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토끼 part1

중요한 것은 관찰자의 시점

by Appendix

같은 그림, 다른 세상

rabbitduck.jpg "어떤 동물들이 서로 가장 닮았을까?" / "토끼와 오리."


비트겐슈타인의 유명한 오리토끼 그림.

한 장의 그림 속에 오리와 토끼가 동시에 숨어있는 그림이다.

처음 봤을 때 나는 확실히 토끼를 먼저 봤다.

'귀가 긴 토끼네'라고 생각했는데, 옆에 있던 친구는 "오리가 부리를 벌리고 있네"라고 말하는 게 아닌가.

처음엔 친구가 농담하는 줄 알았다.

'무슨 오리? 분명히 토끼인데...' 하지만 친구의 안내를 따라 다시 보니 정말로 오리가 보였다.

그제야 깨달았다. 하나의 이미지에 두 가지 모습이 담겨 있다는 것을.

이 그림의 묘미는 누가 맞고 틀렸냐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토끼도 있고 오리도 있다.

다만 우리가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다르게 보일 뿐이다.

마치 우리 일상의 많은 순간들처럼 말이다.


드레스 색깔 논쟁과 정치적 토론


dress.jpg


한때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던 '드레스 색깔 논쟁'이 있었다.

어떤 사람들은 그 드레스가 흰색과 금색으로 보인다고 했고, 다른 사람들은 파란색과 검은색이라고 주장했다.

각자 자신이 본 색깔이 '진짜'라고 확신했다.

재밌게도 아무도 거짓말을 하고 있지 않았다.

모두가 진실을 말하고 있었을 뿐이다.


정치적 이슈에 대해 친구와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나는 내 의견이 합리적이고 옳다고 확신했다.

대화가 진행될수록 우리의 시각 차이는 좁혀지지 않았고, 처음에는 답답했다.

그런데 문득 오리토끼 그림이 떠올랐다.

'아, 우리는 같은 사안을 보고 있지만 서로 다른 것을 보고 있구나.'

내가 보는 토끼를 그는 오리로 보고 있는 것이다.

그 순간 마음이 조금은 편안해졌다.

우리의 관점이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니,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더 중요해졌다.


영화 한 편, 백 가지 감상

같은 영화를 본 후에도 사람마다 전혀 다른 반응을 보인다.

어떤 사람은 비극적 측면에 공감하고, 다른 사람은 희망적인 메시지에 감동받는다.

심지어 영화의 핵심 메시지마저 각자의 해석에 따라 180도 달라지기도 한다.

결국 우리는 같은 영화를 봤지만, 서로 다른 영화를 본 셈이다.


이런 차이는 단순한 개인적 취향을 넘어선다.

우리가 살아온 환경과 배경, 각자가 경험한 역사적 맥락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같은 장면을 보고도 누군가는 자신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고, 다른 누군가는 최근 겪은 일을 연상한다.

우리의 해석은 결국 우리 자신의 삶이 투영된 결과다.


시각을 바꾸는 실험

한 번은 오랫동안 견해 차이로 갈등을 겪던 선배와 특별한 대화를 시도했다.

서로의 관점에서 이야기해 보기로 한 것이다.

내가 그의 입장을 대변하고, 그가 내 입장을 대변하는 식으로.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점차 상대의 논리를 이해하려다 보니 새로운 통찰을 얻게 됐다.

내가 미처 보지 못했던 부분들, 그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들을 발견한 것이다.

의견 차이는 여전했지만, 이전과는 달리 그 차이를 인정하고 존중할 수 있게 됐다.


모든 시각이 동등하게 옳다는 말은 아니다.

때로는 잘못된 정보나 편견이 개입된 관점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 시각이 왜 형성됐으며, 어떤 배경에서 나온 것인지 이해하려는 태도다.

무조건적인 배척보다는 그 생각이 나오게 된 맥락을 살펴보는 것이 더 생산적이다.


열린 마음이라는 선택

진정한 이해는 나와 다른 관점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려는 노력에서 시작된다.

단순히 상대방의 말을 듣는 것이 아니라, 그의 입장에서 세상을 바라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럴 때 비로소 우리는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진정한 대화를 나눌 수 있다.

다른 사람의 시각을 이해하는 것은 나 자신의 사고를 확장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내가 당연하게 받아들이던 것들이 다른 관점에서는 다르게 보일 수 있으며, 이를 통해 더 깊은 사고력을 기를 수 있다.

결국 다양한 관점을 수용하는 것은 단순한 관용의 문제가 아니라, 나 자신을 성장시키는 과정이다.


오리토끼 그림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이것이다.

내가 토끼를 본다고 해서 상대방이 오리를 봤다는 사실이 부정되지 않는다는 것.

둘 다 그림 속에 존재하며, 어느 쪽이 '옳다'라고 할 수 없다.


우리는 종종 하나의 시각에 갇혀 살면서 다른 가능성을 간과한다.

하지만 조금만 시선을 달리하면 전혀 새로운 모습이 나타날 수 있다.

내가 보고 있는 것이 전부가 아닐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다른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

그것이 보다 성숙한 사고의 출발점이다.


그리고 그런 태도가 있을 때, 우리는 서로를 더 깊이 이해하고 더 조화로운 관계를 만들어갈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세상을 바라보는 우리의 태도이다.


(part 2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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