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기쁨은 술어일 수 없다. 기쁨은 언제나 주어다. 내가 기쁜 것이 아니다.
‘기쁨이’ 내게 온 것이다." _이종태
기쁨이 온다! 이제 갓 석 달이 지난 태아의 이름을 ‘기쁨이’로 지었다. 때때로 초음파 사진으로 그 형체와 모습을 신기하게 들여다보겠지만, 아직 우리는(그리고 그가 마주할 세상은) 아이를 만나볼 수 없다. 이 겨울 가고 봄이 찾아오면, 그가 미지의 문을 빼꼼히 열고 우리에게 올 것이다. 고 천상병 시인의 시구처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이 시작될 바로 그날. 기쁨과 슬픔이 그러하듯, 생과 사의 문은 그렇게 이웃집 담처럼 늘 우리 곁에 마주하고 있다. 기억 속의 '그'가 다가올 시간 속의 '그'와 만나 서로의 어깨를 살포시 토닥인다.
우리는 우리 자신의 눈물을 엄청나게 가벼운 천사들보다 더 가볍게 대할 수 있다. 그러하기에 우리는 별이 빛나는 침묵의 방에 앉아 있다. 하늘의 웃음소리는 너무나 커서 우리 귀에 들리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