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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왈로비 Mar 17. 2024

노동의 종말 시대, 우리는 왜 일하는가?

You’ve got to find what you love

최근 비트코인 가격이 1억 원을 넘었습니다.

친구들과의 카톡방에서도 화제가 되었는데, 한 친구가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갑자기 내 삶이 불행하게 느껴졌다"


비트코인으로 주변 사람들은 큰돈을 버는 것 같은데, 나만 그렇지 못한 것 같은 상대적 불안감으로 불행을 느끼는 이른바 포모증후군(FOMO, Fear of Missing Out)으로 인한 불행이었습니다.


상대적 불평등이 가져오는 불행을 잘 보여주는 실험이 있습니다.


미국 에모리대학교에서 원숭이 A와 원숭이 B에게 서로 다른 보상인 오이와 포도를 주었을 때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살펴보는 실험이었습니다.


구체적으로,

원숭이 A가 돌을 주워오면 보상으로 오이를 줍니다. 원숭이 A는 오이를 맛있게 먹죠.

그 후 원숭이 B가 돌을 주워오면 보상으로 포도를 줍니다. 참고로 원숭이는 오이보다 훨씬 달고 맛있는 포도를 좋아합니다.

그리고 원숭이 A가 다시 돌을 주워옵니다. 포도를 기대했겠죠. 그런데 이번에도 오이를 줍니다. 그러자 원숭이 A는 받은 오이를 집어던지면서 화를 냅니다.

원숭이 A는 처음에 오이를 맛있게 먹었지만, 원숭이 B의 포도와 비교되는 순간 자신이 가지고 있는 오이가 더 이상 맛있지 않게 된 것이죠.


위 실험과 마찬가지로, 사회성이 발달한 인간은 주어진 절대적인 상황만으로 가치를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남들과의 비교를 통해서 자신에게 주어진 환경과 가치를 파악합니다.


이처럼 상대적 불평등에 대한 불안감인 포모증후군은 우리의 DNA에 내재되어 있기 때문에 피할 수 없는 숙명과도 같은 것입니다.




우리는 현재 부동산, 비트코인, 주식 등 자산가치가 폭등하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자산가치가 폭등하고 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그것은 돈의 가치가 떨어졌다는 의미입니다.


예를 들면, 5년 전에는 5억 원이면 살 수 있었던 아파트가 지금은 2배 올라서 10억 원을 지불해야 한다면, 내가 가진 돈의 가치는 5억 원만큼 떨어진 것입니다. 절대적인 가치로 비교해 보면 10년 전 5억 원은 그 당시의 화폐가치의 반인 2.5억 원이 되는 것입니다.


대부분 보통의 사람들은 회사를 다니는 직장인으로 월급을 받아 생활하거나, 소상공인(자영업자)으로 장사를 하면서 많지 않은 돈을 벌어 생활을 합니다.


결국, 자산가치의 증가분만큼 월급이나 장사로 번 돈의 가치가 떨어진 것입니다.




어느 날 로펌과 회의가 있어 삼성역으로 차를 타고 가는데, 선배 변호사가 이런 말을 하였습니다.


"나는 어려운 사법고시를 합격하여 변호사 되었고, 대기업에 15년 넘게 다니고 있는데 왜 아직도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않은지 모르겠다"


돈을 버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가 있습니다.

(1) 사업소득

(2) 자본소득

(3) 근로소득


(1) "사업소득"은 창업자의 능력과 시간, 함께 하는 동료, 투자자의 돈을 활용하여 사업을 성공시킴으로써 돈을 버는 방법입니다. 100개의 스타트업 중 1개도 성공을 보장할 수 없을 만큼 실패확률이 높지만 그만큼 앞도적인 수익률을 자랑합니다. 사업으로 성공한 사람은 많겠지만, 구글을 창업한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이 대표적인 사업소득으로 성공한 사람이라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2) "자본소득"은 돈과 시간을 투자하여 돈을 버는 방법입니다. 현재 자산가치가 폭등하는 것처럼 부동산, 비트코인, 주식 등 자산에 투자를 하여 돈을 버는 것인데, 지금과 같이 자산가치가 상승하는 시기 자본소득은 경제성장률을 압도적으로 추월합니다. 버크셔 해서웨이의 워런 버핏과 찰리 멍거가 자본소득으로 가장 유명한 사람들일 것입니다.


(3) "근로소득"은 자신의 시간과 능력인 노동력을 제공하여 돈을 버는 방법입니다. 직장인들은 고용주에게 노동력을 제공하여 월급을 받고, 자영업자들은 노동력으로 제품이나 서비스를 고객에게 제공하고 약간의 이윤을 창출하는 것이지요.


근로소득으로 성공한 대표적인 사람은 떠오르지 않습니다. 근로소득은 돈 버는 세 가지 방법 중 가장 하찮고 가치가 적기 때문에 근로소득만으로는 성공할 수 없기 때문일 것입니다.

일에만 몰두하여 근로소득으로만 돈을 벌었던 선배 변호사의 질문에 대한 답이 여기에 있습니다.




프랑스의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Thomas Piketty)는 <21세기 자본(Capital in theTwenty-First Century)>을 통해 일약 세계적인 경제학자로 떠오르게 됩니다.


