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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왈로비 Oct 30. 2023

책임지지 않는 자, 모두 유죄

결정과 행동에는 책임이 따른다

자신의 결정과 행동으로 인한 결과를 무책임하게 대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자신의 결정과 행동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이 많이 있는 것 같습니다.


국가의 방향과 정책을 잘못 정하여 국가의 '망(亡)'과 '쇠(衰)'를 가속시킨 행정가들

잘못된 입법을 통해 악법(惡法)을 만든 정치인들

음주운전을 하고 사고를 일으켜 타인을 사상에 이르게 한 가해자들

사람을 폭행하고 죽음에 이르게 하였지만 형벌이 가혹하다고 상고하는 범죄자들

타인의 말 한마디에 자신의 전재산을 투자하고 그 타인을 원망하는 투자자들

유행이나 주변의 말만 듣고 자신의 미래가 걸린 대학교 전공을 선택하는 입시생들

신용카드나 신용대출로 생각 없이 소비를 하였지만 상환계획은 없었던 소비자들 등


위 모든 경우 자신의 결정과 행동으로 인한 결과에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은 바로 '자신'입니다.




우리의 결정과 행동이 비난가능성까지 나아간 경우 국가는 법적인 책임인 '형벌'을 부과합니다. 형사법의 기본원리인 "책임 없는 자에게 형벌을 부과할 수 없다"는 '책임주의' 원칙은 스스로의 책임에 따라 자신의 행동을 결정할 권리를 보장하는 한편, 자신이 결정한 행동이 비난가능성까지 나아간 경우에는 형벌로서 책임을 지도록 의무를 부과하고 있는 것입니다.


형벌은 범죄에 대한 제재로서 그 본질은 법질서에 의해 부정적으로 평가된 행위에 대한 비난이다. 일반적으로 범죄는 법질서에 의해 부정적으로 평가되는 행위(행위반가치)와 그로 인한 부정적인 결과의 발생(결과반가치)이라고 말할 수 있으나, 여기서 범죄를 구성하는 핵심적 징표이자 형벌을 통해 비난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법질서가 부정적으로 평가한 행위에 나아간 것’, 즉 행위반가치에 있다.

만약 법질서가 부정적으로 평가한 결과가 발생하였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결과의 발생이 어느 누구의 잘못에 의한 것도 아니라면, 부정적인 결과가 발생하였다는 이유만으로 누군가에게 형벌을 가할 수는 없다. 물론 결과의 제거와 원상회복을 위해 그 결과 발생에 아무런 잘못이 없는 개인이나 집단에 대해, 민사적 또는 행정적으로 불이익을 가하는 것이 공평의 관념에 비추어 볼 때 허용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법질서가 부정적으로 평가할 만한 행위를 하지 않은 자에 대해서 형벌을 부과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형벌의 본질은 비난가능성인데, 비난받을 만한 행위를 하지 않은 자에 대한 비난이 정당화될 수 없음은 자명한 이치이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책임없는 자에게 형벌을 부과할 수 없다’는 형벌에 관한 책임주의는 형사법의 기본원리로서, 헌법상 법치국가의 원리에 내재하는 원리인 동시에, 국민 누구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고 스스로의 책임에 따라 자신의 행동을 결정할 것을 보장하고 있는 헌법 제10조의 취지로부터 도출되는 원리이다(헌재 2007. 11. 29. 2005헌가10 결정)




자신의 행위가 (범죄)구성요건해당성, 위법성 및 유책성이 인정되는 경우 범죄가 되게 되고, 그에 따른 형벌을 부과받게 됩니다. 


그러나 자신의 결정과 행동에 대한 결과를 책임지지 않으려는 사람들은, 형벌에서도 책임지지 않으려는 태도를 취합니다. 특히, 이들이 수사과정에서 가장 많이 하는 말 중 하나가 "몰랐다"는 것입니다.


몰랐다는 말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자신의 행위가 범죄가 되는 것을 몰랐다는 의미입니다. 하지만, 단순히 자신의 행위가 법률에 의해서 처벌받는 다는 것을 모른다고 하더라도 면책사유가 되지 않습니다.

