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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왈로비 Oct 24. 2023

핵개인의 시대, 핵가족이 살아가는 법

공존(共存, Coexistence)

최근 송길영 작가의 '시대예보: 핵개인의 시대(Forecast of the Times: Era of Nucelar Individulas)'를 읽었습니다.


일기예보를 통해 우산을 챙길지, 옷은 얇게 입을지 혹은 두껍게 입을지 우리의 하루를 준비하듯, 작가는 미래를 대비하고 준비할 수 있도록 '시대예보'라는 제목을 붙였다고 합니다.


미래의 키워드는 '핵개인' 입니다.

핵가족(Necluar Family)이라는 용어는 원자의 핵과 같이 더 이상 쪼개질 수 없는 가족의 단위를 일컫는 말입니다. 소위 부부와 미혼자녀로 구성된 가족이죠.


과거 과학기술이 발달하지 않았을 때는 '핵'이 쪼개지지 않는 최소의 단위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이후 물질을 쪼개면 분자, 분자를 쪼개면 원자, 원자를 쪼개면 원자핵과 전자, 원자핵을 쪼개면 중성자와 양성자로 나뉘고, 중성자와 양성자를 구성하는 것이 '쿼크'라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핵이 쿼크로 쪼개지듯, 시대예보에서는 가족의 개념이 핵가족에서 '핵개인(Nuclear Individuals)'으로 작아지고 있다고 합니다.




'핵개인'이란 MBC의 유명 예능 프로그램인 '나 혼자 산다'처럼 혼자 사는 사람들을 의미합니다. 


핵가족 시대에도 혼자 사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그들은 맞지 않은 옷을 입은 것처럼 힘겹게 살아갔습니다. 그러나, 핵개인화 시대의 혼자 사는 사람들은 '지능화'와 '자동화'를 통하여 과거 가족 구성원들과 함께 하지 않고서는 할 수 없었던 많은 일들을 혼자서도 잘 해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예를 들면, 

빨래를 하기 위해서는 세탁기가 있어야 하고, 세탁기가 있으려면 세탁기를 놓을 공간이 필요한데, 혼자 사는 공간은 보통 크지 않기에 일주일에 몇 번 사용하지 않을 세탁기에게 많은 공간을 할애하는 것은 비효율적이었습니다. 또한, 한 명 분의 빨래보다는 가족 모두의 빨래를 한 번에 세탁기에 돌리는 것이 더 효율적이기도 하였습니다. 그래서 핵가족 시대의 개인은 빨래를 하는 것조차 어려웠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세탁특공대', '런드리고'와 같은 세탁서비스를 이용하면 집 안에 세탁기를 두지 않아도 세탁물을 빨아서 집 앞까지 배달해 주므로, 혼자 사는 사람에게 세탁은 별 문제가 되지 않게 되었습니다.

저녁식사를 하기 위해 재료를 사고 요리를 하는 것도 혼자서는 쉽지 않았습니다. 장을 보러 가는데도 시간이 걸리고, 장을 보더라도 1인분의 재료를 사기 어렵고, 먹는 사람은 한 명인데 요리를 하는데도 시간이 많이 소요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제는 '마켓컬리' 등의 새벽배송을 통해 1인분 재료나, 1인분 밀키트를 바로 다음날 새벽에 집 앞까지 배달받아 간단히 요리해서 먹을 수도 있고, '쿠팡이츠' 등의 배달어플을 통해서도 간편하게 식사를 해결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앞으로는 AI 기술 발전이 지능화와 자동화를 더 빠르게 진보시켜, 가족 단위로 할 수밖에 없었던 많은 일들이 개인에게도 손쉽게 할 수 있도록 변화할 것입니다.




지능화와 자동화뿐만 아니라 핵가족에서 핵개인으로의 변화 원인에는 사회적 요인도 있을 것입니다. 최재천 교수의 말에 따르면 주변에 먹을 것이 없고, 주변에 숨을 곳이 없는 그런 상황에서는 새끼를 낳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합니다. 결혼을 하고 출산을 하기 위해서는 많은 사회적 비용이 필요한데 취업난을 비롯하여 아파트 가격의 폭등으로 평온한 주거 공간을 구할 수 없는 젊은 세대들에게는 안정된 가정을 꾸리는 비용을 구하는 것이 부모의 도움 혹은 로또나 주식의 대박에 기대지 않고서는 넘볼 수 없는 일이 되어버렸기 때문이지요. 그러니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지 않는 것이 지극히 당연한 진화적 적응현상으로서 현명한 선택인 것입니다.