이토록 유명한 <21세기 자본>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경제적 불평등의 원인은 자본소득의 증가가 근로소득의 증가보다 월등하기 때문이다"


피케티는 자본소득율이 근로소득율을 훨씬 앞선다는 자신의 가정을 수많은 통계적 근거를 바탕으로 입증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자본주의 사회의 특성상, 그리고 우리의 눈으로 자산폭등의 시기를 보아온 것처럼, 자본소득은 계속 큰 폭으로 증가할 것이고, 그만큼 근로소득의 가치는 하락할 것입니다.


자산가치가 증가할수록 노동의 가치는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결국 노동은 종말을 맞이할 것입니다.


근로소득자인 회사원은 열심히 일하여도 월급으로는 집 한 채 마련할 수 없는 현실을 마주하게 되고, 자본소득자들이 비트코인이나 부동산에 투자하여 몇 십억은 우습게 버는 것을 보면서, 그토록 소중한 월급 300만 원이 너무나 하찮게 느껴지는 감정을 경험하게 됩니다.


자산가치가 폭등하는 시기, 회사를 다니거나 자영업을 함에 있어 우리가 왜 일해야 하는지 그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볼 때입니다.




스티브 잡스의 스탠퍼드 졸업식 연사 중 늘 마음에 새기는 부분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I’m pretty sure none of this would have happened if I hadn’t been fired from Apple.

(만약 애플로부터 해고되지 않았다면 지금 저와 애플의 성공은 없었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It was awful tasting medicine, but I guess the patient needed it.

(그것은 너무 쓴 약이었지만, 저에게는 꼭 필요한 것이었습니다.)


Sometimes life hits you in the head with a brick.

(때로는 당신의 삶에 벽돌로 머리를 때리는 것과 같이 힘든 순간이 있을 것입니다.)


Don’t lose faith.

(그러한 순간에도 신념을 잃지 마십시오.)


I’m convinced that the only thing that kept me going was that I loved what I did.

(저를 계속 앞으로 나아가게 해 줄 수 있었던 오직 한 가지는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You’ve got to find what you love.

(당신도 좋아하는 것을 찾아야 합니다.)


And that is as true for your work as it is for your lovers.

(그리고 그것은 당신의 연인과 마찬가지로 당신의 일에도 해당합니다.)


Your work is going to fill a large part of your life, and the only way to be truly satisfied is to do what you believe is great work.

(당신의 일은 인생의 많은 부분을 차지할 것이므로, 당신이 인생을 진정으로 만족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당신이 훌륭하다고 믿는 일을 하는 것입니다.)


And the only way to do great work is to love what you do.

(그리고 훌륭한 일을 하는 유일한 방법은 당신의 일을 사랑하는 것입니다.)


If you haven’t found it yet, keep looking. Don’t settle.

(아직 찾지 못했다면 계속 찾아보고, 안주하지 마세요.)


As with all matters of the heart, you’ll know when you find it.

(마음의 모든 문제와 마찬가지로, 그것을 찾으면 알게 될 거예요.)

 

And, like any great relationship, it just gets better and better as the years roll on.

(그리고 여느 훌륭한 관계와 마찬가지로, 시간이 흐를수록 당신이 좋아하는 일은 명확해질 것입니다.)


So keep looking until you find it. Don’t settle.

(그러니 부디 그것을 계속 찾으려고 노력하십시오. 안주하지 마세요.)


잡스는 대학을 떠나 사회로 나가려는 졸업생들에게 "하고 싶은 일을 하라"라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모른다면, 끊임없이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찾으려고 노력해야 하고, 현재에 안주하지 말라고 조언하고 있습니다.

잡스 역시 자신이 성공한 이유를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빨리 찾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였습니다.


근로소득만을 위해 일하는 것은 자본소득이나 사업소득과 비교하면 정말 하찮고 의미 없는 수준일 것입니다. 그리고 그 비교로 인해서 월급을 받거나 장사를 하는 사람들의 근로의욕은 하염없이 사그라들 것입니다.


그러나 스티브 잡스는 근로소득의 의미가 점차 사라지는 노동의 종말 시대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을 말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정말 좋아하는 일을 해야합니다.

좋아하는 일을 한다면, 일 자체만으로도 진정한 만족감과 커다란 즐거움을 얻을 수 있으므로 남들이 많은 돈을 벌던 자신이 적은 돈을 벌던 상대적 불평등으로부터 불행을 느끼는 포모증후군으로부터 어느 정도 자유롭게 자기만의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호텔에서 우리 가족을 반갑게 맞아주어 기분 좋게 해 주었던 호텔리어분,

비가 오고 짐까지 많은 상황에서 집까지 편안하게 갈 수 있게 해 주었던 택시기사님,

항상 우리 아이에게 웃음을 주고 기운차게 수업을 해주는 아이의 선생님들,

밝은 목소리와 세심한 강습으로 몸과 마음의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필라테스 선생님,


모두는 근로소득 내지 자영업자로서 많은 돈을 벌지는 못하지만, 노동의 보상과는 별개로,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함으로써 저를 기분 좋게 해 주었습니다. 제가 지불한 비용에 비해 너무 많은 것을 해주신 제 주변 분들에게 감사함을 전합니다.


투자를 넘어 투기를, 투기를 넘어 광기가 팽배한 요즈음,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함으로써 돈의 잣대에 흔들리지 않기를 희망합니다. 그리고 마음 한편으로는 모두를 가치 있고 행복하게 만드는 근로소득자들이 경제적으로 조금 더 자유로워지는 더 나은 사회가 되기를 꿈꾸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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