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선택하지 않은 전공
나는 반지하에서 sky대학을 입학한 개천의 용이었다. 초등학교 입학 전 아버지와 헤어지고 난 후 아버지를 뵌 적은 한 번도 없다. 어머니는 혼자 두 자녀를 기르시면서 돈도 벌어야 했고 집안일에 육아까지 감당하셔야만 했다. 집은 전월세 2년 계약이 마치면 이사를 해야만 했고 그 덕에 나는 초등학교를 4군데 옮겨다녔고, 동네에 진득한 친구 하나 없었다.
하지만 어머니는 자녀 교육만큼은 뒤처지지 않기 위해 내가 중학교 입학하면서부터는 강남권을 유지하셨다. 땅과 아주 가까운 반지하 또는 햇빛도 들어오지 않는 지하를 옮겨다니며 강남권의 중학교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집에서 거미가 집을 지으면 모기를 잡아주기도 하고, 돈벌레와 함께하는 일상이었으며, 곱등이, 지네, 사슴벌레도 이따금 출몰하기도 했다. 비가 많이 오는 날은 집에 물이 넘쳐서 모든 걸레와 대야를 사용했어야 했다.
누구는 강남권에서 자라서 좋았겠다고 표현하기도 하지만, 친구들이 같이 가자는 매점은 창 밖으로 보이지만, 빵 하나 살 돈이 없어 아침도 안 먹었어도 배부르다고 표현해야만 했던 시간은 처절했다. 집에서 친구랑 노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었고 내가 친구 집에 가면 갔지, 초대해서는 안 됐다. 친한 친구랑 놀다가 불가피하게 집에 들러야만 했었는데, 그 친구는 자기에게 이런 집을 보여줬다는 것에 적잖이 놀랐던 기억이 있다.
열등감 때문이었을까 공부하면 길이 열린다는 어른들의 말에 공부는 했지만, 무엇을 하고 살아야 할지 전공은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지 고민은 전혀 하지 못했고 정보는 전무했으며 고민해야 한다고 알려주는 사람도 없었다. 지하에서 살고 싶지 않은 욕망을 항상 허리에 차고 막연한 성공을 위해 공부했고 남보다 많이 뒤처지지 않으려고 노력을 했다. 그리고 운이 좋게도 나쁘지 않은 성적으로 sky 대학 중 하나에 들어가게 되었다.
대한민국 대다수 학생이 그렇듯 나도 스스로 하고 싶은 전공을 선택하지 않았다. 내가 다른 학생들과 조금 다른 것이 있다면, 다른 학생들은 성적에 맞추어 전공을 선택했다는 것이고 나는 어떤 전공이 있는지 확인할 정보조차 없이 수학과 과학 성적이 좋은데 이학보다 공학이 현실적으로 보여 막연하게 선택했다는 것이다.
대한민국에서 본인 전공이 하고 싶은 공부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몇이나 있겠는가. 입시 정보가 부족해서, 공부할 시간이 없어서, 공부만 해도 길이 열린다고 하기에, 다양한 이유 때문에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지 못한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내가 어떤 것에 마음이 움직이는지, 어떤 일이 나를 가치 있게 만드는지에 대해 충분한 고민을 하지 못한 채 선택된 전공에 맞추어 인생이 자동으로 설계된다.
나는 가난해서, 정보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하고 싶은 전공을 생각하지 않았다. 나름 개천의 용이 되었지만 무엇을 위해, 어디를 향해 올라가는지 모른 채 올라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