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꽃배달 왔습니다, 이겨울씨 계신가요?”
회사로 배달된 너의 선물과 꽃다발은
내가 너에게 가한
오랜 압박과 주입식 교육의 결과물이다.
“여름아, 꽃선물을 왜 집으로 보내? “
“그럼 어디로 보내?”
“당연히 회사로 보내야지!”
“들고 집에 가려면 귀찮지 않아?”
“아니, 하나도 안 귀찮아.
다들 꽃은 회사로 받는다고! “
“꽃 받은 거 자랑하려고?”
“응, 사람들 앞에서 받으면 더 기분 좋고 행복해.”
우리의 여섯 번째 화이트데이에
잊지 않고 회사로 보낸 너의 꽃다발.
꽃이 잘 도착했다는 소식을 전하려
휴대폰을 든 순간 너에게 전화가 온다.
“어? 안 그래도..”
“겨울아.. 엄마가.. 우리 엄마가..”
울먹이는 너의 목소리.
“어머니가 왜? 여름아 왜??”
너의 목소리에 나도 눈물이 차오른다.
어머니는 오랜 지병이 있으셨다.
몇 년 전에도 쓰러지신 적이 있었고,
그땐 의식을 겨우 차리셨지만
그 이후로 가족들은 늘 조마조마했다.
그리고, 한 달 전쯤 사우나에서 나오시던 중
쓰러지신 어머니는 의식 없이
중환자실에 누워계신 상태였다.
“겨울아, 어머니 괜찮으실 거야. 운전 중이야?”
“응, 엄마한테 가고 있어.”
“울지 말고, 운전 집중해. 속도 많이 내지 말고, 응?”
어린아이 달래 듯 너를 달래며
눈물범벅으로 운전을 하고 있을 네 모습에
심장이 조였다.
의식 없는 어머니를 중환자실에 두고
괴롭고 아파했을 너인데,
화이트데이가 뭐라고 내 두 손엔
그날 네가 보낸 꽃다발이 들려있다.
퇴근길 그 꽃다발을 든 내 손은
너에 대한 미안함과 안쓰러움에
무겁고 부끄러웠다.
“겨울아, 우리 엄마 하늘로 가셨어.”
“응”
“이따 사촌형 올 때 너도 같이 와.”
“응”
전화를 끊고 검은색 정장을 찾아 입으며
마지막으로 들었던
어머니의 전화목소리가 맴돌았다.
“겨울아, 여름이 이 자식이
너랑 헤어졌다 그래서 엄마가 많이 속상했어.
다시 만난다니 얼마나 좋으니!
이제는 싸우지 말고, 집에도 다시 놀러 와. “
“네, 걱정하게 해 드려 죄송해요.
이젠 안 싸우고, 헤어지지도 않을게요. “
“그래, 다음번 여름이 휴가 때 같이 오너라.”
다음번 여름이 휴가에
나는 어머니와 약속한 대로 집에 놀러 갔다.
따뜻했던 너희 집은 텅 비어 있었고,
어머니는 중환자실에 계셨다.
중환자실의 면회는 하루에 한 명으로
제한되어 있었는데,
너는 내게 엄마 보고 오라며 그 귀한 시간을 양보했다.
그날 뵌 어머니의 모습이
내가 기억하는 마지막이 되었다.
어머니의 장례식장에서
늘 강한 척하던 네가 무너져 있었다.
엎드려 울고 있는 너의 등을 다독이며,
너의 슬픔과 비할 바는 못되겠지만
나도 주체할 수 없을 만큼 슬펐다.
그리운 너의 어머니를 추억하며,
아이가 만나지 못한 친할머니를
내가 대신 만나 사랑받았고,
얼마나 포근했던 분이었는지 전해주고 싶다.
어머니와 마지막 약속은 지키지 못했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