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토끼 part 2

상대성의 관점과 MBTI 해석의 오류

by Appendix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은 저마다 다르다.

같은 사건을 보고도 사람마다 받아들이는 감정과 해석이 다를 수밖에 없다.

이유는 간단하다.

중심이 다르기 때문이다.

나는 나를 중심으로 세상을 보고, 다른 사람도 마찬가지로 자기 자신을 기준으로 바라본다.

마치 각자 다른 위치에서 같은 산을 바라보는 것처럼, 모두가 같은 산을 보고 있지만 그 모습은 제각각 다르게 보인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이 물리학에 혁명을 가져왔듯이, 우리의 일상에도 '상대성 이론'이 적용된다.

내게는 중요한 것이 다른 이에게는 사소할 수 있고, 내게는 당연한 것이 다른 이에게는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다.

내 인생의 주인공은 나지만, 다른 사람의 인생에서 나는 그저 조연이거나 엑스트라에 불과하다.


비 오는 날을 떠올려 보자.

농부에게는 단비가 될 수 있지만, 야외 결혼식을 준비하던 사람에게는 아쉬운 날이 된다.

도시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불편한 날씨일 수도 있고, 한편으로는 창가에 앉아 따뜻한 차 한 잔과 함께 여유를 즐길 수 있는 낭만적인 순간이 될 수도 있다.

같은 비라도 그 비를 맞이하는 입장에 따라 의미는 크게 달라진다.

내 친구 중 한 명은 비가 올 때마다 우울해한다.

그에게 비는 어두움과 슬픔의 상징이다.

하지만 또 다른 친구는 비가 오면 오히려 기분이 좋아진다.

빗소리가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고, 땅과 식물이 생기를 되찾는 모습이 생명력을 느끼게 해준다고 한다.

같은 비, 다른 감정.

이것이 바로 상대성이다.


MBTI의 해석 오류

"너는 외향적이야, 내향적이야?"

이런 질문을 받으면 대부분 사람들은 자신이 활발한지 조용한 지부터 떠올린다.

파티를 좋아하면 E, 집에서 책 읽기를 좋아하면 I라고 생각하는 식이다.

하지만 이것이 바로 MBTI의 함정이다.


외향성과 내향성의 진짜 차이는 '에너지의 방향'에 있다.

외향적인 사람은 자기 외부에 주의를 집중하며, 다른 사람들과 발상이나 감정을 나누면서 에너지를 충전한다.

반면 내향적인 사람은 자기 내부에 주의를 기울이며, 혼자만의 시간을 통해 생각을 정리하고 깊이를 더해가면서 에너지를 얻는다.


내 친구 중 한 명은 모임에서 항상 활기차게 대화를 이끌어가지만, 정작 자신은 MBTI 검사에서 I(내향형)이 나왔다고 했다.

처음에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지만, 그 후에는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해. 그 시간이 없으면 완전히 지쳐버려"라고 설명했다.

반면 E(외향형)으로 분류된 또 다른 친구는 모임에서 조용한 편이지만, 혼자 있을 때보다 사람들과 함께할 때 더 활력을 느낀다고 했다.

쉽게 말해, E는 '밖으로 향하는 안테나'를 가진 사람이고, I는 '안으로 향하는 렌즈'를 가진 사람이다.

둘 다 나름의 방식으로 세상을 탐구하고 이해하려 한다.

다만 그 접근법이 정반대일 뿐이다.


소통과 이해의 서로 다른 방식

외향적인 사람들은 보통 말하면서 생각한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즉석에서 꺼내놓으며, 대화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발전시켜 나간다.

회의 시간에 "아, 지금 생각해 보니까..."라고 시작하는 발언을 자주 하는 사람이 있다면, 십중팔구 E형일 것이다.

반면 내향적인 사람들은 생각한 다음에 말한다.

머릿속에서 이미 어느 정도 정리된 내용을 신중하게 꺼내놓는다.

그래서 때로는 "왜 진작 이런 좋은 아이디어를 말하지 않았어?"라는 소리를 듣기도 한다.

