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핍이 불행을 가져오기 보다는 풍요가 행복을 방해할 때가 많다.
캄보디아 꺼꽁을 여행할 때다. 캄보디아에서는 운좋게 단기봉사팀을 만나 함께 활동을 하면서 사진봉사를 했다. 덕분에 약 10일간의 숙식이 자연스럽게 해결되었고, 봉사활동을 다니면서 자연스럽게 여러곳을 다닐 수 있는 경험도 하게 됐다. 뿐만 아니라, 일반적으로 여행자들이 갈 수 없는 오지까지 다녀올 수 있었는데, 돈이 많은 여행을 했다면, 이런 여행을 자발적으로 경험하기란 오히려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위 사진은 캄보디아 꺼꽁에서 배를 타고 1시간 정도 들어가야 도착할 수 있는 오지에서 봉사활동을 하며 담았던 사진이다. 함께 간 봉사팀이 현지 아이들을 위해 팥빙수를 만들어주었다. 현지 아이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정말 좋아했고, 끊임없이 리필을 요구했다. 어린 아이들의 모습은 마치 처음 맛본 것 같았고, 어느 정도 큰 아이들도 오래간만에 먹어보는 듯한 표정이었다.
캄보디아는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빈곤한 나라중 하나다. 크메르 정권 집권당시, 너무나 많은 지식인들을 숙청해버려서, 현재 나라를 이끌어갈 인재들이 사라진 상태이다. 그 날의 악몽으로 인해, 심지어 전국민이 대학을 가거나 공부를 해서 지식인이 되기를 꺼려한다고 한다.
국가GDP의 절반이상이 시엠립에 있는 앙코르와트로 인해서 생긴다고 한다. 요즘은 집마다 냉장고가 없는 집이 없지만, 캄보디아에는 냉장고는 커녕, 전기도 안들어오는 마을이 많다. 그래서 자연스레 더운 날씨에 얼음을 보관할 장소가 마땅치 않다. 그래서 캄보디아 아이들은 아이스크림이나 시원한 음료등을 경험하기 여간 쉽지 않다.
캄보디아가 세상에서 가장 행복지수가 높은 나라중 하나라고 한다. 하지만, 나는 지수가 모든 것을 대변해줄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생각하는 행복한 사람은 자유로운 사람이다. 자유로운 사람이란, 자기만의 중심이 뚜렷해서, 어떤 유혹이 와도 어떤 좌절이 와도, 쉽게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다. 캄보디아 사람들중 상당수가 아직 발전된 문명을 경험해보지 못했다. 캄보디아 사람이라도, 도심 중심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다른 어떤 선진국 사람들처럼, 가진게 많지만 욕심도 많고 더 큰 야망을 위해 살아간다. 단지, 많은 것을 경험하지 못한 아이들의 낙천적인 성격으로 인해 그렇게 보일 뿐이다.
사진 속 아이가 이미 2그릇을 먹었는데도 한 그릇을 더 달라고 부탁했다. 더이상 줄 수 없다고 했다. 그랬더니 아직도 미련이 남는지 구석에서 빈 팥빙수 그릇만 멀뚱하게 쳐다본다. 마치 세상을 다 잃은 것처럼, 어찌나 아쉬워하던지.
방금 전까지만해도 천진난만하게 뛰어놀던 아이였다. 캄보디아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그렇게 행복지수가 높은 아이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더이상 팥빙수를 먹을 수 없다는 말에, 순식간에 얼굴이 어두워졌다. 만일 아이가 그들에게 너무나 귀한 팥빙수라는 풍요를 경험해보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까.
가난한 삶은 당연히 행복한 삶을 보장해줄 수 없다. 하지만, 풍요로운 삶 그 자체도 행복을 보장해줄 수 없다. 오히려 마음의 중심이 없는 이들에게 주어진 풍요는, 가난할 때의 마음보다 훨씬 더 사람의 마음을 가난하게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진정으로 추구해야할 것은 무엇일까?
사진 / 글 이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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