조카들과

사우나에서도 어색하지 않게 목욕을 하고,

사촌 형 집에도 놀러 가고,

친구들 집에도 놀러 가고,

너의 어린 시절을 함께 한 대부분의 사람들을 만났다.


가끔은 휴가가 아닌 때에

너의 선임과 동기들도 만났다.

너는 내게 너의 모든 걸 공유하고 함께했다.


그런데 너는 나를 얼마나 알았을까?

나는 5년 동안 한 번도 너를

내 가족에게 소개하지 않았다.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건 아니었다.

그저 부모님께 너를 소개하면

당장 결혼이라도 해야 할 것 같아서였다.

네가 싫었던 게 아니라

나는 결혼 자체가 두려웠다.

누군가와 같은 방을 쓰는 게 불편할 것 같았고,

빨래하고, 청소하고 특히 밥 하는 게 자신 없았다.

가능하면 평생 부모님과 살고 싶었다.


결혼에 대한 나의 생각을

진지하게 너에게 말하진 않았지만

가끔씩 가볍게 얘기는 했다.

“결혼을 왜 해? 지금이 딱 좋은데?”

지금 생각해 보니,

넌 그 말에 대꾸한 적이 한 번도 없다.

나는 너도 무언의 동의를 했다고

나 좋을 대로 편하게 생각했던 것 같다.


어느 날 갑자기 너는 내게 헤어지자고 했다.

우리 동네 피시방에서

같이 게임을 하던 중이었던 거 같다.

아주 사소한 다툼 끝에 뱉은 말이었지만

너는 확고했고,

더 이상 나의 변덕에 맞출 자신이 없다고 했다.


그렇게 우린 헤어졌다.

일 년 넘게 서로 연락하지 않았다.

너와 헤어지고 나는 곧 다른 사람을 만났다.

사람은 사람으로 잊는 거라 배웠으니까.


하지만 너와 헤어진 일 년 동안

나는 또 하나를 배웠다.

사람으로 잊히기는커녕

오히려 더 선명해지는 사람도 있다는 걸.

다른 사람을 만날수록

너와 같은 사람은 없다는 걸 깨달았다.


일 년 후 네가 다시 전화했을 때,

나는 아무렇지도 않게 너의 전화를 받았다.

그동안의 그리움은 네게 하나도 들키지 않았다.


긴 시간 헤어졌던 우린 다시 연인이 되었다.

분명 헤어졌던 이유가 있었음에도

그리움이 우리 눈을 다시 멀게 했던 걸까.

깨진 유리잔을 다시 붙인 셈이었다.


우리도 더 이상 어린 나이가 아니었으니,

결혼이야기도 피할 수 없었다.

나는 진지하게 고민했다.

‘다시 너를 잃어도 괜찮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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