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비, 내린다. 조동진의 <겨울비>가 떠오른다. <겨울비>는 1979년 발매된 ‘조동진 1집’에 수록된 곡이다. 그이는 어머니의 부음을 접한 날, 내리는 겨울비를 보며 이 노래를 만들었다. 숱한 겨울비가, 수많은 겨울비 노래가 이별을 말하지만, 그이의 <겨울비>만큼 처연한 작별의 노래는 찾기 어렵다. 늘 그렇듯, 조동진의 읊조림은 낮고 담담하기에, 더욱 사무친다. 생각해보니, 겨울비란 그런 것이다. 아직 멀리 있는 봄을 기다리며, 메마른 겨울 땅을 적시지만, 아직은 그 무엇도 살리지 못하는, 낮고 조용하며, 가난하고 시린 물방울. 겨울비를 맞은 나무는 잎사귀를 틔우지 못하고, 겨울비를 맞으며 떠난 그이는 돌아오지 않는다. 재생되지 않는 죽음, 회복되지 못할 작별. 어쩌면, 겨울비 뒤에 폭설이 존재를 뒤덮을지 모르고, 살을 에는 추위가 삶을 얼어붙게 만들지 모른다. 겨울비 내리는 시절, 봄은, 아직, 너무 멀다.
어머니가 떠나던 날도, 형이 가던 날도, 비는 내리지 않았다. 맑고, 건조했던 그날들이 기억난다. 차라리, 겨울비가 내렸으면 좋으련만. 내가 죽는 날에는, 낮고 어둡게, 비가 내리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