물론, 핵개인 시대에는 개인의 자유의지가 무엇보다도 중요할 것이기에, 결혼과 육아에서 오는 기쁨보다 본인에게 집중하고 자신만의 인생을 살아가는 것에 더 큰 행복을 느끼는 사람들도 있을 것입니다. 김영하 작가도 삼십 대 초반에 아이를 낳지 않겠다고 결심하며 "인간들은 어리둥절한 채 서로에게 상처를 입히고, 죽지 않으려고 발버둥 치다가 결국은 죽어 사라지는 존재라고 본다”며 아내와 살면서 서로 상처를 입히거나 욕망에 휘둘리는 모습을 보이기 싫어 자녀를 낳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하였습니다.


과거 핵가족 시대에는 부부와 아이가 있는 가족이 표준이었으므로, 표준에서 벗어나 혼자 사는 사람들은 온전한 삶을 살기 어려웠습니다. 그러나, 핵개인 시대에는 혼자 사는 삶이 표준이 될 것이므로 환경적 요인이든 자유의지든 결혼과 출산은 선택이 될 것이고, 혼자 살아가는 삶을 선택하는 사람들은 점점 더 많아질 것입니다.




핵개인 시대의 개인은 핵가족 시대의 개인과 무엇이 다를까요?

(1) 가족에 대한 인식이 다릅니다.

민법은 원칙적으로 가족의 범위를 배우자, 직계혈족(직계존속과 직계비속) 및 형제자매로 제한합니다. 핵개인에게 가족은 민법상의 범위에 제한되지 않습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에 사람과 교류하지 않으면 살 수 없습니다. 기존에는 가족의 구성원으로서 사회적 효능감을 느끼기에 충분했습니다. 하지만, 핵개인 시대에는 소셜미디어의 인친(인스타그램 친구)이나, 동친(동네 친구) 등 가족이 아니더라도 마음 맞는 동반자들과 교류하면서 사회적 교류를 할 것입니다. 과거 이웃사촌이 가족을 중심으로 형성되었다면, 이제는 이웃사촌이 가족의 역할을 대신하게 되는 것이지요. 그러다 보니 핵개인은 내가 함께 하고 싶은 사람들이 많은 동네에 모여 살기를 희망할 것입니다. 


민법 제779조(가족의 범위) ①다음의 자는 가족으로 한다.

1. 배우자, 직계혈족 및 형제자매

2. 직계혈족의 배우자, 배우자의 직계혈족 및 배우자의 형제자매

②제1항제2호의 경우에는 생계를 같이 하는 경우에 한한다.


(2) 이직에 자유롭습니다. 

핵개인은 '나'를 중심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가족에 얽매이지 않고, 나를 둘러싼 국가나 회사에도 충성하지 않습니다. 나보다 공동체가 우선이 되던 시기에는 가족, 국가, 회사에 대한 충성을 연료로 하여 개인의 희생을 당연시하였습니다. 그러나 핵개인은 더 이상 집단에 충성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니 평생직장이라는 개념도 사라질 것입니다. 평생직장이 능력 있는 핵개인은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고 더 나은 대우를 해주는 회사로 옮겨 갈 것입니다. 더 이상 한 회사에서 20년~30년 근무한 것이 미덕이 되는 사회가 아니라 미국과 같이 능력에 따라 이직이 잦은 사회가 되는 것이지요. 

회사 역시도 유능한 핵개인과 함께 일하기 위해 그들을 직원이 아닌 구성원으로 받아들이고, 채용하기보다는 '영입'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니 앞으로는 대기업 공개채용보다는 필요한 능력을 갖춘 인재를 시의적절하게 영입하기 위해 '리멤버',  '원티드'와 같은 리크루팅 서비스가 더 활발히 이용될 것입니다. 회사도 애써 영입한 유능한 인재가 다른 회사로 이직하지 않도록 정당한 대우를 하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3) 살아갈 세계관과 도시를 스스로 선택합니다.

