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만의 크리스마스

벌써 일 년

by 이상한별

한 사람이 온다는 건

그 사람의 인생이 내게 오는 것이라고 했던가.

나에게는 참 맞는 말이다.


너는 내게 전부였다.

통화나 연락을 자주 하는 편도 아니었는데 말이다.

너를 뺀 나는 앙꼬 없는 찐빵이다.


나는 혼자서도 시간을 잘 보내는 사람이다.

아니, 혼자만의 시간이 중요한 사람이다.

그렇다고 옆에 있는 사람이

소중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너의 입장에선 그런 내가

더없이 좋은 사람일 수도 있다.

누구에게도 기대지 않고,

혼자서도 즐거운 사람.

밸런타인데이, 화이트데이, 크리스마스 같은

연인이라면 꼭 붙어있어야만 하는 각종 기념일에

네가 옆에 없어도 나는 잘 지냈다.

가끔은 친구커플의 데이트가 부럽기도 했지만,

그렇다고 엉뚱한 곳을 기웃거리며

너를 불안하게 하는 일도 없었으니

자유롭지 못한 너에게

얼마나 안성맞춤인 사람이었을까.


“겨울아, 미안해. 이번 크리스마스도 못 나가. “

너를 만난 후 두 번째 크리스마스였지만,

우리는 특별한 날

각자의 시간을 보내는데 익숙해지고 있었다.

너는 나에게 항상 미안해했고,

그런 너에게 어린 나는 보상심리가 생겨버렸다.

“이여름! 너 나중에 나한테 잘해!!”

“응, 내가 자유로워지면 절대 외롭게 안 할게. “

“나한테 고맙지?”

“당연히 고맙지. 너무 고마워.”


한 달에 한 번뿐인 데이트,

그마저도 대부분

너의 부모님과 친구들과 함께였던 시간들.

너의 상황들을 내게 미안해했기에

너는 내게 항상 잘해야 되는 사람,

져주어야 되는 사람이었다.


우리가 그렇게 어린 나이에 만나지 않았다면

서로를 그렇게 대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일 때문에 자주 못 보는 상황을

내가 괜찮다고 했으니까.

너는 스스로를 죄인으로 만들지 않았을지도,

나 또한 너를 죄인취급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먼 훗날, 네게 물었다.

널 힘들게 하는 날 왜 일찍 놓지 않았냐고.

너는 나를 바꿀 수 있을 줄 알았다고 했다.

하지만,

나는 너를 힘들게 하는지조차 알지 못했고,

늘 내게 져주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했다.

너는 그래야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나의 보상심리와 너의 피해의식.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져 있었다는 걸

이제야 깨닫는다.

혼자만의 크리스마스가 뭐 어때서?

네가 그렇게 미안해할 일도 아니었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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