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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왈로비 Mar 08. 2024

올바른 탄원서 작성법

마음을 다해,

음주운전 사고를 일으킨 친구로부터 탄원서 작성을 요청받았습니다.

변호사로 일하지만 탄원서 작성을 요청받은 적이 처음이어서 어떻게 작성할지 고민되었습니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탄원서 샘플이 무수히 많이 보였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탄원서를 영혼 없이 인터넷상의 샘플과 유사하게 작성하여 제출하는 것 같았습니다.


탄원(歎願/entreaty, appeal, petition)이란 사전적으로 보면 "사정을 하소연하여 도와주기를 간절히 바람"을 의미합니다. 여기서 도와주고자 하는 사람이 i) 가해자(피고인)이면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서가 되는 것이고, ii) 피해자이면 엄벌을 호소하는 탄원서가 되는 것입니다.




형사소송에서 재판은 법관에 의하여 이루어집니다. 법관은 형법에 정해진 법정형(및 처단형)의 범위 내에서 양형요인(양형인자)을 고려하여 선고형을 결정합니다.


형사소송법 제38조(재판서의 방식) 재판은 법관이 작성한 재판서에 의하여야 한다. 단, 결정 또는 명령을 고지하는 경우에는 재판서를 작성하지 아니하고 조서에만 기재하여 할 수 있다.

형사소송법 제41조(재판서의 서명 등) ①재판서에는 재판한 법관이 서명날인하여야 한다.

형사소송법 제42조(재판의 선고, 고지의 방식) 재판의 선고 또는 고지는 공판정에서는 재판서에 의하여야 하고 기타의 경우에는 재판서등본의 송달 또는 다른 적당한 방법으로 하여야 한다. 단, 법률에 다른 규정이 있는 때에는 예외로 한다.

형사소송법 제43조(동전) 재판의 선고 또는 고지는 재판장이 한다. 판결을 선고함에는 주문을 낭독하고 이유의 요지를 설명하여야 한다.


그리고 법관은 선고형을 결정할 때 자수여부 등 형법에서 정해진 아해와 같은 양형요인들을 고려합니다.


형법 제51조(양형의 조건) 형을 정함에 있어서는 다음 사항을 참작하여야 한다.

1. 범인의 연령, 성행, 지능과 환경

2. 피해자에 대한 관계

3.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4. 범행 후의 정황

형법 제52조(자수, 자복) ① 죄를 지은 후 수사기관에 자수한 경우에는 형을 감경하거나 면제할 수 있다.

②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처벌할 수 없는 범죄의 경우에는 피해자에게 죄를 자복(自服)하였을 때에도 형을 감경하거나 면제할 수 있다.

형법 제53조(정상참작감경) 범죄의 정상(情狀)에 참작할 만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그 형을 감경할 수 있다.


형법 외에도 양형위원회는 법관이 특정한 선고형을 정하고 형의 집행유에 여부를 결정함에 있어 참조되는 기준인 양형기준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형법 상 탄원서가 양형요인으로 고려되지 않음은 법 문언상 명확하고, 양형위원회에서 제시하는 과실치사상죄의 양형기준을 보더라도 '피고인이 자신의 범행에 대하여 진심으로 뉘우치고 피해자나 유족이 합의한 경우'는 양형 감경요소로 명확히 규정하고 있지만, 탄원서는 양형의 감형 요인으로 되어 있지 않습니다.


 즉, 탄원서를 제출한다고 하여 법관이 반드시 이를 참작하여 양형을 고려해야 할 의무는 없는 것입니다.


그러면 왜 탄원서를 제출할까요?

그것은 바로 재판은 사람인 법관이 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법관은 다양한 요소들을 고려한 심증형성을 통해서 결론을 내립니다. 이 사람이 나쁜 놈일까? 좋은 사람일까? 앞으로 재범의 위험성은 없을까? 하는 것들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것이지요.


그런데 피고인의 주변사람이 이 사람은 좋은 사람이라고 말해준다면 어떨까요? 그것도 한두 명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좋은 사람이라고 말해준다면 법관은 가혹한 형벌을 부과하기보다는 범죄에 대한 환기의 의미로서 형벌을 부과하여 피고인을 반성하도록 하고 사회로 돌려보내는 것이 경제적으로도 사회에 이득이 되고 실수한 사람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주는 관용적인 더 성숙한 사회가 될 수 있겠지요.


저는 바로 이점에서 탄원서를 쓰는 진정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탄원서는 법관에게 피고인이 사회적으로 좋은 사람이고, 다시 범죄를 저지르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 대해 주변사람으로서 정보를 제공하고, 피고인을 지지함으로써 긍정적인 인식을 심어주려는 것입니다.




그래서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서에는 다음의 내용이 포함되어야 합니다.

(엄벌을 호소하는 탄원서는 반대로 작성해야 합니다)


1. 내가 누구인지 소개할 것

피고인에 대해 이야기를 하기 전에 내가 누구인지를 밝혀야 합니다. 법관과 탄원인은 탄원서를 통해 처음 만나는 것이므로 당신이 누군인지 구체적으로 소해하여야 합니다.

  - 피고인과 당신의 관계에 대하여(예시. 대학교 때부터 친구사이였다.)

  - 당신은 누구인지(예시. 00 회사의 과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2. 피고인에게 재범의 위험성이 없는 이유를 설명할 것

당신이 보아온 피고인이 어떠한 성품을 가지고 있으며, 함께 해온 시간 동안 범죄를 저지를 만한 위험요인이 없었다는 점을 당신의 경험을 통해 설명해야 합니다.

  - 피고인이 당신과 알고 지내는 동안 법을 어길만한 행동을 하는 것을 본 적이 없었다는 점

  - 피고인은 주변인과 크게 다툼을 한 적이 없을 만큼 온화한 성품을 보유하고 있는 점


3. 피고인이 사회에 긍정적여를 다는 점을 설명할 것

당신이 알고 지낸 피고인이 훌륭한 인재이며, 사회적으로도 자신의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고, 사회발전에 기여도 많이 하고 있다는 점을 설명해야 합니다.

- (예시) 피고인은 OO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한 훌륭한 재원이며, 현재는 OO회사의 팀장으로 근무를 하고 있다는 점

- (예시) 피고인의 좋은 성격으로 주변사람들을 배려하고, 클래식 연주를 통해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며, 어려운 구들을 도와주었다는 점


위의 내용은 당신과 피고인이 겪었던 사례를 담아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좋으며,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증빙자료를 같이 제출하면 신빙성이 증가하여 법관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입니다.




탄원서라고 하는 이름과 형식, 그리고 자신의 이름을 걸고 수사기관 또는 법관에 제출해야 한다는 점에서 느껴지는 어려움이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인터넷상에서 떠도는 탄원서를 베끼거나 로펌에서 남이 써주는 형식적인 탄원서로는 법관의 마음을 움직일 수 없고, 당연히 당신의 소중한 사람에게도 도움을 줄 수 없습니다.


탄원서, 마음을 다해 작성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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