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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씨 Dec 21. 2022

죽어야 사는 땅 곶자왈

환상숲 곶자왈공원


요즘은 여간해서 숲을 걸어볼 기회가 별로 없다. 마음만 먹으면 당장 내일 아침에라도 갈 수 있는 북한산이 지척이라는 건 잠시 모른 체 해주자.


제주시 한경면에 환상숲 곶자왈공원이라는 곳이 있다. 곶자왈은 화산활동 중 뿜어져 나온 용암의 흐름이 만들어 낸 불규칙한 바위와 숲, 덤불 등이 다양하게 얽혀 살아가는 곳을 말한다. 제주 중산간에서 해안까지 광범위하게 분포한 곶자왈 중 섬의 서쪽 한경면에 위치한 곳이 환상숲 곶자왈공원이다. 시간을 맞춰서 방문하면 숲 해설사의 설명을 들을 수 있다.


처음엔 굳이 해설까지 들을 필요가 있을까 싶었지만, 막상 들어보니 안 들으면 안 되는 것이었다. 혼자 아무것도 모르고 봤으면 ‘음, 나무가 많네. 공기가 참 좋군.’ 뭐 이러고 휙 지나쳤을 텐데. 곶자왈이라는 숲은 어떻게 생겨났는지, 이 나무는 왜 이런 모양으로 자라났고, 저 덤불은 왜 저렇게 생기게 되었는지 하나하나 해설사의 애정이 어린 시선으로 설명해 주니 듣는 사람 또한 숲에 더 애정이 가고, 지켜주고 싶다는 마음이 절로 드는 시간이었다.




곶자왈은, 죽어야 사는 땅이에요.


가시덤불과 나무들이 자라나는 과정에서 서로 얽히고, 그러다 꺾이면 흙에 떨어져 썩어 들고, 그것이 또 새로운 생명이 자라나는 양분이 되고…. 이런 순환의 과정이 반복되어 더욱 풍성한 숲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말이다.



죽어야 사는 땅. 이 말이 왜 이리도 마음에 남았을까 가만히 생각해 본다. 혹 내 안에도 그처럼 썩어들어가고 있는 가시덤불이 쌓여있는 건 아닐까. 가끔 나 자신도 당황스럽게 만드는 지독한 어둠과 우울, 냉소가 무성하게 자라났다가 또 시들고, 그것이 나를 조금씩 성장시키는 자양분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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