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덕을 거닐다 '남산'
4월, 봄 향기로움
언덕을 거닐다 '남산'
2008년, 서른 여덟 번째 봄이 찾아 왔다. 올 봄은 개나리, 진달래, 벚꽃 향기와 아름다움을 마음껏 느끼고, 보는 여유로움을 가질 수 있었다. 4월은 봄 꽃이 만개하는 기간이라 서울과 전국의 봄 꽃이 피는 유명한 명소에는 올해도 많은 사람들로 봄 꽃 구경을 떠났을 것이다. 시간적인 여유가 없는 사람들에게 서울의 봄꽃 명소를 추천한다면 여러 장소 중에서도 '남산' 을 추천하고 싶다.
여의도 윤중로 등 여러 장소가 있지만, 봄 꽃 구경 이외에도 볼거리, 먹거리 등을 한 번에 만족할 수 있고 거리가 가깝고 교통도 편리한 곳은 남산이 그 중에서도 제일 좋다. 최근 남산 N타워가 새롭게 단장하였고, 남산을 가는 버스 노선도 많이 생겼다. 또한 남산을 올라가는 코스도 다양해졌다. 도보를 택하면 남산골한옥마을과 국립극장 등이 길이 있다. 자동차가 있다면 더욱 추천한다. 남산으로 향하는 드라이브 코스는 서울에서도 유명하기 때문이다. 드라이브도 하고 봄 꽃 구경도 하고 1석 2조다.
또한 케이블카를 타고 서울 풍경을 감상하고 정상에 올라가 N타워를 둘러보는 것도 좋은 코스 중 하나다.
남산을 오르기 위해 국립극장 방향의 산책로를 택하였다. 국립극장으로 향하면서 초록의 풍경이 조금씩 펼쳐진다. 그리고 어디선가 음악 소리가 들리고 불빛이 보인다. 국립극장 야외공연장에서 들리는 음악 소리임을 확인한다. 그리고 야외공연장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 뭔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공연무대에는 아무도 없었지만, 음악은 계속 흘러나오고 있었다. 공연장 앞 매점에서는 음료수 등을 사려는 행렬이 이어졌다.
연일 잠을 이룰 수 없는 불 더위가 이어져서 서울의 시민들은 집에서 나와 바람이 조금이라도 불고 더위를 피할 수 있는 장소를 찾아 주말 저녁을 보내고 있었다. 서울 중심에서 찾아 가기 쉬운 남산이 그 중에 하나였다. 나도 더위를 피해 남산을 산책하기로 했다. 국립극장을 지나 산책로로 들어섰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산책로를 걷고 있었다. 어둠이 깊어가고 있었지만, 사람들은 더욱 많아지고 있었다.
서울 N타워로 향하는 길을 택해 계단을 하나씩 올랐다. N타워까지 걸어가는 길이 그리 쉽지만은 않았다. 예전에는 케이블카를 타고 몇 번 올라가서 쉬운 줄만 알았는데, 역시 산은 사람들을 쉽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계단을 올라가다 가로등 불빛이 보이고 N타워의 불 빛이 조금씩 보였다. 계단을 오르는데, 큰 개 한 마리가 계단에 앉아 있었다. 카메라를 꺼내 셔터를 눌렀다. 계단을 한 참 올라가다 N타워가 보이기 시작했다. 어둠 속에서 촬영하려고 하니 여간 까다로운게 아니었다. 더욱이 외장 플래쉬와 삼각대가 없이 내장 플래쉬로만 촬영하려니 더욱 어려웠다. 그래도 사진 한장이 추억을 만들어준다는 것이 그 어려움을 잊게해주었다.
4월 중순 남산은 봄 꽃이 활짝 피어 봄 꽃 향기가 가득하다. 연인이 남산공원 길을 걸으며 봄 바람에 날리는 봄 꽃잎 속에 있으면 영화 속 멜로 주인공이 된듯한 기분도 만끽할 수 있다. 또한 친구, 가족, 싱글들은 봄 꽃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 추억으로 남길 수 있고, 사진작가들은 남산의 봄을 멋진 사진 작품으로 만들 수 있는 기회다.
남산의 봄은 특히 외국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좋다. 단체로 버스를 타고 남산 N타워까지 꽃 구경을 하는 외국인들도 있고, 서울에 사는 외국인들도 산책 코스로 많이 찾는다. 또한 남산 근처 회사에 근무하는 샐러리맨들도 점심 시간을 이용하여 꽃 구경도 하고 간단한 도시락을 동료들과 맑은 공기와 꽃 내음을 맡으며 맛있는 점심 시간을 가질 수도 있다.
