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나의 결혼식

함들이

by 이상한별

“함 사세요!!”

마른오징어가면을 쓴 함잡이가

동네가 떠나갈 듯 소리를 친다.

너는 왁자지껄한 함꾼들에게 다가간다.


”아이고야, 무거워서 못 가겠네! “하며

바닥에 주저앉는 함잡이 앞으로

흰 봉투 서너 개가 깔린다.

봉투를 주우며 몇 발짝 집과 가까워진 함꾼들은

봉투 안을 들여다보며 또다시 주저앉는다.


이번에는 신부 친구들이

쪼르르 술상을 가지고 나와 대문 안에 둔다.

드러누운 함잡이는 냉큼 일어나

술상 앞으로 가려하지만

함꾼들이 어깨를 냅다 잡아챈다.

“에휴 동네 시끄럽게 하지 말고,

얼른 와서 한 잔 먹어요!”

술잔을 채워 권하는 신부친구들의 모습에

완강하던 함꾼들도 속수무책 발을 옮긴다.


드디어 함잡이가 박을 깨고 대문을 넘어

시끌벅적한 함들이가 끝난다.


우리와 두 살 차이밖에 나지 않는 너의 누나는

동갑내기 첫사랑과 결혼을 했고,

집을 떠나는 것이 신난다고 했다.

늘 호탕하던 어머니의 서운한 눈빛을 외면한 채.


너와 누나는 일찍 둥지를 떠난 아기새들 같다.

간절히 떠나고 싶어 하던 누나와 달리,

너는 그 둥지를 그리워하는 아기새였다.


그 자리에서 변함없이 너를 반겨주던

너의 둥지가 변하는 것이 서운해서였을까.

항상 투닥거리던 누나의 결혼식 전 날,

친구들과 한 잔, 두 잔 술잔을 나누다

너는 급기야 몸을 가누지 못하고 쓰러져버린다.

그렇게나 취한 모습을 본 건 처음이다.

“잘 살아라, 누나야”

취기를 빌어 누나에게 어리광도 부려본다.

나마저도 왠지 서운해지던 밤이 지나고,

하얀 웨딩드레스를 입은 누나는

세상에서 제일 예쁜 신부가 되어 집을 떠났다.


그리고 몇 달 후,

너의 첫 조카가 태어났다.

누나의 빈자리는 귀여운 아기와 함께

두 배가 되어 다시 채워졌다.

너의 휴가에 만날 사람이 한 명 더 추가됐다.

기저귀가방과 분유병을 챙겨 들고 말이다.


커다란 눈에 오목조목한 눈, 코, 입.

그 귀여웠던 아기가 어느새 성인이 되어

얼마 전 우리 집을 찾아왔다.

여전히 커다란 눈에 오목조목 귀여운 얼굴이다.


사람의 인연이란

한치 앞도 알 수 없는 무섭고도 귀한 것이란 걸,

그럼으로 인연은 함부로 맺지도,

억지로 끊지도 말아야 한다는 걸,

나는 이제서야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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