형법 제16조에 자기의 행위가 법령에 의하여 죄가 되지 아니한 것으로 오인한 행위는 그 오인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 한하여 벌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이는 단순한 법률의 부지인 경우를 말하는 것이 아니고 일반적으로 범죄가 되는 행위이지만 자기의 특수한 경우에는 법령에 의하여 허용된 행위로써 죄가 되지 아니한다고 그릇 인식하고 그와 같이 그릇 인식하에 있어 정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 벌하지 아니한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대법원 85도25).


형법 제16조(법률의 착오) 자기의 행위가 법령에 의하여 죄가 되지 아니하는 것으로 오인한 행위는 그 오인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 한하여 벌하지 아니한다.




두 번째는 자신의 행위가 그러한 결과를 발생할 줄 몰랐다는 의미입니다. 즉, 고의가 없었다는 의미이지요.

(범죄)구성요건의 주관적 요소로서 과실범을 제외하고는 행위자의 '고의'가 있어야 하는데, 고의는 행위자가 범죄사실을 인식하고 또한 그것을 최소한 인용한 때에 인정됩니다. 


형법 제13조(고의) 죄의 성립요소인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 다만,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에는 예외로 한다.


한편, 행위자가 범죄사실의 발생을 적극적으로 의도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그것을 인용·용인하거나 감수하는 경우 혹은 묵인하는 '미필적 고의'도 고의로 인정됩니다. 즉, 고의의 일종인 미필적 고의는 중대한 과실과는 달리 범죄사실의 발생 가능성에 대한 인식이 있고 나아가 범죄사실이 발생할 위험을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가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행위자가 범죄사실이 발생할 가능성을 용인하고 있었는지는 행위자의 진술에 의존하지 않고 외부에 나타난 행위의 형태와 행위의 상황 등 구체적인 사정을 기초로 일반인이라면 범죄사실이 발생할 가능성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를 고려하면서 행위자의 입장에서 그 심리상태를 추인하여야 합니다(대법원 2016도15470).


예를 들면, 아래와 같은 사례에서 미필적 고의가 인정되었습니다.

쇠파이프와 각목으로 머리와 몸을 마구 때린 경우에 사망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인식할 수 있었을 것이므로 살인의 범의를 인정한 사례(대법원 93도3612)

안전거리 확보를 제대로 하지 아니한 채 유턴한 과실로, 맞은편에서 우회전 후 직진하던 오토바이가 유턴하는 피고인의 차량을 피하던 중 바닥에 넘어지게 하였고, 만연히 자신의 잘못이 아닐 것이라 생각한 나머지 그대로 현장을 이탈한 경우 피고인의 과실로 위 사고가 발생하였고 그로 인하여 피해자가 상해를 입었거나 차량이 손괴되었음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한 것으로 인정한 사례(인천지방법원 2022노1873)


결국 어떤 행동을 하였을 때 보통의 사람이라면 일반적으로 발생가능한 결과를 예상할 수 있었던 경우이거나, 예상해야만 했던 경우에는 미필적 고의가 인정됩니다.


그러므로 나의 결정과 행동으로 인해 어떠한 결과가 발생할 줄 몰랐더라도 미필적 고의의 법리에 따라 적어도 예상할 수 있었거나, 예상해야만 했던 결과에 대해서는 책임이 있습니다.




(범죄)구성요건에 해당되는 행위에 관해서 행위자를 법적으로 비난할 수 있기 위해서는 그 행위 당시에 행위자가 '책임능력'을 갖추고 있어야 합니다. 책임능력이란 행위자가 행위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고 그 판단에 따라서 자신의 행동을 결정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합니다. 따라서, 책임능력을 결여한 자에 대해서는 적법행위를 기대할 수 없기 때문에 법적 비난가능성으로서의 책임이 인정되지 않습니다. 