핵가족은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순간 주거의 이전이 제한됩니다. 그러나 혼자 살아가는 핵개인은 이와 같이 아이를 위해 한 도시에 정주해야 할 이유가 없습니다. 또한, IT기술의 발달로 노트북 등의 기기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일할 수 있는 환경이 되었으니, 더욱 도시에 머물러야만 하는 이유가 사라졌습니다. 서울에 위치한 회사에서 근무를 하여도 재택근무 등을 활용하여 주 4일은 회사에 출근하고 주 3일은 쉴 수 있으니, 주택 가격이 비싼 서울에는 작은 집을 구하여 회사를 다니고, 자연경관이 뛰어난 강릉에 휴식을 위한 집을 구하여 서핑을 즐기고, 취미가 맞는 사람들과 어울려 지낼 수 있게 됩니다. 이러한 선택은 국경의 제한을 뛰어넘을 것입니다. 긱 워커(Gig Woker)를 구하는 글로벌 플랫폼을 통해 어디서든 일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많은 국가에서 유능한 인재의 이민을 위하여 인센티브를 제공한다고 합니다. 그러니 핵개인은 서울, 파리, 뉴욕 등 나의 가치관과 맞는 도시를 선택하여 살아갈 것이며, 내가 살아갈 세계관을 선택하여 살아갈 것입니다. 


(4) 모든 일상을 기록합니다.

핵개인들 자신이 무엇을 먹고 누구를 만났는지 인스타그램의 사진을 통해 기록하고, 여행을 가는 경우 영상을 찍어 유튜브로 편집하여 업로드하며, 일상의 생각은 브런치나 블로그에 기록하고, 달리기나 자전거를 타는 경우 스트라바(Strava) 삼성헬스에 기록을 남깁니다. 즉, 일상의 모든 것들이 디지털로 기록됩니다. 

그러니 내가 어느 분야의 전문가이거나 어떤 것을 좋아한다고 말로만 주장하지 않습니다. 말로만 하는 주장에 상대방이 믿지도 않습니다. 나의 모든 일상이 기록되기 때문에 자전거 타는 것을 좋아한다고 하면 스트라바나 삼성헬스에서 자전거 탄 기록을 보여주면 되고, 꽃을 좋아한다고 하면 인스타그램에서 자신이 꽃꽂이 했던 사진들을 보여주면 됩니다. 또한, 코딩 전문가임을 상대방에게 알리기 위해서는 단지 나의 활동들이 누적되어 기록된 GitHub의 Score를 보여주기만 하면 됩니다. 

이처럼 모든 일상이 기록되는 시대에는 과정이 투명하게 누적적으로 기록되니 거짓말은 통하지 않습니다. 나의 기록은 나를 특징짓는 '고유성'을 갖게 하며, 오랜 기간 축적된 시간은 고유성을 넘어 '진정성' 있는 내가 될 수 있도록 합니다.


(5) AI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첫 번째 인류가 될 것입니다.

신기술을 정의하는 재미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내가 태어난 이후 개발된 것인지?"를 묻는 것입니다. 

내가 태어나기 이전부터 있었던 것은 신기술이 아니기 때문에 거부감이 받아들인다는 것입니다. 요새 태어난 아이들은 전화기 이모티콘(☎)이 왜 전화를 의미하는 것인지 모릅니다. 아이들이 처음 보는 전화기는 과거의 유선 전화기가 아닌 직사각형 모양의 스마트폰이기 때문입니다. 마찬가지로 요새 태어난 아이들은 돈을 주어도 그것이 어떠한 가치를 가지는지 알지 못합니다. 대신 장난감을 살 때 부모가 신용카드나 삼성페이를 통해 지불하므로 신용카드나 삼성페이의 가치는 정확히 알고 있습니다. 반대로 아이들은 마우스나 키보드를 사용하는 것보다 태어날 때부터 보아왔던 태블릿이나 스탠바이미와 같은 터치 스크린을 더 잘 사용합니다. 태어나면서부터 존재하였던 태블릿 기기를 거부감 없이 받아들였기 때문입니다. 

