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불감증 아빠는 이기적

코로나, 40도 고열과 가족의 고생

by 걷는 아빠

휴직에 들어가기 얼마 전 8월 여름휴가 시즌이었다. 나는 휴직이 얼마 남지 않아 여름휴가는 다녀오지 않았고, 여느 때와 다르지 않게 평범하게 출근하여 업무 후 퇴근했다. 그리고 주말이 되었는데 머리가 조금씩 아파져 오더니, 목이 간질간질하고 몸도 무거운 게 느껴졌다. 단순히 무리해서 생긴 건가 생각되어 일요일에 예배는 집에서 온라인으로 드리기로 했다. 여름엔 개도 안 걸린다는 독한 감기인가 싶어 아이들에게 더 조심하게 되었다.


그러나 다음날 아내는 어지러워서 느리게 행동하는 나를 거대한 병원균을 상대하듯 보더니, 코로나 검사를 해보라며 무심하게 키트를 내밀어주었다. 결과는 양성이었고 백일이 안 된 둘째를 위해 그 즉시 본가로 가서 격리조치를 하였다. 어린이집도 안 가는 두 아이를 아내에게 맡기고 본가로 가야 하는 게 더 미안하다. 본가에서 하룻밤을 자고 바로 마스크를 착용했다.


그제야 조직에 기침하는 사람들이 보였다. 얼마 전 여름휴가 기간에 일본을 다녀온 팀장님은 잔기침하시고 바로 옆 책임님은 팀장님 때문에 감기 걸려서 주말에 고생했다고 하신다. 신생아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코로나 격리 해제한 지 오래되어서 안전 불감도 있었고, 해외를 다녀오시며 기침하는 직원들을 인식하지 못한 내 불찰이었다. 팀장님은 이 상황을 인지 못 하시는지 나보고 왜 갑자기 마스크를 썼냐고 물어보시는데, 표정을 보아하니 ‘저 선임이 육아휴직에 들어가는데 조직에서 대화하기 싫어서 마스크를 썼나.’ 생각하시는 것 같다. 팀장님 때문에 마스크 쓰게 되었다고 말하기도 피곤하고 휴직 직전 며칠 안 남은 출근을 마스크로 가려진 채 마무리하게 되었다.


코로나 확진 둘째 날 두 아이를 끼고 지내는 게 너무 힘들었는지 아내의 SOS를 받고 퇴근 후 집으로 향했다. 더운데 밥도 제대로 못 챙겨 먹고 아이들과 부대끼고 있는 아내는 코로나에 걸린 나를 많이 원망하며 지친 기색이 역력하다. 확진 넷째 날엔 출근하자마자 첫째 아이가 열이 난다고 연락이 왔고 키트로 검사해보니 두 줄이 나왔다. 바로 휴가를 4일 사용하고 집에 가보니 평소 활발한 아이가 침대에 누워서 골골대고 있다.


거의 1주일간 첫째와 나는 둘째와 아내를 위해 집에서 마스크를 착용한 채로 생활하며 최대한 격리하고 화장실도 따로 쓰고 밥도 따로 먹고 수유하는 아내 밥상도 따로 차려주었다. 고맙게도 첫째는 코로나 걸려서 둘째에게 가면 절대로 안 된다고 얘기해주니 마스크를 쓴 채 작은방 문 앞에서 보며 엄마와 동생에게 말을 건넨다. 성인은 기침을 최대한 참을 수 있지만, 아이들은 목이 조금만 간지러워도 기침하게 된다. 그 기침에 혹여나 둘째가 감염될까 봐 첫째에게 많이 다그치기도 했다.


첫째 아이는 확진 2주 차에도 기침이 멈추지 않아 병원에서 약을 처방받고, 4주 차에는 기침이 잦아들더니 갑자기 기침, 가래, 콧물과 함께 열이 40도까지 올라갔다. 약해진 기관지를 통해 새로운 바이러스가 들어온 것 같다. 아이는 밤에 잠도 잘 못 자고 1주일간 지속됐다. 이 바이러스는 갓 백일이 된 둘째까지 39도로 올리며 감염시켰고 통잠을 자기 시작하는 둘째가 잠을 잘 자지 못하였다. 출근하는 아내에게까지 독한 기침을 만들며 감염시켰다. 첫째는 새로 적응 중인 어린이집도 못보내고 집에서 1주일간 묶여있었다. 나도 1주일간 아무것도 못 하고 아픈 두 아이를 돌봐야만 했다. 1달 전 코로나 때보다 아이들도 더 힘들어했고 나도 더 힘들었다.




생각해보니 일본산 코로나에 두 번째 확진이다. 첫째 아이 150일경 어머님께 맡기고 아내와 일본 학회를 다녀온 적이 있었는데, 그때에도 나만 확진되었고, 귀국날부터 시작된 허리통증과 6개월간 잔기침으로 고생했었다. 아이들이 어릴 때마다 코로나가 걸려 고생을 하게 되는 게 안전불감증의 나에게 경고를 하는 것 같기도 하다. 코로나가 전국적으로 퍼질 때 병원에서 일하는 아내는 걸린 적이 없었다. 의료계에 종사하는 아내는 보건, 위생에 굉장히 보수적인 데 반해 평범한 나에게 위생을 강요한다고 생각을 했었지만, 지금은 아내의 말을 잘 들어야겠다고 생각한다. 나는 혼자가 아닌 가장이기에 내가 건강이 안 좋으면 가족이 더 고생한다.


얼마 전 아내는 자기에게 기대면서 엄마만 바라보고 누워있는 아픈 두 아이를 보면서 ‘내가 진짜 엄마구나’ 생각했다고 한다. 아내의 그 마음을 정확히 들어가 보지는 못하지만 둘째는 아무것도 못 한 채 누워서 엄마가 모든 것을 해주길 바라는 눈으로, 아픈 첫째는 엄마 무릎을 베고 누워 엄마를 바라보고 있는 그림이 그려진다. 아내의 눈 속에 그려진 이 그림에는 책임감으로 표현하기엔 부족한 엄마의 아이들을 향한 사랑의 무게가 보였다.


반면에 가장이 되어야 하는 나는, 가정의 기둥이어야 하는 나는 아직도 혼자일 때를 생각하게 됐던 것 같다. 병에 걸려도 금방 건강해지는 나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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