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22개월 육아휴직의 결정
육아휴직의 의미
직장 동료들에게 물어보면 퇴근하고 집에 들어가면 아빠~ 하고 뛰어와 안아주는 자녀를 기다린다고 한다. 하지만 일부 동료들은 정작 퇴근하면 아이들이 아빠는 아는 척도 안 하고 엄마랑만 목욕한다고 하고, 엄마랑만 밥 먹으려 하고, 엄마랑만 자고 싶다고 아빠는 저리 가라고 한다. 이게 반복되다 보면 몸은 편해서 좋다고 웃으며 말하지만, 목소리에 아쉬움과 섭섭함이 섞여 있다. 나도 휴직하지 않았다면 외톨이 가장이 될 뻔했다. 2년을 아이와 같이 울고 웃고 놀고 경험하며 가까워졌고, 내가 퇴근하면 달려오며 사랑한다고 해준다. 아이와 함께한 2년은 소중하고 행복했다.
육아휴직의 결정
새로운 생명을 갖고 나서 아빠가 된다는 게 기대되고 행복했다. 하지만 아이를 보는 걸 생각하자 맞벌이하는 우리 부부가 쉬지 않는다면, 누가 아이를 기를지 맡길 수 있는 사람은 있는지 큰 고민이 되었다. 출산을 3달 앞두고도 결정을 내리기 힘들었다. 아내는 출산휴가 후에 필수로 1년을 더 근무해야 했고, 이제 진급하는 나는 휴직하면 경력단절이 될 것 같고, 어머니와 장모님은 일부 도와주실 수 있으셨어도 여건상 전적으로 장기간으로 아이를 봐주시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그렇다고 육아도우미를 고용하자니 비용도 비용이지만, 아무리 고민해 봐도 도우미는 엄마·아빠만큼은 절대 못 해준다는 결론이 나왔다. 이제 답은 하나밖에 없다. 유일하게 휴직할 수 있는 사람 바로 나다. 마음에서 휴직을 정하기까지 오래 걸렸지만 사실 이미 답은 알고 있었다. 휴직하는 동안 시간을 그냥 보낼 수 없으니 평소 하고 싶었던 공부로 미래준비를 육아와 동시에 하기로 하며 휴직을 정했다.
휴직 2달 전에 회사에 이야기하고 담당했던 업무를 인수인계했다. 휴직을 이야기하니 조직책임자가 하는 말이 싸늘하다. 가슴에 비수가 내려와 꽂힌다. “휴직하는 동안 다른 동료들이 고생할 테니 복직하면 성과는 기대하지 말아라.” 하지만 가족을 위해서 결정한 만큼 후회하지 않는다. 아무리 그렇게 말해도 내가 복직하고 회사에 더 많은 기여 한다면 그만큼 성과는 받을 수 있다. 받을 수 있을까? 모르겠다. 다 복직하고 생각하자.
업무를 인수인계하는 동안 아내는 집에서 밤낮없이 아이를 돌보느라 많이 수척해졌다. 2시간마다 배고파서 보채는 아이를 달래고 20분 수유하고 20분 소화시키고 20분 안아서 재워주고 1시간 쉰다. 그마저도 내가 출근한다고 밤에는 온전히 본인이 다 하겠다고 하는데 너무 미안했다. 아내가 수유하면 내가 소화시키고 재우려고 일어나 보지만 출근해야 하니 다시 자라고 나를 오히려 다그친다.
새로운 막을 열 시간이다. 기대 반 걱정 반. 남자 대부분이 다 나 같은지는 모르겠지만, 아이는 분유만 잘 먹이고 기저귀만 잘 갈아주면 그냥 잘 크는 줄 알았다. 정말 멋모르고 육아휴직을 시작한 아빠다.
준비되지 않은 아빠
아이가 세상에 나왔고 나는 생물학적으로 아빠가 되었고 그것으로 아빠가 되는 것이 전부라고 생각했지만, 이 말은 곧 아이를 기를 준비를 하나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안전을 위해 무엇을 조심해야 하는지, 아이가 월령별로 어떻게 발달하고 그것에 맞게 무엇을 준비해야 하고 어떤 자극을 줘야 하는지 등 누가 나에게 물어보면 하나도 대답할 수 없었다. 신생아 목욕시키는 것조차 내가 내 마음대로 하면 된다고 생각했고, 이유식은 언제 시작하고 밥은 언제부터 먹일지, 아이가 성장이 느리진 않은지, 손수건부터 속싸개 겉싸개 왜 필요한지 아는 게 없었고 그러니 당연히 육아를 준비하는 것은 나도 모르게 오롯이 아내의 몫이 되었다.
