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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왈로비 Oct 16. 2023

계약해제와 손해배상 청구

기본에 충실할 것

테크와 관련된 법들을 주로 검토하다 보니, 민사법은 가끔씩 보는 정도였습니다.


변호사에게 있어서 민사법은 가장 주요하게 다루어지는 법률입니다. 민사법은 사람들 사이의 다툼을 다루는 법이기에 그 쓰임새가 많기 때문입니다. 2021년 법원이 접수한 전체 소송사건은 총 667만여 건인데 이 가운데 민사사건이 482만 건으로 전체 사건의 72%을 차지하였고, 변호사시험 과목 중 민사법 점수는 전체 점수의 42%(700/1660점)를 차지하였습니다. 이처럼 소송사건의 통계수치와 변호사 자격시험 점수의 비율을 보더라도 민사법의 중요성을 알 수 있습니다.


최근 민사법 관련 사건을 주요하게 검토할 일이 있었습니다. 오랜만에 민사법을 보려니 쟁점을 파악하는 것도 다소 버벅거리고, 관련 판례를 찾는 것도 제법 시간이 오래 걸렸습니다.


위 검토 과정에서, 화려한 테크 관련 법들에 밀려 법학에서 기본이 되는 중요한 민사법을 소홀히 한 것은 아닌가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기초와 토대가 튼튼해야 높은 건물을 지어도 무너지지 않는 것처럼, 법학에서 기본이 되는 민사법의 토대가 탄탄해야 그 위에 신기술 관련 법들이 쌓여 응용되고 발전될 수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기본에 충실하기 위해 민사법에서 중요한 쟁점인 "계약해제와 손해배상 청구"의 법리에 관하여 정리해보고자 합니다.




[사례]

요새 대부분의 기업들은 자사의 서비스를 위해 안드로이드나 iOS 애플리케이션을 만들어야 합니다. 다만, 모든 기업들이 스스로 애플리케이션 등 소프트웨어를 만들 수 있는 인력과 설비를 갖춘 것이 아니기에 소프트웨어 개발을 제3자에게 맡기는 경우가 자주 발생합니다.


이때, 애플리케이션을 만들고자 하는 회사는 소프트웨어 개발을 의뢰하는 자(이하 "발주자")로서 소프트웨어를 공급, 개발 및 구축하는 자(이하 "공급자")와 소프트웨어 개발·공급계약을 체결합니다. 그런데, 소프트웨어라는 무형의 결과물과 관련하여 공급자가 계약기간 내에 납품을 하지 못하거나, 납품한 제품에 하자가 있는 등 분쟁이 발생할 여지가 많습니다.


본 사안에서는 공급자의 귀책으로 인해 계약을 해제함에 있어 발주자의 입장에서 취할 수 있는 법적인 조치에 대하여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발주자와 공급자 사이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상용SW공급구축 사업 표준계약서"를 체결하였다고 가정하도록 하겠습니다.




[계약의 해제]

공급자가 계약기간 내에 소프트웨어를 납품하지 못하여 이행지체에 있거나, 공급자의 귀책으로 이행이 불능하게 된 때 등 채무불이행이 있는 경우에는 계약 및 법률에 의하여 계약을 해제할 수 있습니다. 이때, 계약을 해제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기간을 정하여 공급자에게 그 이행 또는 시정을 최고하고 그 기간 내에 이행 또는 시정하지 아니하여야 합니다. 예를 들면, 발주자는 공급자에게 계약 해제의 의사표시가 담긴 내용증명을 보내 2주 정도의 기간 동안 이행이나 시정을 하도록 요구하고, 공급자가 이에 응하지 않는 경우에 계약이 해제되는 것입니다.


민법 제543조(해지, 해제권) ①계약 또는 법률의 규정에 의하여 당사자의 일방이나 쌍방이 해지 또는 해제의 권리가 있는 때에는 그 해지 또는 해제는 상대방에 대한 의사표시로 한다.

민법 제544조(이행지체와 해제) 당사자 일방이 그 채무를 이행하지 아니하는 때에는 상대방은 상당한 기간을 정하여 그 이행을 최고하고 그 기간내에 이행하지 아니한 때에는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그러나 채무자가 미리 이행하지 아니할 의사를 표시한 경우에는 최고를 요하지 아니한다.