사실 그들은 그 좋은 아이디어가 정말 좋은 아이디어인지 혼자서 곰곰 검토하느라 시간이 걸렸을 뿐이다.


이런 차이는 대인관계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난다.

E형은 폭넓은 관계를 선호하고, I형은 깊이 있는 관계를 중시한다.

SNS 사용 패턴을 봐도 그렇다.

E형은 일상을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댓글로 활발하게 소통한다.

반면 I형은 신중하게 선별한 내용만 올리고, 개인적인 메시지를 통해 소통하는 것을 선호한다.


우리는 대체로 자신의 관점에서 타인을 이해하려 한다.

내가 느끼는 감정이 타당하니 상대방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것은 착각일 가능성이 크다.

누군가에게는 우스갯소리로 던진 농담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깊은 상처가 될 수 있다.

반대로, 나에게는 대수롭지 않은 일이 상대에게는 큰 감동이 될 수도 있다.


기억마저 다르게 새겨지는 경험들

나는 이런 실험을 한 번 해봤다.

가족들에게 같은 어린 시절 사건에 대해 물어봤다.

놀랍게도 각자 기억하는 내용이 달랐다.

내가 중요하게 여겼던 순간을 형은 거의 기억하지 못했고, 내가 별로 인상 깊지 않게 여겼던 일을 어머니는 아주 중요한 사건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같은 경험이라도 각자의 관점에서 다르게 기억되고, 다르게 의미가 부여되는 것이다.


어느 날 친구와 영화를 보고 난 후 감상을 나눈 적이 있다.

나는 그 영화가 너무 감동적이었다고 말했지만, 친구는 지루하고 뻔했다고 평했다.

처음에는 "이 영화의 깊이를 이해 못 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의 의견을 듣다 보니, 그가 본 영화와 내가 본 영화는 같은 영화였지만 완전히 다른 경험이었음을 깨달았다.


MBTI로 예를 들면, T(사고형)는 논리와 객관성을 중시하고, F(감정형)는 가치와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같은 영화를 봐도 T형은 플롯의 논리성이나 연출 기법에 주목할 것이고, F형은 인물들의 감정과 관계의 변화에 더 집중할 것이다.

어느 쪽이 더 옳다고 할 수 없다.

세상을 바라보는 각도가 다른 것이다.


여기서 T형이 단순히 논리로만 따지고 F형이 감정에만 취해 있다는 오해는 피해야 한다.

T형도 충분히 따뜻한 감정을 느끼고, F형도 논리적 사고를 할 수 있다.

단지, 세상을 해석할 때 우선적으로 주목하는 기준이 다를 뿐이다.


갈등 속에서 발견하는 진실

몇 년 전, 나는 친구와 작은 갈등을 겪었다.

내가 보기에 그는 약속 시간을 자주 어기고 책임감이 부족했다.

하지만 대화를 통해 알게 된 것은, 그의 관점에서는 완전히 다른 상황이었다는 점이다.

그는 가족의 건강 문제로 여러 책임을 져야 했고, 그로 인해 시간 관리가 어려웠던 것이다.

내가 그의 상황을 알기 전에는 그저 무책임한 사람으로만 보였지만, 그의 관점에서 보니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았다.


이것은 MBTI의 J(판단형)와 P(인식형) 차이와도 연결된다.

J형은 계획과 결정을 선호하고, P형은 융통성과 적응을 선호한다.

흔히 J형은 약속 시간을 잘 지키고, P형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이 역시 단순화된 오해다.

J형도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고, P형도 중요한 일에는 충분히 책임감을 가지고 계획적으로 행동할 수 있다.

J와 P의 본질은 '시간을 지키는가'가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고 대응하는 방식의 차이에 있다.


한 번은 E형 친구와 I형 친구가 함께 프로젝트를 하는 모습을 지켜본 적이 있다.

E형 친구는 "일단 해보자!"며 바로 행동에 옮겼고, I형 친구는 "잠깐, 계획을 좀 더 세우자"며 브레이크를 걸었다.