반면에 나는 카시트 버클을 채우다가 허벅지 살을 집어서 세상에 나온 지 얼마 안 된 아기가 서럽게 울기도 하고, 6개월엔 아이가 거실에서 갑자기 울길래 가보니 거실 탁자에 놔뒀던 샤프로 눈 근처를 찔러서 자국이 남기도 했다. 발톱이 그렇게 빨리 자라는지 모르고 놔뒀다가 깨지기도 하고, 걸음마 시작할 때는 놀다가 자주 넘어져 머리를 찧고, 이유식 할 때는 며칠 동안 같은 반찬으로 먹이기도 했다. 18개월경 아이가 하기 싫다고 마음대로 하고 싶어 꽥꽥 소리를 지를 때는 화가 나서 아이를 집어던져버리고도 싶었다. 나는 아이에게 준비된 아빠가 아니었다.
아이의 첫걸음과 함께한 시간
아빠로서 부족했지만, 아이와 함께하는 매 순간은 소중하고 행복했다. 기저귀를 벗긴 후 다리를 들어 엉덩이를 닦아주는데 갑자기 거실 바닥이 엉망이 되고 갈색이 된 바지를 손빨래하지만 배시시 웃어주는 아이가 있어 기뻤고, 작디작은 손으로 겨우 내 손가락 하나를 꼭 잡으며 뭐라고 말하려는 아이를 보며 뭉클했고, 일어나자마자 아빠를 찾으면서 우는 아이가 있어 고마웠고, 내가 크게 웃으니까 아이도 덩달아 웃어 함께 벅찼다.
겨우 젖을 빠는 것만 할 수 있었던 생명체가 하나씩 하는 모습을 함께하는 순간 또한 소중했다. 아이가 처음으로 나를 마주 보고 웃어주는 순간, 누워만 있다가 처음으로 뒤집는 순간, 걸음마를 떼고 처음으로 나에게 걸어오는 순간, 내가 시무룩할 때 처음으로 ‘아빠 괜찮아’하며 등을 두드려주는 순간. 이 순간순간마다 마음이 녹아내리는 기분은 아이와 함께했을 때 아니면 절대 느낄 수 없는 감정이다. 난 아이와 함께한 행복한 아빠다.
아이의 마음 소리
복직한 지 얼마 안 됐을 때 퇴근하면 당연히 그전처럼 아이가 반겨줄 것 같았는데, 이제 두 돌 넘은 아이는 날 보자마자 소리친다. “아빠 저리 가. 아빠 싫어 엄마만 좋아. 아빠랑 안 잘 거야. 엄마랑 잘 거야.” 오랜만에 회사 적응하고 사람과 환경도 낯설어서 힘든데 퇴근하고 이런 말을 들었을 때 많이 서운했다. 하루 만에 내가 필요 없어진 걸까? 아이와 함께한 2년이 너무 허무하게 느껴졌다.
같이 자기 싫다고 해도 아이 옆에 누워서 곰곰이 생각해 보니 아이도 얼마나 힘들었을까 생각됐다. 새로운 어린이집 선생님도 친구들도 낯설 텐데 항상 옆에 있었던 보고 싶은 아빠가 날이 어두워져서야 나타나니 얼마나 서운했을까. 이제 말을 배우기 시작하는 아이가 표현하는 말을 생각해 보니 더 놀아주고 더 사랑해 줘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아내도 한 달 쉬며 아이 옆에서 놀아주고 새로운 어린이집도 적응시켜 주면서 아빠가 출근해야 하는 상황을 설명해 줬고, 아이도 아빠가 오랜 시간 회사에 다녀오는 걸 잘 이해해 줬다. 싫다고 해도 아이와 같이 놀아보려고 노력하니 아이랑 다시 가까워졌고, 한 달간 퇴근하고 에너지를 아이에게 쏟으니 아이가 아빠를 이해해 주는 것 같다.
아이의 처음을 함께 해주는 부모
우리는 처음으로 해야 하는 일들을 마주할 때 두렵기 마련이다. 성인도 두렵지만 아이는 더 두려울 것이다. 세상에 나오자마자 경험하는 모든 것들이 두려워 울음을 터트린다. 처음 눈을 뜨며 보이는 모든 것들이 두렵고, 잠을 자면 엄마아빠와 영원히 떨어지는 줄 알며, 도구를 잘 사용 못 하거나 실수로 무언가 깨뜨리면 운다. 처음으로 하는 모든 것이 두렵고 힘들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두려워하는 아이의 처음을 항상 옆에서 응원하고 지켜준다면, 아이는 가던 길을 가다가도 쉬고 싶을 때 우리에게 와서 쉴 것이다. 옆에서 기대줄 수 있다는 것만으로 얼마나 값진 경험인가.
우리는 육아가 처음이기에 준비가 안된 것 같고 항상 부족함을 느낀다. 내 체력이 부족해서, 내 집중력이 부족해서, 내가 자제력이 약해서 아이에게 더 못해주는 것 같아 미안하다는 생각도 자주 하게 된다. 하지만 우린 지금 현재 최선을 다해주고 있고 아이에겐 최고의 부모님이 아니어도 옆에서 처음을 응원해 주고 함께 있어주는 부모님만 있어도 충분하다. 아이를 위해 육아하는 모든 부모님을 응원한다. 우리는 아이의 처음을 함께 기대주는 부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