민법 제546조(이행불능과 해제) 채무자의 책임있는 사유로 이행이 불능하게 된 때에는 채권자는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원상회복 의무]

계약을 해제하면 계약은 소급하여 실효되므로, 이미 이행된 급부는 법률상 원인 없이 수령한 것이 되어 부당이득으로 반환되어야 합니다. 계약해제에 의한 원상회복의 경우 이득의 현존 여부와 상대방의 선의·악의를 묻지 않고 받은 급부 전부를 상대방에게 반환하여야 합니다.


민법 제548조(해제의 효과, 원상회복의무) ①당사자 일방이 계약을 해제한 때에는 각 당사자는 그 상대방에 대하여 원상회복의 의무가 있다. 그러나 제삼자의 권리를 해하지 못한다.

②전항의 경우에 반환할 금전에는 그 받은 날로부터 이자를 가하여야 한다.




[손해배상 청구]

계약이 해제되어 무효로 돌아가더라도 공급자의 채무불이행으로 인해 발주자에게 손해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손해배상 청구는 채무불이행으로 이유로 계약해제와 아울러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에 그 계약이행으로 인하여 채권자가 얻을 이익 즉 이행이익의 배상을 구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그에 갈음하여 그 계약이 이행되리라고 믿고 채권자가 지출한 비용 즉 신뢰이익의 배상을 구할 수도 있다고 할 것이고, 그 신뢰이익 중 계약의 체결과 이행을 위하여 통상적으로 지출되는 비용은 통상의 손해로서 상대방이 알았거나 알 수 있었는지의 여부와는 관계없이 그 배상을 구할 수 있고, 이를 초과하여 지출되는 비용은 특별한 사정으로 인한 손해로서 상대방이 이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던 경우에 한하여 그 배상을 구할 수 있다고 할 것이고, 다만 그 신뢰이익은 과잉배상금지의 원칙에 비추어 이행이익의 범위를 초과할 수 없습니다(2002다2539).


즉, 손해배상 범위는 이행이익의 범위에서 민법 393조의 통상손해와 특별손해에 의해 정해집니다. i) 이행불능으로 인한 해제의 경우 이행에 갈음하는 손해배상에서 발주자가 채무를 면하거나 급부한 것을 반환받음으로써 얻는 이익을 뺀 나머지 금액이 배상액이 되고, ii) 이행지체로 인한 해제의 경우 계약이 해제되지 않고 이행이 이루어졌다면 얻었을 이익이 배상되어야 합니다.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에 있어 통상손해인지 특별손해인지 여부는 거래당사자의 직업, 거래의 형태, 목적물의 종류 및 양 등의 사정을 종합하여 당사자들이 그러한 손해의 발생을 어느 만큼 용이하게 예견할 수 있었느냐가 관건이라 할 것인바, 당사자들이 일반적·객관적으로 당연히 그 채무불이행으로부터 발생하리라고 예상하였어야 할 손해이면 통상손해의 범위 내에 포함되고, 그러한 정도까지 예상되는 것이 아니라면 특별손해로 보아야 합니다(2004가합9444).


통상손해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종류의 채무불이행이 있으면 사회일반의 거래관념 또는 사회일반의 경험칙에 비추어 통상 발생하는 것으로 생각되는 범위의 손해를 말하고, 특별한 사정으로 인한 손해는 당사자들의 개별적, 구체적 사정에 따른 손해를 말합니다(2013다66904).

실무상 통상손해의 경우 손해의 입증이 비교적 용이하나, 특별손해의 경우 고지 등을 통하여 상대방이 그 특별한 손해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어야 하므로 입증을 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민법 제390조(채무불이행과 손해배상) 채무자가 채무의 내용에 좇은 이행을 하지 아니한 때에는 채권자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그러나 채무자의 고의나 과실없이 이행할 수 없게 된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민법 제393조(손해배상의 범위) ①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은 통상의 손해를 그 한도로 한다.

②특별한 사정으로 인한 손해는 채무자가 그 사정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때에 한하여 배상의 책임이 있다.