처음에는 서로 답답해했지만, 결국 E형의 추진력과 I형의 신중함이 만나 훌륭한 결과를 만들어냈다.


관계는 끊임없는 조율의 과정

관계를 맺는다는 것은 끊임없는 조율의 과정이다.

서로 다른 중심을 가진 사람들이 만나, 적절한 거리를 찾아가는 일이다.

때로는 내가 중심을 조금 양보해야 하고, 때로는 상대가 내 입장을 고려해야 한다.


E형과 I형이 함께 일하거나 관계를 맺을 때는 서로의 차이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E형은 I형에게 충분한 준비 시간을 주고, 갑작스러운 요청보다는 미리 계획을 세워서 알려주는 것이 좋다.

I형은 E형이 즉석에서 하는 말을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말고, 그들이 말하면서 생각을 정리하는 스타일임을 이해해야 한다.


상대의 입장을 이해한다고 해서 반드시 그 관점을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 시각이 존재함을 인정하는 것만으로도 많은 것이 달라진다.

우리는 때때로 '그건 틀렸어'라고 단정 짓기보다,

'그럴 수도 있겠다'라고 여유를 가질 필요가 있다.

마치 "네가 지금 서 있는 곳에서 보면 그렇게 보일 수도 있겠구나"라고 인정하는 것처럼.


성격 유형의 함정을 넘어서 MBTI를 포함한 성격 유형론은 유용한 도구지만, 동시에 함정이 될 수도 있다.

"나는 T형이니까 논리적인 게 당연해"라고 생각하거나, "그 사람은 P형이라서 항상 늦는구나"라고 단정 짓는 것은 위험하다.

네 글자로 사람을 규정하는 것은 마치 복잡한 산의 모습을 한 장의 사진으로 설명하려는 것과 같다.


조용한 E형도 있고, 활발한 I형도 있다.

감정적인 T형도 있고, 논리적인 F형도 있다.

중요한 것은 에너지를 어디서 얻느냐, 어떤 방식으로 세상과 소통하느냐,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느냐다.


겉으로 보이는 행동만으로 성격의 본질을 판단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무대 위에서 발표하는 것을 좋아하는 I형이 있다.

그들은 철저히 준비한 내용을 청중에게 전달하는 과정에서 만족감을 느낀다.

하지만 발표가 끝나면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

반면 즉흥적으로 발표하는 것을 어려워하는 E형도 있다.

그들은 청중과의 실시간 소통은 좋아하지만, 혼자서 준비하는 시간은 지루해한다.


더 넓은 시야를 향해

이런 차이를 인정하는 것은 쉽지 않다.

우리는 본능적으로 자기중심적으로 사고하기 때문이다.

내 감정이 중요하고, 내 경험이 가장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하지만 한 걸음 더 나아가, 우리는 자기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해야 한다.


완전히 벗어나는 것은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내 생각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타인의 입장을 고려하고, 내 생각이 절대적인 진리가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것.

이러한 태도가 결국 더 넓은 시야와 깊이 있는 관계를 만들어준다.

나와 다른 생각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만으로도, 불필요한 갈등을 줄이고 조금 더 넓은 시야를 가질 수 있다.


E와 I의 차이는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서로 다른 강점을 가진 것이다.

E형의 추진력과 적응력, I형의 신중함과 깊이 있는 사고는 모두 소중한 능력들이다.

세상은 E형만으로도, I형만으로도 돌아갈 수 없다.

빠른 실행력과 신중한 계획, 폭넓은 네트워킹과 깊이 있는 관계, 즉흥적인 창의성과 체계적인 분석이 모두 필요하다.

결국 우리가 서로의 차이를 이해하고 보완할 때, 개인도 조직도 더 큰 성과를 낼 수 있다.

이 차이를 인정하고 존중할 때, 우리는 더 풍성한 관계를 만들어갈 수 있다.


각자 다른 위치에서 같은 산을 바라보는 것처럼, 모두가 같은 세상을 살고 있지만 그 경험은 제각각 다르다.

그리고 그 다름이야말로 우리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드는 원동력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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