그리고 유치원 등 학교에서도 남산의 생태를 야외 수업을 통해 공부할 수 있는 교육, 정서적인 측면에서도 남산의 봄은 서울 시민 뿐 아니라 전세계인에게 자랑하고 싶은 우리의 자산이다. 서울 토박이로 서울에 살면서 가끔 남산을 올라가는데, 매번 갈 때마다 새로움을 느낄 수 있고 감탄을 자아내는 멋진 장소이기도 하다. 서울시에서도 시민이 자주 찾고 자랑스러워 하는 만큼 남산을 아끼고 보존하려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사진을 촬영하고 있는데,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저기, 남산타워로 가는 길이 맞나요?"라는 여자의 목소리였다. "네, 서울타워"라고 무심코 대답해버렸다. 그리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다시 계단을 올랐다. 그런데 또 뒤에서 "같이 올라갔으면 좋겠는데..."라는 소리가 들리는듯 했다. 그 소리를 흘려 들은체 빠르게 계단을 올랐다. 그리고 그 목소리는 어둠 속에 묻히고 있었다.
그러다 몇 개의 가로등을 지나 잠시 숨을 고르고 있었다. 얼굴에서 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계단에는 나 이외에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뒤에서 발자욱 소리가 들렸다. 그러더니 내 앞으로 두 명의 여자가 계단을 오르는 뒷 모습이 가로등 불 빛에서 희미하게 보였다. 나도 빠른 걸음으로 계단을 계속 올라 그 두 사람을 앞서고 있었다. 그리고 어느 새 그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어디까지 올라갔을까 앞에 어둠 속에서 누군가 내려오는 모습이 보였다. 두 중년 남녀의 모습이었다. 그리고 또 어디까지 올라갔을까 서울 N타워의 모습이 더욱 크게 보였고, N타워에 거의 다 온 것 같았다. 갈림길이 나왔고, N타워로 가는 방향으로 향했다. 이제 계단은 끝나고 언덕이 나왔다. 언덕으로 올라가는 길에서는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친구, 가족, 연인들, 운동을 하는 사람들...
그렇게 남산 서울 N타워로 향하는 마지막 여정이 나가왔다. 그리고 N타워의 휘황찬란한 불 빛이 내 앞에 펼쳐졌다. 서울 시민들이 N타워 앞의 계단과 전망대 매표소에 몰려 서울의 여름 밤을 만끽하고 있었다. 매표소에서 전망대 표를 끊어 전망대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를 타려고 N타워 지하로 향했다. 새로 단장한 N타워의 깨끗한 모습이 서울 시민들에게 새로운 명소로 떠올라 많은 사람들이 서울의 야경을 보려고 전망대 엘리베이터에 줄을 서고 있었다.
드디어 전망대에 도착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서울의 야경을 전망대 창문을 통해, 또는 망원경을 통해 구경하고 기념 사진을 찍고 있었다. 서울 시민 뿐 아니라, 일본이나 중국, 미국 등에서 온 사람들도 보였다. 서울의 N타워가 외국 관광객들에게 관광 코스로 인기가 있는 것 같았다. 서울시에서 서울을 방문하는 외국 관광객들을 위해 그 동안 많은 노력을 했다는 것이 증명되는 순간이었다.
서울 N타워에는 전망대 뿐만 아니라, 기념 샵과 푸드 코트 등 부대 시설이 있고, 전망대를 올라가지 않는 사람들을 위해 N타워 입구 옆에 작은 전망대를 마련해 놓는 배려도 하였다. 그 곳에도 많은 사람들이 서울의 야경을 구경하며 추억의 시간을 만들고 있었다. 그리고 역시 사진을 찍는 사람들도 많았다. 아쉬운 것은 철조망 같은 것으로 막아 놨는데, 미관상 그리 좋아보이지는 않았다. 위험해서 그렇게 해놓은듯 하지만, 좀 더 인테리어에 신경을 써줬더라면 N타워를 방문한 서울 시민 뿐 아니라 외국 관광객들에게 좀 더 좋을 것 같았다.
그렇게 여름 주말 밤은 깊어갔다. 산을 오르느라 배고 고파 식사를 하고 차 한잔을 마시며 서울의 야경을 구경하다 남산 휴게소에 있는 버스를 타고 N타워의 불 빛을 뒤로 하고 남산을 내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