민법 제551조(해지, 해제와 손해배상) 계약의 해지 또는 해제는 손해배상의 청구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


한편, 계약서 작성 시 손해의 범위를 제한하기 위해 손해배상의 한도를 정하는 계약도 가능합니다. 예를 들면 "손해배상액은 계약금액을 한도로 한다."와 같은 조항을 두는 것입니다. 이와 같은 경우, 손해배상 인정 범위는 계약상 손해배상의 한도 내에서 입증가능한 손해액으로 제한됩니다.




[손해배상액의 예정]

계약 당사자가 손해를 한정하고, 입증 부담을 완화하기 위하여 '손해배상액을 예정'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다만, 계약이 해제되면 계약으로부터 발생하였던 법률효과는 해제에 의하여 소급적으로 소멸되는데, 손해배상액의 예정 조항도 소급적으로 소멸하는지 문제 됩니다.


판례(2019다292736)는 매매계약이 해제되었음을 전제로 원상회복과 손해배상액의 예정에 기한 손해배상을 구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하여 아래와 같이 판시하였습니다.


민법 제398조 제1항은 "당사자는 채무불이행에 관한 손해배상액을 예정할 수 있다."라고 정하고, 제3항은 "손해배상액의 예정은 이행의 청구나 계약의 해제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라고 정한다. 제551조는 "계약의 해지 또는 해제는 손해배상의 청구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라고 정한다.

이러한 규정의 문언·내용과 계약당사자의 일반적인 의사 등을 고려하면, 계약당사자가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전보배상에 관하여 손해배상액을 예정한 경우에 채권자가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계약을 해제하거나 해지하더라도 원칙적으로 손해배상액의 예정은 실효되지 않고, 전보배상에 관하여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손해배상액의 예정에 따라 그 배상액을 정해야 한다. 다만 위와 같은 손해배상액의 예정이 계약의 유지를 전제로 정해진 약정이라는 등의 사정이 있는 경우에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계약을 해제하거나 해지하면 손해배상액의 예정도 실효될 수 있다. 이때 손해배상액의 예정이 실효된다고 볼 특별한 사정이 있는지는 약정 내용, 약정이 이루어지게 된 동기와 경위, 당사자가 이로써 달성하려는 목적, 거래의 관행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당사자의 의사를 합리적으로 해석하여 판단해야 한다.


따라서, 원칙적으로 계약이 해제되더라도 약정한 손해배상액의 예정 조항까지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민법 제398조에서 정하고 있는 손해배상액의 예정은 손해의 발생사실과 손해액에 대한 증명의 곤란을 덜고 분쟁의 발생을 미리 방지하여 법률관계를 쉽게 해결하고자 하는 등의 목적으로 규정된 것이고, 계약 당시 손해배상액을 예정한 경우에는 다른 특약이 없는 한 채무불이행으로 인하여 입은 통상손해는 물로 특별손해까지도 예정액에 포함되고 채권자의 손해가 예정액을 초과한다 하더라도 초과 부분을 청구할 수 없습니다(2010다10382).


또한, 손해배상 예정액이 부당하게 과다한 경우에는 법원은 당사자의 주장이 없더라도 직권으로 이를 감액할 수 있으며, 여기서 '부당히 과다한 경우'라고 함은 채권자와 채무자의 각 지위, 계약의 목적 및 내용, 손해배상액을 예정한 동기, 채무액에 대한 예정액의 비율, 예상 손해액의 크기, 그 당시의 거래관행과 경제상태 등 모든 사정을 참작하여 일반 사회관념에 비추어 그 예정액의 크기, 그 당시의 거래관행과 경제상태 등 모든 사정을 참작하여 일반 사회관념에 비추어 그 예정액의 지급이 경제적 약자의 지위에 있는 채무자에게 부당한 압박을 가하여 공정성을 잃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인정되는 경우를 뜻하는 것으로 보아야 하고, 이 경우에 실제 발생한 것으로 예상되는 손해백의 크기를 참작하여 손해배상액의 예정액이 부당하게 과다한지 여부 내지 그에 대한 적당한 감액의 범위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실제의 손해액을 구체적으로 심리·확정할 필요는 없으나, 기록상 실제의 손해액 또는 예상 손해액을 알 수 있는 경우에는 이를 그 얘정액과 대비하여 볼 필요는 있습니다(2010다10382).


