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없이 아빠가 된다는 것.

기대어 주는 순간

by 걷는 아빠

난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단 세 가지밖에 없다. 기억이 오래되었기에 흐려지고 뒤섞여있을 수는 있지만, 나에겐 아직 생생하다.


유치원을 다닐 무렵이었다. 두발자전거를 배우기 위해 동네를 나섰고 뒤에서 잡아주던 아버지도 같이 계셨다. 페달을 밟다 멈추고, 가다 넘어지기를 반복하던 어느 순간이었다. 갑자기 바람이 가벼워졌다. 혼자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자동차와 건물들 사이로 새로운 기분을 맛보고 있었지만 어떻게 멈춰야 하는지 몰랐다.

브레이크를 잡으면 또 넘어지고 상처가 날까 두려워 페달을 밟기만 했다. 결국 동네를 돌다가 끝자락에서 주저앉으며 다리가 쓸렸다. 그러곤 다친 다리를 끌며 자전거를 밀고 집에 돌아갔다.


집에 돌아와 보니, 아버지는 거실에 있었다.


또 하나의 기억은 이모네였다. 맛있는 저녁을 먹고 나는 여동생과 일찍 누워 자고 있었다. 갑자기 큰 소리가 들려 거실로 나가보니, 소파에서 격하게 싸우고 있는 어머니 아버지의 모습이 기억난다.


마지막 기억은 밤이었는지 새벽이었는지 어두운 하늘만 기억난다. 비몽사몽간에 방에서 나오니 엄마는 동생을 안은 채 서 있었다. 현관에는 큰 캐리어 두 개가 놓여있었고, 아버지는 회사일로 오랫동안 집에 오지 못한다고 현관에서 인사를 하셨다.


그렇게 초등학교를 입학식 사진부터는 아버지를 찾을 수 없었다. 졸업 사진, 첫 교복, 대학 입학식 중요한 순간은 늘 한쪽이 비어있었다.


언제부턴가 나는 가끔 무의식적으로 뱉어내는 노랫가사가 있다.


어젯밤 꿈속에 나는나는 날개 달고

구름보다 더 높이 올라올라 갔지요

무지개 동산에서 놀고 있을 때

이리저리 나를 찾는 아빠의 얼굴

이리저리 나를 찾는 아빠의 얼굴.


결혼 후에도 나는 무의식처럼, 습관처럼 가끔 흥얼거렸다.

아내는 묻지 않았다. 그래서 더 고마웠다.


나에게 아버지는 가족을 버린 사람이었고 아버지와 같은 사람이 되지 않으려 더 애썼다. 그렇지만 아이를 갖는 일은 기쁨보다 두려움이 앞섰다. 아버지가 없었던 내가 어떤 아빠가 되어야 할지, 아이에게 어떤 아빠로 기억되면 좋아할지 스스로는 답을 찾지 못했다.


다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할 뿐이다. 그렇기에 조금이라도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고 싶었다. 이제는 내가 노래 속에 아빠가 되었다. 아이가 안 보이면 찾게 되고, 아이가 다치면 내 마음이 아프고, 아이가 어디서 무시받으면 내가 더 화가 난다.


오늘은 아이가 일어나서 꿈 이야기를 하는데 너무 고맙다.

“꿈속에서 괴물이 나타났는데 아빠가 옆에서 나를 지켜줬어.”

이 한 마디가 내가 잃었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덮어주었다.

기대고 싶을 때 기대어 주는 지금의 순간이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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