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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책갈까 May 09. 2023

언제까지 재활

내측 반월상연골 절제술 후

요즘도 정신없는 하루를 보내고 있다.

얼마 전 까지는 무기력감과 허리통증과 내 삶을 통제할 수 없다는 우울함이 한번에 와서 잠을 자고 일어나면 마약이라도 한 듯 헤롱헤롱 거렸는데, 이런 바쁜 생활이 이제 조금 익숙해 진 듯 하다.


요즘에는 내 건강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는거 같다.

왼쪽 무릎 연골을 조금 절제하는 수술 후 계속 좌우 몸의 밸런스가 맞지 않은 느낌이었다.

오른쪽 근육이 훨씬 우세하였고 내 몸의 전반적인 움직임을 오른쪽이 다 이끌어 가고 있었다.

왼쪽은 그냥 존재할 뿐이었다.

그런느낌으로 2년을 살았다.

골반이 뒤틀리기 시작했고 허리 디스크로 추측되는 허리 통증이 찾아왔다.


어떠한 재활로도 몸의 밸런스를 찾을 수 없었던 나는 2년 동안 이거저거 시도하다 포기하는 순간이 꽤 길어지고 있었는데 최근에 찾아온 허리 통증은 꽤 길고 깊숙하게 침투하여 내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있었다.

'정신 차려야 겠다.' 라고 생각했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2년의 방황을 끝내야 한다.


재활의학과를 주 2번을 꼬박꼬박 다니고 있고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에 저번주에는 수영을 끊었다.

이번주는 헬스를 끊었다.

몸의 이곳저곳이 고장나 있는 탓에 몸이 건강한 사람들처럼 아무 운동이나 할 수 없다.

골반이 틀어져 있는 상태로 운동을 하는 것은 까닥하면 더 나빠지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도 알고있다.

하지만 의사나 전문가를 찾아간다고 해도 결국 자기의 몸을 100프로 느끼는 것은 본인뿐이다.

그들의 말을 100프로 신뢰하다기 보단 스스로 어느정도 해보고 '이정도까지는 괜찮구나, 나에게 도움이 되는구나' 싶은 범위까지는 해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물론 나는 겁이 많기에 물리치료사 선생님의 의견을 구하기는 했다.

긍정의 대답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아니라고 하지도 않았기에...

얼른 빨리 낫고 싶었다.

하루라도 이 감옥에서 벗어나고 싶다.

내가 촬영팀 일을 하지 못하게 하는 근본적인 지긋지긋한 원인이기에.


사실 수중재활을 하고 싶었지만 너무 비싸다.

내 재정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금액이다.

그래서 자유 수영 시간에 수중에서 스트레칭을 한다던가 한발 스쿼트를 번갈아 가보며 해본다던가 한다.

지면에서 하는 것보다는 훨씬 수월하지만 그것 역시 쉽지는 않다.

그럴때마다 내 상태가 어떤지 또 한번씩 깨닫는다.

물속에서도 스쿼트가 쉽지 않은데 이런 몸으로 난 어떻게 촬영팀을 한다고 했을까, 정말 근성으로 버텼구나 싶다.

누가 내 장점을 꼽으라면 확실한 점은 알겠다.

방법을 모르는 채로 미련하게 계속하는 근성과 악바리.

어느순간부터 촬영팀을 그걸로 버텨 나간게 아닌가 싶다.

물론 좋아하는 마음도 컸지만.

열정도 하나 추가하겠다.


고심해서 고른 헬스장은 주말부터 나가기 시작했다.

어떠한 운동을 해도 계속 좌우밸런스가 틀어진 상태기 때문에 자극도 같이 오지 않는다.

그래서 코어를 키울 수 있으면서도 최대한 머신의 도움을 받아 내 몸이 잘 움직이지 않는 선에서 자극을 받을 수 있는 머신이 있는 헬스장을 택했다.


쓰는 머신이 몇개 없어서 누가보면 돈낭비라고 할 수 있겠지만 집에서 혼자 했던것보다는 훨씬 도움이 된다.

집에서는 아쉬웠던 넓은공간, 전면 유리, 운동에 집중하는 여러 사람들.

환경이 주는 분위기는 확실히 다르다.

집에서는 자칫 나태해질 수 있는 나를 좀 더 의지있는 사람으로 만들어 준다.

만족스럽다.


이렇게 열심히 산 게 참 오랜만이라는 생각이 든다.

난 가진게 없어서 늘 부지런히 살긴 했는데 성과가 없는 느낌이었다.

남들은 재테크다 뭐다 해서 조금이라도 시도해보는데 난 그런게 일절 없었다.

정말 내가 버는 페이만으로만 생활했기에 일이 없는 휴식기에 더 직격타를 맞은게 아닐까 싶다.

이제라도 이것 저것 못해본 것들, 미래에 대비해서 내가 좀 더 알아야 할 것들을 공부해서 조금 더 똑똑하게 살고 싶다.  


늘 삶과 죽음의 경계에 있는 느낌이었는데 막상 또 거리에 나앉을 신세가 되니까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버둥버둥거리고 있다.

사람이란게 참 웃기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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