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바닷가

두 번째 여름

by 이상한별

아버지의 자주색 자동차를 반납하고

산 너의 첫 자동차 ‘코붕이’

투박하지만 안전한 너를 닮은 자동차,

코붕이는 우리를 많은 곳에 데려다주었다.


그 여름 코붕이가 데려다준 그 바닷가.

그 바다가 당장이라도 손에 닿을 듯,

기억 속 깊은 곳에서 눈앞에 떠오른다.


“여름휴가 어디로 가고 싶어? “

“바다?”

“애들하고 날짜는 다 맞춰놨어.”

“여자 친구들은?”

“뿔뚜기 말고 여자 친구가 어딨어? 희진이만 오겠지. “

“휴.. 그래, 희진이라도 같이 가서 다행이다.”


너와 친구들이 좋아하던 바다, 경포대.

바닷가 바로 앞 펜션에 도착해

바리바리 산 음식들을 대충 정리하고,

다짜고짜 우린 바다로 뛰어들었다.


깊고 푸른 동해의 바다.

그 바다에 뛰어든 건 처음이다.

물을 무서워하는 내가

그 서슬 퍼런 바다에 뛰어들 수 있었던 건

네가 두 팔 벌려 나를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뜨거운 한 여름의 태양이 갑자기 먹구름에 가려진다.

이내 퍼붓는 소나기에 바다에 있던 사람들이

부리나케 해변으로 나온다.

무슨 변덕인지 쨍하던 하늘이 온통 회색이 되고,

파도가 거세진다.


정신없이 물속에 뛰어들어 믈장구 치던 우리도

아쉬워하며 일단 펜션으로 돌아갔다.

비가 그치면 다시 나올 심산으로

옷도 갈아입지 않은 채 펜션 주방에 모여

장 봐온 음식들을 꺼내 본다.

삼겹살에 소주, 맥주, 각종 주전부리들..

일주일도 버틸 양이다.


’번쩍‘

‘우르릉 쾅쾅’

펜션의 통창 밖으로 천둥과 번개가 요란스럽다.

이쯤 되면 오늘 물놀이는 끝난 거다.

내일을 기약하며,

조금 이르지만 삼겹살파티를 준비한다.

지글지글 불판 위의 고기가 먹기 좋게 익어갈 때쯤

너의 휴대폰이 울린다.

이내 굳어지는 너의 얼굴.


“폭우로 비상이라 부대복귀 하래.”

모두의 얼굴이 굳어진다.

내일로 미뤄 둔 물놀이와 산더미 같은 음식들,

무엇보다 친구들과의 휴가를

기다리고 기다렸던 너의 마음을 알기에

갑작스러운 복귀가 황당하기만 하다.


삼겹살 몇 점으로 대충 허기를 때우고,

그래도 술은 마시지 않아 다행이라 위로하며

너와 나는 먼저 서울로 향했다.


그 후로도 우린 휴가지에서 셀 수 없이 많은

‘비상상황 부대복귀’ 전화를 받았다.

나중엔 전화가 안 오면 이상할 정도였다.

나는 너와의 휴가에서,

짐을 풀지 않고 필요한 것만 꺼내 쓰는 노하우로

복귀명령 10분 후엔

코붕이 안에서 대기하는 경지에 올랐다.


계획이 틀어지는 것보다

너를 보내는 게 싫었던 시간들.

우리를 더 애틋한 연인으로 만들었던

그 많은 비상사태들.


잊고 있었다.

아니 모르고 있었다.

그 아쉬운 헤어짐과 애틋함 속에서

그때의 너와 내가 얼마나 반짝이고 예뻤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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