민법 제398조(배상액의 예정) ①당사자는 채무불이행에 관한 손해배상액을 예정할 수 있다.

②손해배상의 예정액이 부당히 과다한 경우에는 법원은 적당히 감액할 수 있다.

③손해배상액의 예정은 이행의 청구나 계약의 해제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

④위약금의 약정은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추정한다.

⑤당사자가 금전이 아닌 것으로써 손해의 배상에 충당할 것을 예정한 경우에도 전4항의 규정을 준용한다.




[지체상금]

보통 소프트웨어 개발·공급계약 등의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채무자(공급자)가 계약기간 내에 계약상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을 때 채무자(공급자)가 채권자(발주자)에게 지급하기로 미리 정해 둔 손해배상액인 '지체상금'을 지급하는 약정을 하여 결과물의 완성이 늦어지는 것을 대비합니다.


지체상금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손해배상의 예정으로 판단되고(97다21932), 손해배상의 예정이 있는 경우 채권자의 손해가 예정액을 초과한다 하더라도 초과 부분을 청구할 수 없습니다(2010다10382).

그렇다면 지체상금약정과 별도로 손해배상약정을 한 경우, 지체와 관련 없이 발생한 손해에 대하여 손해배상약정에 기하여 별도로 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지 문제 됩니다.


소프트웨어 개발·공급계약은 도급계약의 형태로 이루어지는데, 이와 유사한 공사도급계약의 판례(2009다41137, 41144)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공사도급계약을 체결하면서 건설교통부 고시 '민간건설공사 표준도급계약 일반조건'을 계약의 일부로 편입하기로 합의하였고, 위 일반조건에서 지체상금에 관한 규정과 별도로 계약의 해제·해지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는 경우, 채무불이행에 관한 손해배상액의 예정은 당사자의 합의로 행하여지는 것으로서, 그 내용이 어떠한가, 특히 어떠한 유형의 채무불이행에 관한 손해배상을 예정한 것인가는 무엇보다도 당해 약정의 해석에 의하여 정하여지는 바, 위 일반조건의 지체상금약정은 수급인이 공사완성의 기한 내에 공사를 완성하지 못한 경우에 완공의 지체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에 관하여 손해배상액을 예정하였다고 해석할 것이고, 수급인이 완공의 지체가 아니라 그 공사를 부실하게 한 것과 같은 불완전급부 등으로 인하여 발생한 손해는 그것이 그 부실공사 등과 상당인과관계가 있는 완공의 지체로 인하여 발생한 것이 아닌 한 위 지체상금약정에 의하여 처리되지 아니하고 도급인은 위 일반조건의 손해배상약정에 기하여 별도로 그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이 경우 손해배상의 범위는 민법 제393조 등과 같은 그 범위확정에 관한 일반법리에 의하여 정하여지고, 그것이 위 지체상금약정에 기하여 산정되는 지체상금액에 제한되어 이를 넘지 못한다고 볼 것이 아니다.


즉, 지체상금은 결과물 완성의 지체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에 관한 예정으로서, 결과물의 하자로 인한 불완전급부 등으로 인하여 발생한 손해에 대해서는 입증가능한 범위 내에서 청구가능합니다.




[결론]

이상과 같이 소프트웨어 개발·공급 계약에 있어 공급자의 귀책으로 인한 채무불이행 발생 시 발주자가 취할 수 있는 주요 법적 쟁점에 대하여 살펴보았습니다.


요약해 보자면,

발주자는 계약 해제 가능하고,

계약이 해제된 경우 계약 당사자는 원상회복 의무 있으며,

발주자는 계약해제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 가능합니다.

다만, 그 손해를 입증해야 법원에서 인정될 것입니다.

이 경우 손해배상액의 한도 설정, 손해배상액의 예정 조항도 고려해야 합니다.

또한, 위 손해배상과는 별도로 이행지체로 인한 지체상금도 청구 가능합니다.




기본에 충실해야 하는 것은 법학 분야이든지, 기술 분야이든지 혹은 경영 분야이든지 크게 다르지 않게 적용될 '정언명제'일 것입니다.

튼튼한 기본을 쌓고, 그 위에 자신만의 혁신을 멋지고 화려하게 쌓아 올리시기 바랍니다.


혁신은 기본에 충실할 때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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