형법은 만 14세 미만의 자를 형사미성년자고 규정하고, 형벌을 부과하지 않습니다. 즉, 형법은 형사미성년자를 일률적으로 책임무능력자로 취급하여 (범죄)구성요건에 해당되는 행위를 한 자가 행위 당시에 만 14세에 이르지 않은 경우에는 처벌의 대상이 되지 않도록 합니다. 육체적·정신적으로 미성숙한 어린아이는 정신적 발육의 정도에는 개인차가 있겠지만 사물의 변별능력과 그 변별에 따른 행동통제능력이 없다고 보아 그들의 결정과 행동이 온전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하고, 책임을 부과하지 않는 것입니다.


형법 제9조(형사미성년자) 14세되지 아니한 자의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




또한, 심신장애로 인해 사물변별능력 또는 의사결정능력을 갖추지 못한 자(심신상실자)에 대해서는 형벌을 부과할 수 없고, 심신장애로 인해 사물변별 능력 또는 의사결정능력이 정상인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는 자(심신미약자)의 경우에는 형이 감경됩니다.


심신장애는 생물학적 요소로서 정신병, 정신박약 또는 비정상적 정신상태와 같은 정신적 장애가 있는 외에 심리학적 요소로서 이와 같은 정신적 장애로 말미암아 사물에 대한 판별능력과 그에 따른 행위통제능력이 결여되거나 감소된 것을 의미합니다.


뉴스에서 보면 술을 마셨거나, 정신병이 있거나 하는 사실을 통해 형이 감경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것이 책임질 수 없는 상태에서 한 결정이나 행동이 책임능력을 전제로 하는 형법상의 원리에 반하기 때문에 형이 면제·감경되는 것입니다.


형법 제10조(심신장애인) ①심신장애로 인하여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없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자의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

②심신장애로 인하여 전항의 능력이 미약한 자의 행위는 형을 감경할 수 있다. 




한편, 심신장애의 상태에서 범행이 이루어진 경우라도, 행위자가 이미 범행을 최소한 예견하면서 스스로 야기한 심신장애의 상태에서 범행에 나아간 경우에는 적어도 그러한 상태에서 초래한 원인행위가 이루어진 시점에서는 행위자의 의사결정이 자유로웠고 그 원인행위를 피할 수 있었던 점에서 행위자에 대한 법적 비난가능성이 인정된다면 '원인에 있어서 자유로운 행위'의 법리에 따라 그 범행에 관해서 행위자에게 완전한 책임을 물을 수 있습니다.


흔히 범죄를 저지르기 전에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하여 술을 마시거나 마약을 하여 심신장애 상태에 있는 경우입니다. 이미 범행을 예견하고도 자의로 심신장애를 야기한 경우이므로 스스로 자신의 행위를 결정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그 결정에 따른 책임을 지도록 하는 것입니다.


형법 제10조(심신장애인) ③위험의 발생을 예견하고 자의로 심신장애를 야기한 자의 행위에는 전2항의 규정을 적용하지 아니한다.




이처럼 형법에서도 인간이 자유로운 의사를 가지고 스스로 결정하고 행동할 것을 전제하고 있으며, 이는 국민 누구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진다는 헌법 제10조에서 도출된다고 보고 있습니다.


우리의 결정과 행동에 왜 책임을 져야 할까요?

우리는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자유가 있기 때문에 자신의 결정과 행동에 책임져야 하는 것입니다. 자유로움의 대가로 책임을 부담하는 것이지요.


그러나, 만약 당신이 형사미성년자나, 심신장애인과 같이 스스로 사물을 변별할 수 있는 변식능력 또는 스스로 의사를 결정할 수 있는 제어능력이 결여된 사람이라면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될 것입니다. 자유롭지 않으니까요.


결국 나의 결정과 행동에 책임을 지지 않는다면, 자신을 스스로 책임능력이 없는 사람으로 인정하는 것입니다. 책임을 지지 않는다면, 내 인생에 대한 자유로운 결정권이 없다는 의미이므로 내 삶에서 주인이 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주변에서는 나의 결정과 행동에 대해 계속 책임 지지 않는 나의 모습으로 인해 더 이상 나를 신뢰하지 않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스스로 책임을 지지 않는 만큼 법과 사회와 회사와 가족과 친구로부터 통제받게 될 것입니다.


우리가 자유롭게 선택을 하거나 결정을 하거나 행동을 할 때는 그에 따른 책임이 있다는 것을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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