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시작해야 다음이 보인다
“그 돈으로 뭘 어떻게 하겠다는거냐”
여행을 떠나기 전, 3일 전 여행을 다녀오겠다고 아버지에게 '통보' 를 했다. 29살에 군대를 전역하고 여행을 떠나겠다는 아들, 말도 안되는 돈으로 여행을 떠나겠다는 아들, 아버지는 이해가 되지 않았을 거다. 그렇다고 말릴 명분도 없으셨을거다.
전역을 6개월 남기고 잘 운영해오시던 아버지 사업이 부도가 났다. 나는 할 줄도 모르는 투자에 손을 댔다가 강사를 하면서 몰래 모아둔 돈 마저 거의 다 날려버렸다. 아버지 재산은 다 압류되고, 하루아침에 월세방으로 쫓겨났다. 전역하고 집에 돌아오니 남은 거라고는 군인적금 120만원이 전부였다. 그것도 전역후 사람들을 만나면서 한 달만에 모두 탕진했다.
"아버지, 한 달이든, 반 년이든, 1년이든 어떻게든 해내고 올게요."
큰 소리 빵빵 쳤지만, 중국 베이징으로 가는 비행기 티켓 한 장과 10만원 남짓의 통장잔고가 내가 가진 전부였다. 이 돈으로는 세계여행은 커녕, 당장 베이징에서도 며칠 못 버틸 돈이다. 시간이 지난 지금에서야 무슨 정신으로 그랬는지 내 스스로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확실한 것은 더 이상 한국에서 무엇을 할 자신이 없었다. 돈이 없으니까 여행 또한 불가능한 일이었지만 아무리 힘들어도 한국에서 생활보다는 나을 것 같았다. 그래, 나는 아무런 책임감도 느끼지 못하고, 그렇게 도망치듯이 한국을 빠져나왔다. 나중에는 여행을 하는 나름의 방향성이 생겼지만, 출발할 때까지만 해도 정말 도피였을 뿐이었다.
나는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은 사람이었다. 지금은 사진작가의 삶을 살고 있지만, 여행을 출발할 때까지만 해도 사진을 전혀 찍을 줄 모르는 사람이었다. 영어와 중국어를 구사 할 수 있다고는 했지만, 여행을 하면서 외국어를 한다고 해서 이득을 본 경우가 아예 없다. 가장 결정적으로 여행을 위해 가장 필요한 돈이 준비 되어있지 않았다.
하지만 일단 나는 발을 내딛었다. 처음에는 아무 목표도 없었지만, 여행지에서 만난 수많은 사람, 사건들을 통해서 조금씩 꿈이라는 것이 생겼다. 꿈이 생기다보니 작은 목표들도 생겼다. 그 목표들을 하나하나 이루어갔고, 시간이 지나고 지나간 흔적들을 바라보니 나만의 이야기가 생겼다.
2015년 4월 10일 나는 73,432원으로 여행을 출발했다. 654일동안 155명의 SNS 팔로워와 현지에서 만난 여행자들의 공감과 약 1500만원을 지원 받으며 여행을 했고, 유럽에서는 혼자 힘으로 800만원이상의 수익을 내기도 했다. 그렇게 나의 여행은 남아공에서 120만원 남짓을 남기며 끝이 났다.
나는 이번 연재를 통해서, 단순히 돈을 아꼈다거나 남들이 하지 못하는 일을 해냈다고 자랑하고 싶어서 쓰려는 것이 아니다. 단지, 아무 것도 준비되지 않았던 한 청년이 어떻게 '여행' 이라는 과정을 통해 자신(ego)을 찾아 갔는지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싶다. 일단 시작해야 그 다음에 무엇을 해야할지 보인다. 시작도 하기 전에, 지나치게 많은 고민과 계산은 오히려 미래가 주는 가능성을 잃어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본 연재는 654일동안 세계여행을 하며 써 놓은 일기들을 바탕으로 쓰여진 글이다. 원래는 출판을 위해 약 400p 분량으로 이미 써놓은 원고이다. 하지만, 온라인 상에서 정기적인 연재활동으로 대중에게 공감을 먼저 받고 싶다. 본 콘텐츠는 기존 원고를 조금씩 개정하여 매주 월요일, 목요일 정기적으로 연재할 계획이다.
부디 나의 세계여행 이야기로 인해 여행을 앞두고 고민하는 청춘들에게 조금이나마 방향성을 제시해줄 수 있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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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글 폴작
작가블로그 walking-studio.com
작가인스타 @walking_stud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