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음을 거닐다 Mar 05. 2020

공포를 먹고 자라는 혐오의 기제

코로나 바이러스를 잘 넘기는 방법

2020년 3월 5일 현재 상황. 올해 초부터 진행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 속에서 우리의 일상이 무너져가고 있고, 크든 작든 사람들의 마음에 균열이 일어나고 있다. 인류의 역사상 언제나 있어왔던 감염병은 늘 극복되어왔고 이번 코비드-19 역시 잘 극복될 것이다. 피할 수 없다면 슬기롭게 무탈하게 잘 넘기는 것이 필요할 텐데, 그 과정에서 안타까운 모습들이 나타나기도 한다. 예를 들면 혐오와 편견이라든지, 가짜 뉴스에 현혹되고 실어 나르는 것, 편가르기에 동참하는 것 등이 있다. 공포와 두려움 속에서 생존 본능 때문에 발생하는 측면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인간의 이성과 인류애로 극복될 수 있는 측면도 분명 있다.


브런치 내에서 일상의 생각을 기록하고 공유하는 매거진을 개설하려고 생각했는데, 마침 현재 상황에서 많은 생각을 하고 또 나누고 싶은 이야기들이 있어 페이지를 새로 만들게 되었다.


첫 번째 나누고 싶은 이야기는 혐오와 차별이다. 1월 30일에 다른 SNS에 기록했던 글을 옮긴다. 이때는 우리나라에 급속도로 확산이 되기 전이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중국에서 발생했기 때문에 중국과 중국인에 대한 두려움과 경계 그리고 그로 인한 혐오 반응이 나타났을 때이다. 

 


인간은 불안과 공포를 과도하게 느끼면 인지적 오류에 빠지며 비이성적 반응을 보이게 된다. 이는 원시시대 때부터 발달된 인간의 본능적 패턴이다. 공포를 느끼면 모호한 대상은 무조건 유해하고 위협적인 것으로 느껴 빨리 대피하는 것이 상책이라는 도식이 원시적 뇌에 각인되어 왔다. 이것은 굉장히 동물적 반응이다. 


그런데 인간이 동물과 같으면서도 다른 점은 이 과정에서 인지가 개입된다는 것이다. 이것이 피해야 할 자극인지 아닌지 빠르게 판단하기 위해 인간의 뇌는 휴리스틱(일종의 주먹구구식 또는 어림짐작 방법)을 쓰는데, 하나의 예로 대상을 일반화해서 집단으로 범주화해서 바라보는 고정관념이 발동된다. 현재 당면한 공포가 너무 커서 한 개인의 특성을 찬찬히 살펴보기에는 시간이 없는 것이다. 그래서 그냥 그 개인이 속한 집단으로 싸잡아 묶어서 정보를 처리하고, 판단을 해버리는 것이다. 두려움이 증폭된 상황에서는 이런 인지적 오류가 효율적일 수도 있다. 그러니 이런 뇌의 반응은 진화적으로 인간이 발달시켜온 자기보호기제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자기보호기제가 편견과 그로 인한 혐오, 더 나아가서는 차별로 극대화된다는 것이다. 인간은 문화를 가진 종이기 때문에 이런 시선과 혐오를 말과 행동으로 확대 재생산한다.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에는 입소문으로 재생산했을 것이고, 매스미디어와 인터넷, SNS의 발달로 이제는 너무나 광범위하고 빠르게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사람들의 혐오 발언 및 행동이 확대되는 것은(이 또한 일부 사람들인데, 언론이나 SNS에서 과도하게 조명하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사람들의 공포가 얼마나 큰지를 반영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희망적이게도 인간이 짐승과 다른 또 다른 점은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사고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공포와 두려움이 엄습할 때, 과연 그 감정이 얼마나 합리적인 것인지 잠깐이라도 멈춰 생각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바이러스가 어떤 특정한 인종이나 국민이 갖고 태어나는 질병도 아닌데, 모든 중국인이 바이러스 감염자일까? 심지어 한국에 거주하는 중국인까지 경계해야 하는 합당한 이유가 있을까? 전세기 타고 들어와 철저한 방호 하에 바로 격리시설로 수용되는 우한 교민들에 의해 지역 주민이 감염될 확률이 얼마나 될까? (난 오히려 이송되는 과정에서 기내에서 서로에게 전파되지 않을까 그게 염려되지만, 그것까지 다 고려해서 이송계획을 세웠다고 하니 그분들이 그저 무사하게 이송되고 아무 일 없이 지나가길 바랄 뿐)


TV뉴스를 안 본 지 꽤 됐다. 오늘 점심 먹으러 식당에 갔는데, TV 뉴스가 켜져 있어 우연히 보게 됐다. 밥 먹는 내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얘기로 같은 내용을 반복하고, 사람들 사이에 퍼진 괴담과 행동을 실어 나르고 있었다. 없던 공포까지 생길 지경이었다. 이런 뉴스를 반복해서 시청하다 보면, 사람들의 마음속에 막연한 두려움이 자리 잡고, 그로 인한 혐오감이 생길 수도 있겠다 싶었다. 무슨 대목 잡은 것 마냥 같은 뉴스를 쏟아내며, 자극적인 뉴스로 대중의 공포와 혐오를 부추기고 있는 언론을 보며, 언론의 역할이 무엇인지에 대해 다시금 씁쓸한 고민을 해 본다. 이럴 때일수록 올바른 정보와 문제 해결에 유익한 정보를 제공하여 시민들이 합리적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절실한 시점이 아닌가.


정치든 언론이든 장사든 인간의 근원적 공포심을 파고들어 이용하고 조장하는 세력은 조심해야 한다. 지금도 바로 그런 때이다. 이럴 때일수록 인간이 가진 이성을 더 발동시켜야 할 것이다. 그렇다고 불안을 제쳐 두자는 것은 아니다. 불안에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은 지금-여기에서 할 수 있는 행동이다. 현재 상황으로서는 질병관리본부에서 제시하는 행동수칙을 따르고 검증된 정보에만 귀를 기울이는 것이 그 방법일 것이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그 과정에서 피해가 최소화되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