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녘, 산 정상을 향하여...

신선이 지나가는 길 <무능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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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월, 새벽녘 일출을 보기 위해 인천 무능산으로 향했다. 처음 가는 곳이라 길이 낯설어 걱정을 했다. 산 입구에 건물이 있는데 그 뒷쪽으로 올라가는 길이라 처음에 해맸다. 아직 해가 안 떠서 어두워서 찾기가 쉽지 않았다.


산 길에는 눈이 쌓여 있었다. 산 중턱에서 인천 바다를 바라보니 해가 뜨려고 하늘이 붉게 물들여 지고 있었다. 그리고 비행기가 하늘을 날고 있었다. 어디로 향하는 비행기 일까. 새벽에 출발 하는 비행기가 도착 하는 곳이 어디이고, 그 곳에 가는 사람들은 무슨일로 가는 것일까.


나만 어두컴컴한 새벽에 산을 오르는 것이 아니고 비행기를 타고 여행 등을 위해 부지런히 움직이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느낀다. 인천대교가 한 눈에 보이는 산이라고 해서 작은 산이지만 일출을 보러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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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인가 산악인 엄홍길이 산과 인연을 맺게 된 이야기에 대해 들은 적이 있다. 그가 산을 오르게 된 계기는 자연과 벗하며 살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처음에는 산을 좋아하지 않았지만, 어느 날 산에 미치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리고 평지를 걷는 것보다, 산길을 오르는 것이 더 즐겁고, 인간의 문명이 없는 순수한 자연이 있는 산이 좋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는 더 높은 산을 오르고 싶은 열망에 히말라야 등 세계 최고 높이의 14좌를 오르는 기록을 세웠다.


그가 왜 산을 좋아하고, 끝임없이 더 높고, 험한 산을 오르려 하는지 예전에는 몰랐고, 관심도 없었다. 그런데 나도 이제 아주 조금은 알 것 같다. 산이 그 곳에 있어서, 산과 내가 하나가 되면 인간의 그 어떤 욕망보다도 강한 욕망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을.


산을 내려오면서 내 마음은 다시 산을 오르는 꿈을 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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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 '산'(山)이 있기 때문에 오른다.


푸른 하늘과 하얀 구름이 산을 덮고 있는 풍경을 땅 아래 멀리에서 바라보고 있으면, 그 곳이 선인(仙人)이 도를 닦는 무릉도원(武陵桃源)이라는 생각이 들때가 있다. 그리고 마치 시간이 정지된듯 나의 시선은 산의 정상을 향해 발걸음을 재촉한다.


산을 오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고, 들으면 나도 모르게 그 이야기에 심취하고 있는 것을 발견한다. 예전에는 산에 대해서 크게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중년의 나이에 가까워오면서 산의 매력이 어떤 것인지 알게 되는 것 같다. 정확히는 말로 표현을 못하겠지만, 그 것이 낮은 산이든, 높은 산이든, 어디에 있는 산이든... 나무가 울창하고 이름 모를 새와 곤충과 동물이 사는 그런 산에 대해 알고 싶어졌다.


내 몸이 무거워 산을 직접 오르지 못할 때는, 산에 대해 상상의 나래를 펼치기도 하였다. 그 산에는 어떤 신비로움이 숨겨져있을까. 산의 색깔은 초록일까. 산 정상에 오르면 어떤 느낌일까.


그러다 마음의 소리에 이끌려 몸이 움직이는 그 날이 오면, 산 아래에서 정상을 바라보며 빠른 걸음으로 정상을 향한다. 햇살이 뜨거워도, 땀이 온 몸에 비오듯 흘러도, 숨이 가빠져도... 정상을 한시라도 빨리 가고 싶은 열정으로 쉼 없이 오르고, 또 오른다. 구름이 서서히 보이기 시작하면, 정상이 눈 앞에 펼쳐질 생각을 하니 발걸음이 더욱 빨라진다.


그리고 발걸음이 멈춘다. 하얀 구름이, 푸른 하늘이 눈 앞에 펼쳐진다. 마음에서 계속 이야기하던 소리도 멈춘다. 그리고 목에서 탄성이 나도 모르게 나온다.


“도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16번 째 봉우리를 향해 떠날 예정이다” - 산악인 엄홍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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