앞으로의 핵개인에게 AI는 태어나기 이전부터 존재하였던 기술이 될 것입니다. 현재 AI에 대한 다양한 의견과 같이 AI를 새로운 기술이라 생각하고 거부감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원래부터 있었기에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이지요. AI를 받아들이고 잘 활용한다면 과거 컴퓨터의 등장과는 차원이 다를 정도로 개인들은 힘을 얻게 될 것입니다. 몇 시간이 걸려서 찾거나 정리해야 될 내용을 AI의 도움으로 간단히 해결할 수 있게 되는 것이죠. 즉, 핵개인은 아이언맨의 자비스나, 사이버 포뮬러의 아스라다와 같은 슈퍼 AI 비서를 갖게 됩니다. AI 비서를 통해 시간을 더욱 효율적으로 활용할 것이며, 기업들도 기존의 대규모 시스템에서는 불가능했던 개인화된 여행 등의 초개인화 서비스도 제공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핵개인 시대의 초입인 만큼, 많은 것들이 1인 가구에 맞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핵가족만을 위한 것이 있습니다. 바로 '국민평수' 아파트입니다. 국평이란 부부와 미성년자녀의 가족이 생활하기에 알맞은 방 3개, 화장실 2개가 있는 3 베이 구조의 25~30평 아파트입니다.


최근 혼자 사는 친구가 송도에 30평 아파트를 청약받아 이사를 갈 때가 되었습니다. 친구는 방 3개에 화장실 2개도, 혼자 살기에 넓은 집도 필요하지 않지만 쾌적한 주거 공간을 위해서는 국평을 선택해야 할 뿐 선택의 여지가 없기에 비싼 분양가에도 불구하고 청약을 넣었다고 하였습니다. 

그 밖에도 개인이 국평 아파트에 사는 단점은 또 있습니다. 친구는 아이가 없으므로 이용하지도 않을 아파트 단지 내 놀이터와 같은 시설에 대하여도 관리비를 지불해야 하고, 비슷한 부류의 커뮤니티가 활성화되면 좋겠다고 하였지만 현재까지의 청약제도는 아이의 수를 기준으로 가점을 주었기 때문에 입주민은 대부분은 핵가족이므로 비슷한 부류의 이웃사촌을 만들기 어려울 것입니다.




앞으로는 주거의 형태도 혼자 사는 핵개인이 편안하게 쉴 수 있고, 가족을 대신할 이웃사촌을 만들 수 있는 커뮤니티가 활성화된 그러한 국평 아파트가 등장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다만, 핵가족 시대에 개인은 소수였지만, 핵개인 시대 가족은 소수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근시일 내에는 핵가족과 핵개인이 공존할 것입니다. 즉, 저는 핵가족으로서 제 친구는 핵개인으로서 각자의 삶을 살아가게 될 것입니다. 그러니 핵가족을 위한 국평 아파트가 핵개인을 위한 국평 아파트로 대체될 것이 아니라, 핵가족과 핵개인을 위한 주거 형태가 모두가 존재하여 스스로 삶의 방식을 선택한 자들이 자신의 선택에 따른 삶을 살 수 있도록 다양한 선택권이 주어지는 사회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서로 다름을 이해하고 핵가족과 핵개인 모두를 평등하게 대하는 자세가 필요할 것입니다. 


본질적으로 같은 것은 같게, 다른 것은 다르게 취급하는 것입니다.

헌법 제11조는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종교·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 한다”라고 규정하여 평등의 원칙을 선언하고 있는바, 이러한 평등의 원칙은 국민의 기본권 보장에 관한 우리 헌법의 최고원리로서 국가가 입법을 하거나 법을 해석 및 집행함에 있어 따라야 할 기준인 동시에, 국가에 대하여 합리적 이유 없이 불평등한 대우를 하지 말 것과, 평등한 대우를 요구할 수 있는 국민의 권리이다. 그리고 위와 같은 평등의 원칙은 일체의 차별적 대우를 부정하는 절대적 평등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입법과 법의 적용에 있어서 합리적 근거 없는 차별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상대적 평등을 뜻하고 따라서 합리적 근거 있는 차별 내지 불평등은 평등의 원칙에 반하는 것이 아니다. 다른 한편 평등의 원칙은 본질적으로 같은 것은 같게, 본질적으로 다른 것은 다르게 취급할 것을 요구한다(헌재 2002. 12. 18. 2001헌바55 등 참조).


핵개인 시대에 핵가족으로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변화를 인식하고, 변화의 중심에 있는 개인을 이해하려 노력해야 할 것이며, 핵개인과 공존하기 위해 다름을 이해하고, 다름을 받아들일 수 있는 포용력을 갖추어야 할 것입니다. 그것이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여 한 시대를 풍미했던 핵가족의 책무이자 의무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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